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불친절과 북새통으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대한 국내외 방문객들의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외국인 주민 ‘140만명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서비스 마인드 부족과 과도한 업무량으로 민원인의 요구 수준을 뒤쫓지 못하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의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 사이트에 접속하면 평가 항목에 지역별 사무소를 방문한 한국인과 외국인이 남긴 불만 글 수백 개가 올라와 있다. “전화는 장식품인가, 무슨 통화가 안 되는 전화가 다 있느냐”부터 ‘직원이 다짜고짜 반말을 하길래 한국인이라고 밝히고 나니 그제서야 존댓말을 쓰더라”까지 온갖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서울과 수원의 사무소에 대한 불만 강도가 높았다. 소통과 공존의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는 정부 정책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13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수백 명의 외국인과 한국인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인 전용 창구가 마련된 2층 사무실에서는 민원인들이 대기인석과 창구 앞을 꽉 채웠다. 오전 9시 50분쯤 직원 3명이 담당하는 ‘등록·변경’ 창구의 대기인 수는 117명으로 표시됐고, ‘체류기간 연장’ 창구에도 대기인 수가 이미 105명이었다. 창구 곳곳에서 큰소리도 나왔다. 민원인이 직원에게 고함을 치는가 하면 일부 직원들은 민원인에게 짜증을 냈다. 직원과 민원인들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중국인 방문객은 “오전 7시부터 와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가 너무 늦게 온 듯하다”면서 “최소한 4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서울 16개 구와 안양 등 경기 지역 5개 시를 맡고 있는 서울사무소는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지만 방문자의 정확한 규모나 국적별 인원 등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 개선 등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조차 없어 보였고, 불만을 제기해도 제대로 경청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사무소는 최근 서울신문이 정보 공개를 청구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총이용자, 이용자 수 상위 5개국 국적의 민원인 수, 지난해 전체 이용자 중 중국인의 비율과 관련해 “이용자 수를 집계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료가 없어 ‘정보 부존재’를 통보한다”면서 “다만 대략 하루 평균 2000여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외국인의 온라인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사이트 ‘하이 코리아’도 곳곳에서 오류가 발생해 현장 사무소의 업무를 덜어 주지 못하고 있다. 사이트에 올라온 29개의 민원업무 중 직접 전자민원을 신청할 수 있는 업무는 12개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체류지 변경·거소 이전 신고’는 페이지 오류로 진행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28개의 업무는 인터넷 방문 예약을 할 수 있지만 “예약을 해도 사무소에 가서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