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부품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 박모(62) 씨는 최근 1㎏ 상당의 ‘골드바’를 사기 위해 서울의 신한은행 지점을 찾았다.
주식, 펀드, 부동산 등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을 고르게 갖고 있지만 금 투자는 하지 않았던 그는 최근 금 가격 하락을 계기로 ‘금테크’에 도전할 생각이다.
‘슈퍼리치’들이 주로 찾는다는 1㎏ 골드바 구매 예약을 한 박 씨는 “시중 금리가 낮아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고 있었는데 금 가격이 내리기 시작하는 지금이 투자 적기인 것 같다” 고 말했다.
주부 김모(48) 씨도 KB국민은행 서울 강남구 대치동 PB센터에 10g 골드바 구입을 문의했다. 잘 아는 친구가 은행에서 손톱만큼 작은 크기의 10g 골드바를 구입한 것을 보고 결심했다.
10g 골드바 한 개 가격은 58만5000원으로 3.75g 한 돈짜리 아기 돌반지가 한때 25만 원에 육박하던 것과 견주면 뚝 떨어진 셈이다. 김 씨는 10g 골드바는 금 투자 목적보다도 선물용으로 쓸 계획이라고 했다.
국제 금 선물 가격 하락에도 불구, 은행들이 판매 중인 골드바 판매가 ‘호황’을 맞고 있다.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1㎏ 골드바 구매에 나서는 고액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비교적 부담이 낮아진 10~100g짜리 골드바 구입에 나서는 일반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3월 8일부터 4가지 종류(1㎏·100g·37.5g·10g)의 골드바를 판매한 국민은행은 한 달 동안 모두 234억 원에 달하는 골드바를 판매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3가지 종류의 골드바를 PB센터 및 일반 지점에서도 팔고 있는데 물량 부족으로 구매 희망자들로부터 계약만 먼저 받았다”고 말했다.
골드바 구매 열풍은 저금리 기조와 낮아진 금융소득과세기준 때문이란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낮은 금리에 목매기보다는 금 가격이 하락한 시점이 금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것.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금융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낮아지면서 비과세 대상인 금 매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일 국민은행 대치동PB센터 팀장은 “최근 미국과 중국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산업재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금값이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장기적으로 금값 인상을 기대하면서 100g의 미니 골드바 구입에 나서거나 선물로 주겠다며 10g의 미니 골드바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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