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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플러스/이문원의 쇼비즈워치]‘2년 천하’ 마침내 3D 포기에 들어간 할리우드

[기타] | 발행시간: 2012.03.29일 11:36
[동아닷컴]

올해 1/4분기 할리우드 최대 기대작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의 북미지역 개봉 첫 주 흥행수치가 공개됐다. 전야제 포함 첫 주말 1억5253만5747달러.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다크 나이트'에 이어 역대 첫 주말 3위 기록이자, 속편을 제외한 영화들 중에선 역대 최고기록이다. 역대 3월 개봉작 중에서도 단연 1위다. 거기다 이 3일 동안만으로 '헝거 게임'은 제작사 라이온스게이트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영화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 중 한 장면.

물론 '헝거 게임'은 라이온스게이트가 판권을 사들인 시점부터도 이른바 '될성부른 콘텐츠'로 꼽히긴 했다. 상당부분 원작의 명성 탓이다. 수잔 콜린스가 2008년 발간한 원작소설은 현재까지 290만 부가 판매된 초대형 베스트셀러이며, 그 덕에 콜린스는 2010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헝거 게임' 원작은 광풍을 일으킨 '트와일라잇' 프랜차이즈처럼 10대 소녀층에서 열광적 반응을 얻어낸 칙릿(Chick-Lit)이었다. 곧 '헝거 게임'이 '제2의 트와일라잇'이 되리란 기대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이에 라이온스게이트 측은 1편 개봉 전부터도 2013년 11월 개봉 목표로 그 속편 제작에 돌입하기까지 했다.

● 다시 늘어나고 있는 3D거부-2D 블록버스터들

그리고 그 실제 성과가 기대한 최대치마저 능가한 지금, 그 성공원인 중 하나로 꽤나 특이한 부분이 지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헝거 게임'은 근 수년 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성공공식의 핵심처럼 여겨진 요소, 즉 3D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는 부분이다. '헝거 게임'은 오직 2D와 아이맥스 버전으로만 공개됐다.

왜 3D를 포기하고 2D로만 제작·상영한 점이 일대 흥행성공의 원인점으로 꼽히는 걸까. 하나씩 살펴보자.

지난해부터 3D 실사영화의 북미지역 수익은 사실상 명확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삼총사' '코난: 암흑의 시대' '샤크 나이트' '프라이트 나이트' '프리스트'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등 중급규모 3D 영화들 성적은 가히 처참한 수준이었고, '트랜스포머 3'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등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들도 전작보다 수익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프랜차이즈화를 꿈꿨던 '그린 랜턴' '그린 호넷' 등은 기대 이하 성적을 보인 뒤 모두 속편제작이 좌절됐다. 그야말로 '프랜차이즈 워너비'로만 그친 셈이다.

이처럼 재앙 수준의 2011년을 마감하면서, 미국영화산업은 3D가 오직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만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실사로는 더 이상 수익률조차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결론은 올해도 꾸준히 증명되고 있다.

현재까지 북미지역 흥행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한 실사영화 3편, '세이프 하우스'와 '서약', 그리고 '헝거 게임'은 모두 2D로만 제작·상영된 콘텐츠다. 반면 3D로 제작·상영된 '고스트 라이더 3D: 복수의 화신'은 전작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고, 무려 2억5000만 달러가 투여된 초대형 3D 어드벤처 '존 카터'는 제작비의 3분의 1도 채 못 건지리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3D로서 여전히 인기가 있는 건 '로렉스' 등 애니메이션이 대부분이다.

물론 올해도 3D 실사 블록버스터들은 여전히 많긴 하다. '어벤져스' '맨 인 블랙 3'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호빗' 등에 이르기까지 20여 편이 3D로 제작·상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점차 '3D를 택하지 않는' 블록버스터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2D로 제작된 영화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

'헝거 게임' 외에도 올해 최대 관심을 모으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런의 배트맨 프랜차이즈 3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 역시 2D로만 제작·상영될 예정이다. 놀런은 전작 '인셉션' 역시 2D로 만드는 등 애초부터 3D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여름 포문을 열 피터 버그 감독의 2억 달러짜리 블록버스터 '배틀쉽'도 2D로만 상영될 예정이며, 그밖에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GI 조 2' '본 레거시' '토탈 리콜' '익스펜더블 2' '007 스카이폴' 등도 3D에는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 북미 청년실업 사태, 40% 비싼 3D 입장료 감당하기엔 무리

