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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록]박 대통령-세월호 유가족 대표단 면담

[기타] | 발행시간: 2014.05.17일 00:25
박근혜 대통령과 세월호 가족 대표단과의 면담은 16일 오후 3시45분부터 5시13분까지 1시간28분간 진행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저녁 8시20분 춘추관을 찾아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다. 200자 원고지 145장 분량이다. 청와대가 외부 인사와의 면담 뒤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가족 앞에서 ‘대면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민 대변인은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느냐”는 질문에 “예, 눈물을 닦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청와대가 제공한 대통령과 대표단의 면담 대화록 요약.

박 대통령=그동안 정부가 구조 수색과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러가지로 부족하다고 느끼시고 서운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으리라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린다. 현장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지켜보신 유가족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느끼셨던 문제점들이라든가 또 바로잡아야 되겠다 하는 의견을 주시면 꼭 바로잡도록 하겠다.

유가족=아이를 잃은 아빠로서 그 비통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이를 잃고 난 이후에도 수습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절망감을 넘어 분노까지 이르게 됐다. 제 아이를 포함한 많은 희생자들이 우리나라 역사, 또는 세계의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가장 가치 있고 고귀하게 만들어 주시는 것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은 없는지, 정부에서 구상하는 어떤 방안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

박 대통령=지난 4월 16일 사고가 있기 전과 그 후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

유가족=구조 초기 해경이 왜 선내 진입을 안했는지 궁금하다. 또 물에 잠길 때 4반 아이들이 창문 유리를 깨려고 몸부림 치고 창에 기대어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그런 모습을 해경은 못봤는지 묻고 싶다.

박 대통령=지금 검·경수사본부에서 조사를 철저히 하고 있고, 또 저도 앞으로 개각을 비롯해서 후속조치들을 면밀하게 지금 세우고 있다.

유가족=수사본부에 해경이 들어가 있는데 해경을 조사한다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은 분명한 것 같다.

박 대통령=나중에 결과를 놓고 이런 것을 봐줬다든가 또는 적당히 넘어갔다든가 이렇게 되면 이 사회를 다시 바로 세울 수가 없지 않겠나. 잘 명심을 해서 나중에 흐지부지됐다든가 수사가 제대로 안 됐다든가 걱정을 하시지 않도록 제가 각별하게 챙기겠다.

유가족=아이들 죽음으로 인해 나라가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바탕이 됐으면 좋겠다.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는 기관을 별도로 세워서 강하게 대통령님께서 해 줬으면 좋겠다.

박 대통령=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이걸 계기로 대한민국은 그런 부패나 또는 기강해이라든가 또는 정말 헌신적으로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해야 될 사람들이 유착이나 이상한 짓 하는 것이 끊어지는 그런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야 지금 희생이 헛되지 않으리라 하는 우리 부모님, 또 유가족 여러분들의 생각에 저도 전적으로 같이하고 있다.

유가족=해경이나 해수부 소방방재청 등 각자 기능이 작동이 안되고 따로따로 이뤄지고 있었다. 국가안전재난처 신설하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신경 써달라.

박 대통령= 알겠다. 국가재난안전처를 만드는데 이것을 통해 국민이 고통과 재난을 당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그런 구조를 굉장히 고민을 하고 있다.

유가족=진상규명의 전 과정에 피해자 가족의 참여가 없다.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고, 모든 관련 공무원, 국회나 언론, 관련 민간인도 조사대상으로 해야 한다. 현장 조사와 청와대 보고부터 지시까지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진상조사기구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보장되어야 된다. 책임 있는 관련기관 및 그 관련자에 대해 행정적·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 관련법이라든지 관행 개선 등 확실한 재난방지시스템을 구축해 달라.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려면 현행법 보다는 특별한 법이 제정되어야 된다.

박 대통령=특별법은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진상규명을 하고 특검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뜻을 조만간 밝히려 한다. 유가족= 사실 이 내용은 지난 2주일 동안 가족들이 큰 틀에서 정말 밤새 싸워가면서 어떻게 하는 게 정말 아이들의 명예를 지키면서 나라를 살릴 수 있느냐,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다. 사실 저희들은 이런 표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다 정신병에 걸려 있습니다.

박 대통령=아이고.

유가족=제일 좋은 치유 방법은 지금 벌어진 수많은 문제, 억울한 것들, 이런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해결이 되고 또는 해결이 된다는 확신이 들면, 그러면 전문가들 옆에 안 붙어도 저희들은 고쳐질 것 같다. 한 달간 정말 많은 고민을 하셨을텐데 앞으로 담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주시겠지만 우리 가족들한테 먼저 말씀해 주시면 많은 위안이 될 것 같다. 첫번째는 저희 가족들이 주체적으로 참여를 해서 모든 것을 조사하고 수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해서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드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이 1년 동안 모든 전문가들이 다 참여해서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대책을 만들고 그 결과 더 신뢰감 있는 그런 국가 정부로 우뚝 서는 것을 목격을 하면서 우리도 그걸 한 번 해 보고 싶은 것이다.

