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서울 명동거리. 주말을 맞아 거리는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 관광객을 잡기 위해 중국 교포나 중국인을 매장 직원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한국 고객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화장품업체가 중국 직원 채용을 늘림에 따라 매장을 찾은 한국 고객이 한국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중국 직원 때문에 제대로 된 서비스나 상품 상담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22일 주말을 맞아 서울 명동을 찾은 직장인 장은미(28·여)씨는 브랜드 화장품 매장을 방문해 중국 교포 A씨의 안내를 받았다가 불만을 토로했다. 장 씨는 "제품 설명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준비한 것이라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걸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발음도 발음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들이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중국인 손님에게 더 집중하다 보니 한국인 소비자들은 손님 대접조차 못 받았다는 불평도 나온다.
대학생 김희주(22·여)씨는 “매장에 들어가면 아예 중국어로 말을 거는 통에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더구나 중국 관광객들에게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아 뭘 묻고 싶어도 물어볼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화장품 유통업체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만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명동은 하루 평균 유동인구 9만명의 국내외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해외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특히 최근엔 한·일관계 악화와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줄면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현재 화장품 브랜드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명동에만 18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전체 직원 195명 중 중국인 직원은 67%인 130명이나 됐다.
LG생활건강도 더페이스샵 5개, 비욘드 1개 매장을 명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 매장의 중국인 직원 비율도 아모레퍼시픽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중국어로 현지 사람과 소통하려면 한국에서 배운 실력으로는 어림없다”며 “화장품의 경우 어려운 용어도 많아 원어민 수준으로 설명하려면 중국 교포나 중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온바오 강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