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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외국노동자 한국어교재에 “토요일 일 없으면 심심”

[기타] | 발행시간: 2013.11.02일 06:48
ㆍ한국인 사장이 “야! 인마” 등 반말 예문도… 산업인력공단 “내년판은 개정”

외국인 노동자: “사장님, 저는 왜 제 친구하고 월급이 달라요?”

한국인 사장: “OO는 친구보다 잔업을 적게 해서 그래.”

경영자와 노동자 간에 흔히 나눌 수 있는 대화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책으로 담아 한국 취업이 확정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교육용으로 배포했다면, 그것도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책을 만들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정부가 초과 노동을 당연시하고 이를 권장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1일 경향신문은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2011년부터 펴낸 <너도나도 한국어>라는 한국어 교재를 입수, 분석했다. 공단 측은 올해 초까지 모두 세차례 인쇄과정을 거쳐 13만4000권의 교재를 제작, 이 중 상당량을 캄보디아·베트남·필리핀·몽골 등 15개국에 보냈다. 한국 취업이 확정된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어 공부를 하라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말’이나 ‘비속어’가 적지 않다. 그것도 외국인 노동자들에겐 높임말을 요구면서 한국인 반장이나 사장의 반말은 괜찮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노동자가 사장에게 “안녕하슈?”라고 인사하자, 사장이 “야! 인마, 안녕하슈가 뭐야? 안녕하세요? 이렇게 하는 거야, 알았지?”라고 말하는 식이다. ‘ㅎㅎㅎ’ 등 제시문에는 통신용어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떡해요’를 ‘어떻해요’로 표기하는 등 오자도 눈에 띈다.

잔업, 연장근무 등을 당연한 것처럼 표현하는 등 부적절한 지문 내용도 있다.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쓴 일기 형식의 지문에는 “처음엔 한국 날씨도 춥고 일도 힘들어서 한국에 온 것을 후회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하고, 또 밤 11시까지 일했다. 가끔은 토요일에도 일했다. ‘토요일에 일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한국어를 못해서 그냥 일했다”며 “한 달이 지나서 월급을 받았는데, 월급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밤에 일하고 토요일에 일한 것도 모두 돈을 줬다. 너무 기뻐서 집에 전화를 하고 바로 은행에 가서 송금을 했다. 요즘엔 토요일에 일이 없으면 심심하다”고 나와 있다.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인 ‘지구별정류장’ 최종만 사무국장은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서 낸 한국어 교재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순응시키려는 방향으로 쓰여진 게 많다”며 “노동뿐만 아니라 결혼 이주민 여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교재들도 남편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는 식으로 내용이 서술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연장근무, 수습기간, 잔업 등의 용어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생소하거나 어려운 용어표현을 재미있게 가르치려 한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 개정판 제작 시에는 부적절한 내용들을 수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한솔·정대연 기자 hansol@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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