러시아의 동물원에서 2개월동안 깊은 우정을 나눈 호랑이 '아무르'와 염소 '티무르'가 결국 헤어지게 됐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러시아 동물원에서 찰떡같은 궁합을 보여 화제가 된 호랑이와 염소의 기이한 우정이 결국 2개월여만에 끝이 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동부 프리모스키 사파리공원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수컷 시베리아호랑이 '아무르'의 우리에서 지내온 염소 '티무르'를 빼내기로 결정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당초 '티무르'는 '아무르'의 먹잇감으로 우리 속에 던져졌지만 호랑이는 염소를 잡아먹는 대신 깊은 교감을 나누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아무르는 이후 티무르에게 자신의 쉼터를 내어주고 티무르도 아무르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등 함께 우리에서 지내왔다.
둘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자 동물원을 찾는 방문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도 했다.
그랬던 둘의 관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은 암호랑이인 타이가가 아무르와 이웃한 우리로 들어오면서부터다. 타이가는 아무르의 여자 형제로 현재 발정기를 지나고 있다.
디미트리 메젠체프 프리모스키 동물원장은 "수컷 호랑이들은 이시기에 매우 예민해진다. 공격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성향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무르는 최근 가까이 다가오는 티무르에게 처음으로 발톱을 들어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인 시베리아타임스는 "염소는 그저 뿔을 보였을 뿐인데 호랑이가 뒤로 가며 처음으로 공격적 성향을 보였다"고 보도햇다.
동물원 측은 티무르가 호랑이 우리에 머무는 것에 너무 만족한 나머지 비만이 되어버린 것과 진드기 검사도 그를 격리시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동물원은 "티무르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그를 (우리에서) 빼내는 동시에 수의사의 검사를 받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아무르가 티무르를 잡아먹어 그간 거둬들인 홍보효과가 한방에 끝나버릴 것을 우려한 동물원이 명목상의 구실을 대고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젠체프는 향후 아무르와 티무르를 다시 만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아무르와 티무르가 재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무르는 향후 그의 아내가 될 암호랑이 우수리와 합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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