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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대란 … 시민 고통만 요구할 건가

[기타] | 발행시간: 2013.08.13일 01:13

시민들 동참에 한고비 넘겨

"정부 수요 예측 잘못" 질타

어제 하루 200만㎾ 절전

경보 '준비' 단계서 막아

정부·공공기관이 냉방을 끊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종합민원실에 에어컨 대신 대형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울산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36.6도를 기록한 12일 오후 1시 울산 삼산동의 의류 매장. 고객 정민영(31·여)씨와 점원이 실랑이를 벌였다. 이것저것 입어보려 하자 점원이 “땀 때문에 옷이 상한다”고 난색을 표한 것. 절전을 하려고 냉방을 살짝만 틀어놓은 매장 안은 구경하러 천천히 걸어다녀도 땀이 날 정도였다. 정씨는 “전기를 아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부의 정책 잘못으로 빚어진 전력 위기 때문에 왜 국민들이 옷 사는 데까지 불편을 겪어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서울 명동의 액세서리 가게. 아예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문 대신 비닐 막을 달아놓아 냉방을 할 경우 '개문냉방'에 걸리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물건을 둘러보다 말고 땀을 닦으며 자리를 떴다. 가게 주인 최모(42·여)씨는 “대기업은 전기를 펑펑 쓴다는데 우리 같은 소상인들은 에어컨조차 마음대로 틀지 못하게 해 장사를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12일 찜통 더위 속에서 시민들은 연신 불평을 터뜨리면서도 에어컨 스위치를 내렸다. 그 덕에 전력 위기는 넘겼다. 애초 정부가 예상한 상황은 이날 오후 2~3시쯤 예비전력이 160만㎾까지 떨어지고 이에 따라 전력수급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한다는 것. '경계'는 5단계 경보 중 둘째로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예비전력은 오후 1시40분에 기록한 400만㎾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충남 당진·서천 화력발전소 발전기 2개가 고장 나 60만㎾ 공급 차질이 생겼는데도 그랬다. 전력경보는 가장 낮은 단계인 '준비'에 머물렀다. 정부와 기업도 절전에 힘을 보탰다. 정부·공공기관은 아예 냉방을 끊었고, 기업들은 자체 발전기를 가동했다. 전력거래소 조정만 중앙전력수급관제센터장은 “200만㎾ 이상이 절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전력 절감에 앞장서면서도 정부를 질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전력위기를 정부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강해서다. 현대경제연구원 김필수 선임연구원은 “현 상황은 전력수요 예측을 잘못한 정부 책임이 제일 크다”고 지적했다. 2006년 말 정부는 2012년 최대 수요가 6712만㎾일 것으로 추정해서는 이에 맞춰 발전설비를 늘렸다. 그러나 지난해 실제 최대 수요는 이보다 11% 많은 7429만㎾에 이르렀다. 전력 부족이 심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리로 인한 원전 3기 가동중단은 위기를 심화시켰다.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산 기장군의 신고리 1, 2호기와 경북 경주 신월성 1호기가 작동을 멈춘 상태다.

 이런 점들 때문에 한국의 전력예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제일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OECD 각국의 연평균 전력예비율은 20~30%다. 한국은 10%를 밑돈다.  한편에서 일부 기업은 절전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국민의 화를 돋우고 있다. 산업부는 20개 대기업이 절전규제를 어겼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전력위기를 넘기기 위해 국민들의 협조만 구하는 상황이다. 심각한 전력 위기가 닥쳤을 때 전력을 끊는 대상 1순위에도 아파트와 주택을 올려놓았다. 다음이 백화점·마트, 마지막이 기업이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언제까지 국민 협조만 구할 것인가”라며 “전기가 대량 낭비되는 곳을 찾아 적극 규제를 하는 것부터 해야 시민들이 불만을 갖지 않고 자발적으로 전기를 아낄 것”이라고 말했다.

◆한울 4호기 내일 재가동=한국수력원자력은 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에 따라 14일 부터 한울 4호기를 재가동한다고 12일 밝혔다.

울산=차상은 기자, 김기찬·안효성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차상은.김기찬.안효성.최승식 기자 wolsu@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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