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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역설] 한약 먹을 때 무 먹으면 안 되나?

[기타] | 발행시간: 2014.01.10일 09:38
환자에게 한약을 처방한 후 주의사항을 모두 설명한 후에도 환자들이 간혹 묻는 질문이 있다. ‘무를 먹어도 되느냐’라는 질문이다. 한술 더 떠 한약을 먹을 때 무를 먹으면 머리카락이 세냐고도 묻는다. 이러한 질문과 궁금증은 어디서 출발한 것일까.

한약을 처방할 때 어떤 약재들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고 어떤 약재들은 길항작용을 한다. 또 어떤 약재들은 함께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약재들의 궁합을 다룬 것을 배오금기법이라고 하는데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것들이 마치 인간의 마음과 같다고 해 이를 ‘약의 칠정(七情)’이라고도 한다.

한약과 무의 끈질긴 악연은 이 중 ‘상반(相反)’에 나온다. 상반은 함께 사용하면 독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함께 사용을 금하는 약재들을 말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이 지황(생지황, 건지황, 숙지황)과 나복자(무씨)의 관계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처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 숙지황은 많이 들어 봤겠지만 무씨를 약으로 사용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과거에는 무를 나복(蘿葍) 또는 내복(萊菔)이라고 불렀으며 약으로 사용했다. 우리말인 나박김치의 어원이 바로 나복이다. 무씨는 나복자(蘿葍子)라고 불렀는데 소화를 돕고 가래를 없애는 효능이 매우 좋아 요즘도 흔히 약으로 사용한다.

같은 십자화과인 순무는 만청(蔓菁) 또는 무청(蕪菁), 순무씨는 만청자(蔓菁子)라고 불리며 약으로 활용했다. 순무는 무청이라고도 하는데 무청시래기인 무청은 한글인 ‘무’와 푸른 잎을 뜻하는 ‘청(菁)’의 합성어로 순무의 한자이름인 무청(蕪菁)과는 다르다. 하지만 ‘무’라는 한글이름이 ‘무(蕪)’라는 한자어에서 유래한 것은 사실이다.

옛말에 ‘생지황을 심은 밭에 무를 심으면 생지황이 모두 죽고 무를 심었던 밭에 생지황을 심어도 생지황이 자라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서로 좋지 않은 궁합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생지황이나 숙지황이 들어간 한약을 처방할 때 먹어서 안 되는 것 중 하나로 무가 나온 것이다. 무씨와 무의 효능이 비슷하기 때문에 무도 못 먹게 한 것이다. 혹자는 익힌 것은 문제가 없고 날무만 피하면 된다고도 한다.

숙지황은 머리카락을 검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이러한 효능을 얻기 위해서는 숙지황이 신정(腎精)을 보하며 동시에 그 기운이 머리까지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무나 무씨의 가장 큰 효능은 소화를 도우면서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숙지황의 효능이 약해진다.

한편 무를 오랫동안 먹으면 수염과 머리카락이 빨리 센다는 속설은 무가 숙지황의 효능을 없애고 동시에 부작용을 일으켜 결국 머리카락이 세게 된다는 설로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마치 퍼즐 맞추듯 짜 맞춰진 얘기에 불과하다.

잘못된 한약상식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조선시대 이전의 의생(醫生)들부터 문초해야 할 것이다. 한약의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 것들을 피하기 위해 ‘머리카락이 셀 것이다’라고 겁줬을 것이고 이것이 지금까지 살이 붙어 구전돼 내려온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한약이나 음식들 사이에는 분명 궁합이라는 것이 있다. 숙지황과 나복자는 서로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약재일 뿐 머리카락이 세는 부작용은 없다. 숙지황과 나복자는 함께 사용해도 생화학적으로 독성이 생기지 않는다.

자신의 머리카락이 나이에 비해 백발이 성성한 원인을 어렸을 때 한약을 잘못 먹었기 때문이라고 핑계 대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제 억측은 그만두자. 우리가 알고 있는 한약과 무, 머리카락이 센다는 사실은 잘못 알려진 오해일 뿐이다.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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