유가족=우선 진상규명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가 이루어져야 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꼭 사람들이 ‘그러면 대통령이 목표냐,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이 목표인 거냐’라고 얘기를 한다. 저희는 그런 뜻이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 듣고 싶다.

박 대통령=국민들께는 말씀을 드리겠지만 특별법은 필요하다 그렇게 본다. 특검도 해야 된다. 근본부터 잘못된 것은 그냥 내버려두면 그게 또 그게 계속 자라가지고 언젠가 보면 또 부패가 퍼져 있고, 이렇게 돼서는 안 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다. 국정조사도 한다고 했고 수사도 하고 있으니 그런 모든 것이 차제에 또 부패방지법이 있지 않나. 그 부분도 강력하게 시행해야 된다,

유가족=국민과 정부와 모든 분들이 함께 범국민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수사권은 경찰과 검찰만 갖고 있어서 한계가 있다.

박 대통령=지금 수사 과정을 유족 여러분하고 철저하게 모든 것을 공유해서 그 뜻이 반영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것은 지켜봐달라. 민간에 수사권을 주는 것은 그게 효율적이겠느냐 하는 것은 좀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

유가족=여야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데 좀 그런 것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죽음이 빛이 나려면 상징적으로 될만한 그런 것이 돼야 하는데 없다. 세월호라는 저 배를 어떻게 하실 것인가.

박 대통령=유실이 안 되게 하는 것에 최대한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양을 비롯한 문제는 유족 여러분하고 의논드리겠다.

유가족=여기 계신 부모님들은 똑같다. 가정이 파탄이 됐다. 일을 못 나가시니 가난에 계속 시달리는 분도 계신다. 또 부모님이 너무 아파서 일을 안나간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그분들은 가난에 계속 시달리니까 생활전선에 뛰어드는데 일이 안 된다.

박 대통령=이게 워낙 큰 상처가 돼서 쉽게 아물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마음의 치료를 도와드리면서 생계나 생활안정에 어떻게 도와드릴 것인가, 물론 지금 긴급자금이라든가 급하게 해 드리고 그랬지만 앞으로 살아가셔야 되지 않겠나. 앞으로 좀 더 세밀하게 그런 것을 의논을 해서 어떻게 하면 생활이 안정될 수 있을까 챙기려 한다.

유가족=선생님이 많이 돌아가셔서 모자라다. 10명 정도의 선생님을 빨리 발령을 내야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느냐. 4월 17일 밤에 사고해역이 캄캄해져서 서해지방해경청장에게 ‘조명탄 왜 안쓰느냐’고 물었더니 ‘기존 조명탄은 효과가 없어 안 쓰고, 여기에 맞는게 있는데 부산이나 인천에서 가져와야 한다. 9시 10분에는 무조건 터트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날 한발도 안터졌다. 가족들은 어느 누가 무슨 얘기를 해도 믿지 못한다. 세번째 날까지 아무런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해경은 ‘가족 여러분이 원하시는 방법이 있으면, 저희는 최선을 다해 그 방법을 지원하겠습니다’이다. 지금까지 몇번씩 반복되는 대답이다.

유가족=제가 차고 있는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신분증이다. 이 신분증이 모든 게 잘 하나하나 밝혀지고 진상이 규명이 되고, 우리 애들이 웃을 수 있게, 지금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신분증이지만 다 밝혀지고 우리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신분이 될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 잠깐 이걸 보여드리고….

박 대통령=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고 영원히 기억되게 하고 그러려면 국민한테 헌신하는 그런 공직사회로 바꾸고 또 부패 구조도 뿌리를 뽑고 4월 16일 이후로 대한민국이 정말 역사에서 달라졌다는, 그 희생 위에서 이렇게 달라졌다는 것을 꼭 만들어내는 것만이 안타까운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이렇게 많은 상처를 받으신 유가족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길이라는 것 제가 계속 마음에 다짐하고 있다. 이것을 같이 풀어나가는 데에 한 치라도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

유가족=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이 제 소견으로는 방송이다. 진도에 있으면서 고립된 느낌을 받았다. 대통령님 만난다고 걸어서 진도교회까지 걸어갔는데 그게 대통령 귀와 눈까지 들어갔는지, 그런 부분에서 소외감, 분노, 허무함을 느꼈다.

박 대통령 = 여러분 마음을 자꾸 위로해 드리고 그 슬픔 속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해 드려야 되는데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린다.

유가족 = 아직 저희의 속이 확 뚫리지는 않아서 조금 아쉽다.

박 대통령 = 그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게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계기로 만들겠다.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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