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스마트폰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 정부 출범 보름이 지나도록 ‘보안 업무폰’이 지급되지 않는 바람에 대다수 청와대 직원들이 보안에 취약한 개인 스마트폰을 업무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청와대가 통신 보안에 취약점을 드러냄에 따라 주요 국정 현안과 국가기밀이 통째로 해킹당할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12일 현재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급 이외에는 업무폰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긴 했지만 우리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 이명박 정부로부터 청와대 업무를 제대로 인수인계 받지 못했다”면서 “이로 인해 전체 직원에 대한 업무폰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청와대 직원들은 “업무폰 체제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통신 보안에 구멍이 뚫린 실정이다. 한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여기 보안이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다”면서 “내가 알기로 수석들도 다 개인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업무폰을 지급받은 한 비서관은 “내 업무폰 전화번호를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서 당분간 개인 명의 스마트폰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고 했다.
기기마다 GPS(위치정보시스템)가 달려있는 스마트폰은 최근 첨단 해킹 기법들이 속속 알려지면서 사용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도청과 위치 추적이 이뤄지고, 기기 내부의 각종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다. 특히 청와대는 국가 주요 기밀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모든 직원이 해킹과 도청이 완벽하게 차단되는 업무폰을 사용해야 한다. 때문에 국가정보원은 청와대를 비롯한 모든 부처에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을 업무용으로 사용토록 하는 내용의 정부 정보보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왔다.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는 피처폰이 불편하다는 직원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업무폰을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려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스마트폰 해킹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이 계획을 전면 보류했으며, 말단 시설관리 기능직 직원들에게조차 무기명 업무 피처폰을 지급해 사용토록 했다.
한 정보보안 전문가는 “실상이 이렇다면 북한의 전쟁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직결된 각종 기밀이 다뤄지는 청와대의 보안의식이 ‘제로’ 상태인 셈”이라며 “대통령을 수행하는 참모들이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다 해킹당하면 대통령 일정과 동선까지 다 노출되게 된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신창호 유성열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