사실 당연한 일이다. 애초 3D가 할리우드의 구세주처럼 여겨졌던 건 단순히 미래유행을 주도해나간단 측면 때문만이 아니었다. 영화산업의 가장 큰 딜레마, 즉 각종 레저거리들 개발로 전체 영화관객수가 떨어져가는 현실을 보완해줄 완충제 역할이 더 컸다. 평균 약 40%까지 비싼 3D 입장료는 줄어든 절대관객수를 메워줄 시장연착륙의 마법지팡이처럼 여겨졌다. 홈비디오 시장에 밀린지 오래된 극장관람의 프리미엄을 되살리는데도 3D는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문제는 영화 주 소비층인 10~30대가 이제 40% 비싼 3D 입장료를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는데 있다. 지금 북미지역은 어마어마한 청년실업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명문대 콜럼비아대 학생들조차 취업난에 허덕이다 결국 월스트리트 점령시위까지 나섰으니 말 다했다. 청년실업률로만 봤을 때 무려 18.1%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온 상황이다.

그러니 10~30대를 타깃으로 한 전형적 블록버스터들은 하나둘 3D 전선에서 물러나고 있는 것이다. 2D로 입장료를 적게 받더라도 오히려 그 편이 10~30대 접근성이 좋아 전반적으로 더 나은 흥행을 보장한다는 결론이 섰기 때문. 특히 10대 중심으로 원작소설이 팔려나간 '헝거 게임' 같은 콘텐츠는 더더욱 2D로 내놓는 편이 유리해진다. 그런 까닭에 북미지역 각종 영화미디어들도 '헝거 게임'의 어마어마한 첫 주 기록에 대해 "2D의 성과"란 평가들을 거리낌 없이 내놓는 것이다.

반론이 나올법하다. 현재 3D 영화는 3D로만 상영되고 있는 게 아니다. 거의 대부분이 2D와 3D 양쪽 버전으로 각각 상영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만약 40%가량 비싼 입장료가 부담이 된다면 그냥 2D로만 관람하면 될 뿐, 3D 콘텐츠 자체를 외면하게 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대중심리 차원에서 보면 상황이 다르다. 3D로 제작된 영화는 2D·3D 동시상영 되더라도 3D로 보지 않으면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 아예 관람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D·3D 동시상영 시 3D 관람율은 2009년 40%대에서 2011년 70%대까지 성장한 상황이다. '볼 사람'은 3D로만 보는 풍조가 자리 잡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그 '볼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 게 문제란 얘기다. 그러니 아예 처음부터 2D로만 제작·상영시키는 게 보다 높은 접근성과 만족도를 보장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

결국 3D로 제작·상영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프리틴 시장, 즉 12세 이하 유소년층을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 시장밖에 남지 않게 됐다는 얘기다. 본인들 선택은 주저하더라도 자녀를 위해서만큼은 더 비싼 입장료를 감당하려는 게 부모들 심리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 나면, 현재 상영 중인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2: 신비의 섬'처럼 소수의 프리틴용 실사영화 정도만 효과를 나눠받는 실정이다. 마찬가지로 부모들이 자녀들에 주는 '선물' 차원인 탓이다.

이처럼 점차 줄어가는 전체 실사 3D 제작·상영률과 그대로 파이를 유지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3D 제작·상영률을 감안해볼 때, 수년 뒤 3D는 오직 애니메이션과 극소수 프리틴용 실사영화들에만 적용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 청년실업 상황은 비단 북미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여기서 또 다른 반론도 나올 법하다. 아직까지도 북미지역 외 해외시장은 3D 충성도가 부단히 높다. 지난해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트랜스포머 3'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등 북미지역 흥행이 시원찮았던 3D 블록버스터들이 모두 전 세계 흥행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한 것도 열렬한 해외시장 충성도 덕이 크다. 블록버스터의 해외수익 비중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는 현실에, 오직 북미지역에서의 외면만을 토대로 3D를 포기한다는 건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것.

물론 지금 상황만으로 놓고 본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북미지역 외 상황도 사실상 북미지역과 유사하거나 그보다 더 심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북미지역이 화수분처럼 여기는 해외 대형시장들을 살펴보자.

