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이 표절 판명땐 저자의 모든 논문이 학계서 부정당해
지난 2011년 5월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한 교수가 논문 표절이 드러나 해임(解任)됐다. 이 학교 조사위원회는 논문이 발표된 지 5개월 만에 표절 사실을 확인했고 조사에 착수했다. 발표되는 모든 논문에 대한 실시간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외국 대학은 표절 감시와 처벌에 엄격하다. 한 편의 논문이 표절로 판명되면 그동안 해당 저자가 발표한 모든 논문이 학계에서 부정되는 경우도 흔하다.
외국 대학들은 대학에 입학하면 표절 예방 교육부터 한다. 한국에서 학부 2학년을 마친 뒤 영국에서 스포츠경영학을 전공한 한성호(28)씨는 "1학년 필수과목인 글쓰기 수업에서 논문 쓰는 법을 한 학기 내내 배웠다"며 "한 줄이라도 다른 사람의 말을 쓸 때에는 그 출처를 해당 책 또는 논문의 페이지까지 명확히 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표절은 범죄'라는 말을 4년 동안 수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우리는 표절에 관대하다.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뿐더러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징계를 피할 수도 있다는 인식 때문에 표절 논란이 불거져도 버티는 경우가 많다. 한국 대학도 논문 쓰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그 수업 때뿐이다. 다른 수업에서는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베끼거나 각주와 인용을 명확히 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독일인 로잔나 살레스(28·Rosanna Salles)씨는 "한국 학생들이 책을 그대로 베껴 졸업 논문으로 제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독일 학교라면 바로 논문이 거부되고 징계를 받을 텐데 그대로 졸업을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미국 UCLA를 졸업한 윤모(26)씨는 "워낙 표절에 민감하기 때문에 남의 글을 마음대로 베껴 쓰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한국이든 미국이든 표절이 적발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그 차이는 한국은 표절에 무심하기 때문이고, 미국은 아무도 표절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선닷컴 [박상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