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30만명의 랑팡市, 공장 유치 발벗고 나서다가 스모그 심해지자 입장 바꿔
오염 물질 배출 공장 이전 문제를 놓고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과 이에 인접한 위성도시 랑팡(廊坊)시가 한판 붙었다.
랑팡의 펑사오후이(馮韶慧) 시장은 "베이징이 1000여개 기업의 외부 이전을 추진 중이지만, 랑팡은 (이전처럼) 맹목적으로 이 공장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라디오망이 28일 전했다. 베이징과 불과 40여㎞ 떨어진 랑팡시의 인구는 430만명으로 베이징(2114만명)의 5분의 1 수준이고, 지역총생산은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동안은 베이징 공장 유치에 사력을 다한 위성도시였다. 그랬던 랑팡이 반기(反旗)를 든 것은 스모그 문제의 심각성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랑팡시 관계자는 "베이징에 필요 없는 오염 공장은 랑팡시도 필요 없다"며 "우리는 환경보호형 첨단 산업에만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과 랑팡 등 수도권 도시는 23~27일까지 닷새간 초미세 먼지(PM 2.5) 지수가 400㎍/㎥ 이상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16배를 넘겼다. 베이징에선 낮에도 자동차 전조등을 켜야 할 지경이다. 그간 베이징 공장을 꾸준히 유치해 왔던 랑팡시도 중국의 10대 대기오염 도시에 포함된다.
랑팡의 변화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지방 실적 평가와 인재 등용의 기준을 바꾼 것과도 관련이 있다. 시 주석은 "단순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만으로 영웅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인재 등용에) 생태 환경 지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지방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이징의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몇년 전만 해도 중국의 지방정부는 한국 기업이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무조건 환영하는 분위기였다"며 "지금은 오염 발생 여부부터 꼼꼼하게 챙긴다. 베이징뿐 아니라 우리도 오염 공장을 함부로 이전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랑팡시가 베이징의 압력을 얼마나 견딜지 지켜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