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 A대학 강의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교수의 강의를 노트북 컴퓨터에 받아 쳤다. 어떤 학생은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메모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필기했다. 이들 기기를 이용해 수업 중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를 보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대학 강의실에서 노트북과 태블릿PC,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된 지 오래다. 하지만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타이핑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사례 등이 늘면서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미국 대학들이 이를 공론화한 것처럼 국내 대학들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경희대 3학년 서모(22)씨는 “수업 중에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생이 많아 시끄러워 방해가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충남대 1학년 신모(20)씨도 “수업시간에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많은 학생이 수업 중 스마트폰을 본다”고 말했다.
14일 숭실대 인터넷 게시판에는 도서관에서 노트북 타이핑이나 마우스 클릭 소리가 시끄럽다는 불만 글이 올라왔다. 한양대 김모(24)씨도 “도서관 열람실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무개념’ 학생들이 있어 한때 노트북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고민은 더 깊다. 무분별한 전자기기 사용으로 강의 분위기가 흐려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업 중 전자기기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교수도 늘고 있다. 고려대 홍후조(교육학) 교수는 3년 전부터 학기 초마다 필기시간 외에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켜지 말고 스마트폰을 ‘비행 모드’로 전환할 것 등의 지침을 담은 강의계획서를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숙명여대 김응교(교양교육원) 교수도 이번 학기 첫 시간에 자료찾기나 필기 외에 수업 중 스마트폰, 노트북을 사용하면 감점을 적용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백석대 장훈태(기독교학부) 교수는 4년째 강의 중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장 교수는 “열심히 받아치기는 하는데 강의 내용을 생각하지 않고 질문도 확 줄었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들도 골치를 앓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인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최근 수업 중 노트북 사용을 금지했고, 시카고대 법대는 2008년부터 강의실 와이파이 신호를 차단했다. 스탠퍼드대도 2008년 노트북 사용이 수업을 방해하고 학습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며 공론화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선 대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린 곳은 없는 상황이다.
국민일보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