먼저 세계 6~7위권 영화시장인 한국은 사실상 주요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실업률이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대중문화상품 주 소비층인 청년층 실업률은 마찬가지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월 평균실업률은 4.2%대에 머문 반면, 청년실업률은 그 배인 8.7%까지 올라있는 상황이다. 일본 역시 평균실업률은 4.6% 정도지만, 청년실업률은 그 배인 10% 내외를 오가고 있다. 10~30대 타깃 실사 3D 블록버스터가 활개 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유럽 사정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장난'이다. 세계 10대 영화시장에 너끈히 드는 이태리는 현재 15~24세 청년실업률이 30%대를 넘나드는 실정이다. 할리우드 영화 충성도 측면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영국도 청년실업률은 20.4%까지 이른 상태다. 물론 그밖에도 많다. 스페인과 그리스도 마찬가지로 평균실업률이 25%대에 육박하고 있고, 유럽 전체 기준으로도 평균실업률은 10%대에 이르고 있다. 영화에 40%가량 웃돈을 더 얹어주고 볼 만한 환경이 도저히 못 되는 것이다.

결국 현재 해외시장의 3D 충성도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이는 곧 '꺼질 수밖에 없는 불꽃'이라는 게 명약관화(明若觀火)의 현실이란 얘기다. 미래시장 차원에서 확대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다. 그리고 이미 그 징표도 나타난 상황이다. 근 1~2년 새 한국, 일본, 이태리, 프랑스 등 세계 굴지의 영화시장들에선 자국영화 점유율이 일제히 급상승했다. 그런데 그 원인을 할리우드 외 각지 영화들의 2D 집중도 차원에서 해석하는 흐름도 존재한다. 끊임없이 3D 콘텐츠를 내밀며 넌지시 더 비싼 입장료를 요구하는 할리우드 콘텐츠보다 차라리 2D로 '정상적인' 입장료만을 받는 자국 콘텐츠에 더 만족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 3D 시각피로, 블록버스터 방향성과 만나면 더욱 극심해져

물론 단순히 비싼 입장료 탓만으로 실사 3D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일고 있는 건 아니다. 3D 기술 자체의 결함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애초 '아바타'가 제시한 3D 표현양식 자체가 상당부분 결함을 포함하고 있는 '불량품'에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매일경제 3월7일자 기사 '3D 영상 볼 때 눈 피곤한 까닭'은 중앙대병원 안과 문남주 교수팀이 지난해 9~12월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3D 영상 시청 시 눈 피로도와 연관되는 안과적 인자 규명'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며 "3D 영상 시청 시 조절과 눈모임 능력 감소로 인해 눈에 가깝게 다가오는 것으로 느껴지는 3D 효과에 인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며 "이로 인해 3D 영상 시청 시 눈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D 영상 시청 시 유의사항으로 "1시간 시청에 5~15분 정도 휴식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내용은 많건 적건 '아바타' 당시부터 제기된 문제긴 하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새로 나온 발명품의 신기함 탓에 시각피로 문제가 크게 대두되지 않다가, 이제 신기함은 사라지고 형식 정착시기가 되니 근원적 결함이 대중 차원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3D 영화 '아바타'.

더 큰 문제는 3D 형식이 지금의 블록버스터 방향성과는 더더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전반적으로 상영시간을 2시간 이상으로 늘려 다소 긴 내러티브를 보유하게 됐다. 시각적 경이만을 선사하는 방식으론 대중만족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점을 확인, 볼거리도 있으면서 내용도 충분한 형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블록버스터 황제 제임스 카메론의 1990년대 이후 작품들 평균 러닝타임은 약 2시간39분, 바통을 이어받은 블록버스터 소황제 마이클 베이도 전 작품 평균 러닝타임은 약 2시간27분 정도다. 1980년대 기준으론 가히 에픽 급 내러티브다.

