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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깨우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3.07일 10:17
똑같은 하루의 반복, 어제 같은 오늘을 보내며 또 어제 가던 그 길 따라 점심을 먹고 변함이 있을리가 없는 복도를 따라 사무실로 돌아오는 무심한 내 눈에 튀여든 하나가 있었다. 어제와 다른 나의 오늘을 만들어놓은 장본인.

  복도 창턱에 올려진, 살짝 먼지가 쌓인 란초, 새삼스럽게 오늘 꽃이 피여있었다. 다소곳이 부끄러운듯 분홍 홍조를 머금고 수줍게 외로 머리 탄 두송이의 란초꽃… 순간 따스한 난류가 가슴을 파고들며 저도 몰래 환성을 질렀다. “와, 꽃이 피였구나. 이쁘다~” 감탄 같은 이쁘다란 낱말을 해본지가 얼마만이던가?

  활짝 피여있는 그 꽃이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었다. 참 오래동안 아름답다는 개념을 상실하고 살아온것 같다.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아 가기에 현실은 일정들로 빡빡했고 필요한 일들만 해가며 살아가기에도 뻐근한 하루하루는 여린 감성따위를 즐길 여유를 주지 않았다. 내 흑백 세계에 그려진 분홍빛 란초, 너무 아름다와서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났다.

  어쩌면 오래동안 현실속에서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또 어쩌면 우리는 이 전쟁 같은 삶속에서 청초한 감성따윈 버려두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지는 잎새에도 눈물 흘린다는 시인만큼 순수한 마음을 현대인들은 알고 있는걸가?

  세상은 란초꽃을 아름다움만으로 여겨주지 않은지 오래다. 그것은, 그 아릿다운 화초는 단지 공간을 꾸며주는 뭔가로 전락되여있었다. 또 란초라는 이름에 가리워진채 순수한 란초는 우리 시야에서 벗어나있었다. 단순히 존재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눈물겨운 기적이고 신성한 아름다움 인지를 잊은채…

  18살의 나, 그때의 나를 두고 타인들은 순결하고 예쁘다고 했다. 그때는 한없이 문학을 동경하던 자칭 문학소녀로 통했다. 글이 좋았고 글속의 세계가 좋았고 주위의 일초일목을 사랑했다. 동년의 순수함을 그리워하며 마냥 감상에 젖은채 우수에 깃든 모습의 나는 영낙없는 문학소녀였다.

  현재 30살의 나, 글을 써본지가 오래다. 글을 쓸만큼 나의 세계에 소용돌이도 없고 무언가를 말하지 않으면 견딜수 없을만큼 강렬한 광적인 그 무엇도 없다. 완벽한 현실속의 내가 되였다고 조금은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나다.

  그런 나를 어떤이는 현실과 타협을 했다 하고 어떤이는 생존환경에 적응을 잘했다고 한다. 어쩌면 란초꽃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나를 포기한건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란초꽃이란 이 이름의 세계를 선택한 나를 나는 살아가고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한없이 슬퍼지는 날이면 란초의 아름다움 같은 감동을 찾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갈증을 해소할 그 무언가를 찾아 불안하게 생활의 궤도에서 흔들리는지도 모른다.

  분명한건 그 미물은 아름답고 그것의 이름은 란초꽃이다.

  하지만 이름보다는 아름다움을 볼 때가 나는 아직도 더 행복하다. 눈물을 왈칵 쏟을만큼 고맙고 감동적이다.

  단순 문자의 뜻을 초월한 천연 분홍의 청초하고 다소곳한 그 란초꽃은 내 몸이 흠칫 떨릴만큼 너무 아름다우니까…

  이건 리론적설명이 불가능한 동물적인 감성일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꽃 한송이에 부질없이 뛰여대는 내 심장이 너무 사랑스럽다. 심장이 머리를 이긴다는건 나름대로 행복한 일인것 같다.

  그 누구도 보지 못한 란초꽃의 피여남을, 또 그것이 아름다움을 나 홀로 발견한 대견스러움에 나는 흠뻑 웃어본다.

  복도에 펼쳐진 황홀한 아름다움과 그것만의 이야기에 넋 놓고 나를 놓아버린 나…

  아, 나는 아직도 살아있구나. /연변교육출판사 오수란(吴秀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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