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김모(34) 씨는 평소 둘째딸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는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말도 하고 글도 일찍 깨쳐 조기입학을 고민한 끝에 제 나이에 입학을 시켰다. 둘째 역시 또래에 비해 키도 크고 겉보기에는 유치원 생활도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치원이나 발레학원 등에서 보내는 가정통지서에는 항상 ‘또래에 비해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혀 있었다. 주민등록상 나이를 기준으로 하면 오는 2014년 둘째를 초등학교에 보내야 하지만 김 씨는 고심 끝에 취학을 유예하고 한 해 뒤인 2015년에 입학시키기로 결정했다. 김 씨는 “늦은 입학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딸이 학습부진을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치이는 것보다는 늦게 입학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왕따(집단 따돌림)’나 ‘학습부진’에 대한 고민 때문에 법적 취학연령보다 한 해 늦게 자녀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취학유예’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초등학교 취학유예자 수는 6만152명으로 법적 취학연령보다 한 해 일찍 입학시키는 조기입학자 수 2만9114명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취학유예자가 증가한 것은 왕따나 학교생활 부적응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영어 등 조기교육이 붐을 이루는 상황에서 자녀가 해외연수 등을 통해 실력을 쌓은 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이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취학유예를 시키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곽금주(심리학) 서울대 교수는 “아이의 학습능력을 고려해 늦게 입학시키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남들이 하니까 우리 아이도 늦게 보낸다’ 식으로 유행이 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