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인터넷 금융 혁명 중

수익률 높고 투자방법 간단 '장점'…기존 은행들 비상

[한국경제신문 ㅣ 노경목 기자] 지난달 28일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가 자체 펀드 판매 사이트의 문을 열었다. 운용사인 차이나에셋이 바이두를 위해 특별히 만든 최대 연 8% 수익률의 펀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전 내내 가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이두의 대대적인 광고 효과로 이용자가 급증해 서버가 다운됐기 때문이다.

오후 2시30분 접속이 가능해지자 12만명의 가입자가 몰려 펀드는 20여분 만에 목표 판매량을 채웠다. 판매액은 10억위안(약 1740억원)에 달했다.

중국에서 인터넷 금융 혁명이 나타나고 있다. 포털사이트가 펀드를 팔고 온라인 쇼핑몰이 최대 머니마켓펀드(MMF) 수탁액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금융 형태다. 인터넷 기업 특유의 접근성과 축적된 고객 데이터가 금융에 접목되며 은행 등 기존 금융사의 위치까지 뒤흔드는 모양새다.

◆인터넷 쇼핑몰이 최대 MMF 판매사?

중국에서 인터넷 금융 돌풍이 시작된 것은 지난 6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MMF 상품 ‘위어바오(餘額寶)’를 내놓으면서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이 해당 상품에 가입하면 물건을 사고 남는 돈에 연 4% 이상의 이자가 붙는다. 수시로 타행 계좌이체도 가능해 인기를 끌며 6월 말 251만명이던 가입자는 이달 14일을 기점으로 2900만명을 넘어섰다.

모바일 영역도 마찬가지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은 지난달 24일 백화점 선불카드 기능이 있는 ‘웨이러푸(微樂付)’를 출시했다. 미리 현금을 충전해놓으면 휴대폰만 들고 쇼핑할 수 있다. 웨이신은 이미 6월부터 10여개 은행과 제휴해 계좌조회와 송금, 카드조회, 공과금 납부 등이 가능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신용대출 자회사 알리샤오다이는 온라인 쇼핑몰 이용 기록을 근거로 고객에게 신용등급을 부여해 돈을 빌려준다. 1년 이상의 구매 내역과 소비 습관을 근거로 대출액과 금리 등이 결정된다.

◆기존 금융사는 비상

은행 상품에 비해 높은 수익률과 낮은 진입장벽도 강점이다. 중국의 은행 정기예금 수익률은 연 3.5%로 2%대인 물가상승률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이지만 알리바바 MMF는 연 4%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은행이 취급하는 펀드는 최소 5만위안 이상의 가입액 하한선이 있지만 바이두펀드는 1위안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낮은 관리 및 판매 비용에 따른 장점을 극대화한 결과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대형은행들이 국유기업 등을 상대로 한 영업에 안주하는 사이 인터넷 기업들이 소비자금융을 파고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은행들은 비상이다. 중국 경제주간 차이징은 “개인의 돈이 인터넷 기업에 흘러들면서 은행 예금기반이 허물어지고 예대마진도 줄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은행들이 뒤늦게 독자 금융상품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사이 중신은행 등 중소은행들은 알리바바를 통한 금융상품 판매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