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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진, 촉감 느끼는 義手 개발
센서가 촉감 정보 컴퓨터에 전달… 촉감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에 보내
93%가 눈 감고 체리 꼭지 분리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임플란트 팔
뼈에 연결해 움직임 자유로워져
전극을 몸 안 근육·신경에 연결… 감염 걱정 없고 신호 더 잘느껴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이고르 스페틱(49)씨는 4년 전 사고로 오른손을 잃었다. 의사들은 근육 움직임을 감지해 작동하는 로봇 손을 이식했다. 이 로봇 손은 촉감이 없어 물체를 너무 세게 또는 약하게 쥐는 바람에 접시를 깨뜨리거나 과일을 뭉개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스페틱씨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2년 전 새로 이식한 로봇 손 덕분에 솜이나 물방울이 닿는 미세한 촉감까지 감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각대로 움직이고 촉감까지 느낄 수 있는 '로봇 의수(義手)'가 개발됐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의 더스틴 타일러(Tyler) 교수는 지난 8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스페틱 등 두 환자가 로봇 의수를 쓴 결과를 발표했다. 종전에도 비슷한 연구가 있었지만 대개 실험실에서 한 달 이내 작동하는 데 그쳤다. 이번 로봇 의수는 처음으로 1년 이상 사용해도 별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로봇 손에 압력 센서를 10개 이상 달았다. 로봇 손에 물체가 닿으면 압력 센서가 컴퓨터로 촉감 정보를 보낸다. 컴퓨터는 촉감에 맞는 전기신호를 만든다. 전기신호는 피부 안쪽에 연결된 전극을 통해 신경으로 전달된다. 뇌는 신경이 보내온 전기신호를 통해 촉감을 느낀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기존 로봇 손으로 체리 꼭지를 따면 체리가 손에서 빠지거나 뭉개지는 등 57%가 실패했다. 하지만 촉감을 가진 로봇 손은 실패율이 7%에 그쳤다. 눈을 뜨고 실험하면 기존 로봇 손은 성공률이 77%였지만 새 로봇 손은 100%였다. 올 2월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 연구진도 촉감을 가진 로봇 손을 발표했지만 1주일간 실험 사용하는 데 그쳤다. 이번에는 두 환자가 각각 1년 반, 2년 로봇 손을 작동했다. 환자들은 "예전의 손 감각을 되찾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스웨덴 찰머스 공대의 막스 오르티즈-카탈란(Ortiz-Catalan) 교수도 같은 날 운동과 감각이 통합된 로봇 팔을 발표했다. 스웨덴 팀은 로봇 팔의 물리적 안정성에 중점을 뒀다.
지난해 1월 연구진은 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트럭 운전사에게 로봇 팔을 이식했다. 로봇 팔은 치아 임플란트처럼 티타늄 나사로 환자의 뼈에 직접 연결됐다. 과거 로봇 팔은 전구 소켓처럼 남은 팔에 씌우고 어깨에 장착한 압박대로 고정하는 식이었다. 그 때문에 팔을 올리거나 내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임플란트식 로봇 팔은 그런 문제가 없어 머리 위나 발끝까지 뻗을 수 있다. 로봇 팔을 작동하는 힘도 5분의 1로 줄었다.
모든 전극이 몸 안으로 들어간 것도 장점이다.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해 피부에 연결한 전극은 빠지기 쉬웠다. 감염 우려도 있었다. 추운 날이면 외부에 드러난 전극이 제대로 신호를 감지하지 못했다. 스웨덴 연구진은 로봇 팔과 뼈를 잇는 나사 안쪽으로 전극들을 집어넣어 근육과 신경에 연결했다. 트럭 운전사는 로봇 팔 덕분에 예전처럼 일할 수 있게 됐다.
운동과 감각의 통합으로 로봇 의수가 몸과 하나가 되면서 '환상지(幻像肢)' 통증도 사라졌다. 환상지는 절단 수술받은 환자가 사라진 손에서 손톱이 뽑히거나 기계로 손을 으깨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플로리다대의 케빈 오토(Otto) 교수는 '네이처'지 인터뷰에서 "이번에 나온 연구들은 로봇 의수의 가장 큰 한계들을 극복했다"며 "두 연구를 하나로 합치면 엄청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티즈-카탈란 교수도 "미국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빌려 우리가 약한 촉감 부분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