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北로켓 타이밍 오판]
NYT 보도… 美도 北로켓 갑작스러운 발사 예측 못해
전문가 "정부, 北기술력을 나로호式으로 해석해 오류"
北, 韓美에 역정보 등 기만전술… "완전히 당했다"
12일 오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시험 발사한 직후 정부 외교안보부처는 쑥대밭이 됐다. 청와대·국방부·외교부 관계자들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확인하는 기자들에게 "믿을 수 없다. 그게 정말이냐"고 되묻는 정부 당국자들도 있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 행정부도 북한의 로켓 발사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한·미 양국의 대북(對北) 정보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에도 "연내 어려울 수 있다"
정부의 상당수 관계자는 전날인 11일 저녁까지도 북한이 올해 안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특히 이번 주 중에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11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13, 14, 15일은 북한이 날씨 때문에 (로켓을) 안 쏠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10일 합참의 통합위기관리 태스크포스(TF) 책임자를 소장급에서 준장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미국도 북한의 갑작스러운 로켓 발사를 예측하지 못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불과 1~2시간 앞둔 시점에서 주미 일본대사관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로켓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 발사를 하려면 1주일 이상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날 일본대사관저 행사에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 등이 참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한국은 위성으로 북한 발사장 상황을 계속 감시하고 있었지만, 발사 타이밍은 양국 관계자들을 모두 깜짝 놀라게 했다"고 했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장거리 로켓을 쏘아올린 12일 오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접견실에서 성김(가운데) 주한 미대사, 제임스 서먼(왼쪽) 주한미군사령관과 정보 협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북 로켓에 심각한 문제 생긴 것으로 판단
한·미 양국은 정찰위성이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시시각각 북한을 들여다보면서도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일 장거리 로켓을 10~22일 사이에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8일 돌연 "일련의 사정이 제기돼 발사 시기를 조절하는 문제를 심중(深重)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10일 "운반 로켓의 1단계 조정 발동기 계통의 기술적 결함이 발견됐다"며 발사 예정기간을 29일까지로 연장했다.
한·미 양국은 이 같은 '소동'을 바탕으로 북한 로켓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부품 문제가 아니라 중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북한의 로켓 기술력을 낮춰 본 것도 '판단 오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로켓을 수리하러 왔다 갔다 하는 걸 보고 우리는 '나로호식'으로 해석해서 '연내에 발사 안 된다'는 식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처음부터 한국과 미국을 속일 목적으로 '연막작전'을 썼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마치 큰일이 난 것처럼 소동을 부림으로써 한·미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는데 여기에 당했다는 것이다. 김희상 전 청와대 국방 보좌관은 "한국 미국 일본의 주위를 분산하려고 한 북한의 술책에 완전히 당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