이러니 근래 블록버스터들은 사실상 3D와는 상극관계에 놓인 셈이다. 앞서 문남주 교수도 지적했듯 3D 시청으로 인한 눈의 피로는 1시간 시청에 5~15분 정도 휴식을 요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 드라마나 코미디보다 30분 이상씩 상영시간이 긴 블록버스터에 3D를 접목하려 하니 시각피로는 더욱 극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 실제로 한국에서도 시각피로 탓에 점차 3D를 멀리하는 관객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는 꾸준히 이어진 바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 탓에 3D는 역시 애니메이션에 더 적합한 형식이란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유소년층을 타깃으로 삼은 탓에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90~120분 사이로 러닝타임이 굳어있는 상황이다. 일반 블록버스터들보다 많게는 1시간 가까이 상영시간이 줄어있단 얘기다. 시각피로 측면에서 장르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한편 관람 감흥 차원에서도 주로 내러티브에 집중하는 10~30대용 콘텐츠에 비해 유소년층용 콘텐츠가 더 3D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비주얼적 충격을 가져다주는 3D는 오히려 내러티브 집중에 방해되는 경향이 있지만, 유소년층용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내러티브가 희박한 유원지형 어트랙션이어서 오히려 3D로 봤을 때 감흥이 더해진다는 분석이다.


● 3D 광풍이 흩뿌리고 간 '뒷감당' 거리들

이 같은 3D 비관론, 또는 3D 한계론은 2009년 겨울 '아바타'와 함께 밀려들어온 어마어마한 3D 광풍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참 허탈한 일일 듯싶다. 당시만 해도 세상의 모든 영화가 결국은 3D화 되리라는 전망이 당연한 듯 제시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다음해인 2010년부터도 3D는 중급영화들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지난해엔 3D 절대보루였던 애니메이션마저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 대실패와 함께 물음표를 그리게 됐다. 1억7000만 달러가 투여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3D 영화 '휴고'는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등 무려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불과 1억6549만3753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마케팅 비용과 극장부율을 제하고 나면 2차 시장 수익을 감안해도 적자를 면치 못하리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젠 아무리 완성도가 높아도 '무조건 프리틴'을 향하지 않으면 시장이 나오지 않게 됐다는 방증이다.

흥미로운 점은, 3D가 광풍처럼 몰려들어온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란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1950년대 초에 한 번, 그리고 1980년대 초에 또 한 번 이런 분위기가 연출된 바 있다. 1950년대 초에 '브와나 데블'이나 '하우스 오브 왁스' 같은 호러영화들이 3D로 무장해 B급영화 시장을 강타했다면, 1980년대 초에는 '죠스 3D' '아미티빌 3D' '13일의 금요일 3' 등 호러영화들과 '스페이스헌터' '메탈스톰' 등 SF영화들이 3D를 장착해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모두 2~3년 정도 성행하다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이런 점에서 3D 비관론, 3D 한계론의 실체는 입장료 상승이나 시각피로 등 명확한 경제적·육체적 요인에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입장료 하락과 시각적 피로를 줄이는 기술이 고안된다 해도 3D는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 3D라는 형식 자체가 어쩌면 그저 '유행'에 불과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절묘하게 30년 주기로 밀려들었다 빠져나가는 유행이다.

1950년대에도 1980년대에도, 3D 열풍이 가라앉은 이유는 대개 비슷했다. 역시 영화는 눈요기가 아니라 명확한 내러티브를 통해 인물과 인물들의 얘기를 들려주는 매체, 그리고 인물과 인물들의 얘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들려주는 형식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매체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기본 중의 기본'이 지겨워지기 시작할 때쯤 잠깐 분위기를 환기시켜준 뒤 다시 사라지곤 하는 게 3D 또는 그에 준하는 시청각적 발명품들의 역할이자 한계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제 3D 관련 진정한 화두는 다른 곳으로 옮겨질 필요가 있다. 소위 '뒷감당' 차원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금은 1950년대나 1980년대처럼 그냥 그렇게 유행이 지나가버리는 걸로 상황이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일제히 3D 장비들을 사들이고 심지어 4D까지 실험하고 있는 극장들 문제는 그렇다 치자. 너나 할 것 없이 3D TV 제작에 나서 지속적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 뒷감당은 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거기다 일시적 3D 붐으로 생성된 각종 관련기업들은?

결국 이 같은 2010년대 3D 광풍의 찬란한 시작과 지저분한 몰락은, 기술적 진보와 예술이 만나 일어난 각종 현상들에 하나의 분수령을 제시해주고 있다. 기술+예술의 형태에 있어 그 방점을 '예술'에 찍지 않고 '기술'에 찍었을 때 과연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는지 지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3D 광풍의 '30년 주기설'이 맞는다고 쳤을 때, 다가올 다음 번 3D(아마 홀로그램일는지도 모르겠다)광풍 시점인 2040년대엔 이런 식의 부작용이 최소화되길 기대할 따름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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