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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참담한 흥행 실패, 영등위만 탓할 일인가?

[기타] | 발행시간: 2014.10.14일 13:39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맨홀’(신재영 감독)은 제작사나 출연 배우의 이력과 영화가 얼마나 무관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시사회를 놓친 탓에 지난 주말 이 영화를 보면서 ‘7번방의 선물’을 제작한 영화사 작품이 맞는지, 정유미 김새론은 왜 이 스릴러를 선택했는지 여러 번 궁금했다. 극장을 빨리 탈출하고 싶었던 기분이 든 건 ‘몬스터’ 이후 몇 달 만이었다.

8일 뚜껑을 연 ‘맨홀’은 첫 주말 누적 10만7000명을 모으는데 그치며 박스오피스 8위에 턱걸이했다. 일요일이던 지난 12일 하루 관객 수를 살펴보면 더 참담하다. 같은 날 개봉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만6000명 선이었다. 2012년 개봉해 무려 1281만 명을 끌어 모은 대박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제작사가 2년도 안 돼 왜 이런 굴욕적인 스코어의 주인공이 돼야 했을까.

제작사와 투자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에 대한 답을 꺼리면서도 영등위 등급을 흥행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는다. 15세 관람가를 염두에 뒀는데 등급 심의 과정에서 청불을 통보받는 바람에 편집과 마케팅 일정 등이 모두 헝클어졌다는 얘기다. 영등위는 최근 박선이 위원장을 제외하고 심의위원들이 모두 바뀌었는데 초기이다 보니 등급 수위가 예전보다 깐깐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제로 ‘맨홀’ 제작진은 영등위로부터 청불 등급을 받자마자 지적 받은 장면을 손본 뒤 재심을 넣었다. 어떻게든 흥행에 유리한 15세를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피가 나오는 유혈신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잔인한 살해 장면과 청소년들의 모방범죄가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개봉일을 조절할 수 없었던 ‘맨홀’ 측은 억울하지만 재심 버전으로 개봉을 밀어붙여야 했다.

영등위의 심의 기준이 합리적이고 적절한가에 대해 늘 많은 논란과 잡음이 나온 건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비슷한 장면과 대사를 놓고도 판이한 시각과 잣대가 적용돼 많은 갈등과 뒷말을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프로 제작사라면 영등위의 이런 들쭉날쭉 선정 기준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했다. 최악의 경우 청불이 나오더라도 드라마가 훼손되거나 주인공의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선택 가능한 소스와 편집점을 다양하게 준비해 놓았더라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맨홀’은 그런 여유와 치밀함을 전혀 갖추지 못한 것 같다. 영상물 등급위에 최초 심의를 넣었을 때 버전이 얼마나 박진감 넘치고 훌륭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핸디캡을 감안한다 해도 과연 ‘추격자’나 ‘숨바꼭질’ 같은 수작이었을까 의문이 남는다. 경찰을 농락하며 신출귀몰해야 할 납치범은 신이 아닐까 싶을 만큼 전지전능하고, 피해 여성들도 조금만 조심하면 범행을 피할 수 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다운로드 용량조차 아깝다'는 한 네티즌의 절망적인 후기가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었다.

이렇게 최소한의 개연성이 무시되고 이야기가 뒤죽박죽이다 보니 중반부터 끓어올라야 할 범인에 대한 분노와 희생자의 안타까움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그나마 자매로 나온 정유미 김새론의 안정감 있는 연기가 아니었다면 아마 인내심이 바닥을 보였을지 모른다. 인터뷰를 찾아보니 정유미는 대학 동기인 신인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10년간 인디 쪽에 있다가 ‘맨홀’로 첫 상업 장편에 도전한 동기를 위해 처음으로 스릴러를 택한 것이었다.

누가 뭐래도 ‘맨홀’의 흥행 참패의 1차 책임자는 감독이다. 원하던 등급이 안 나왔고, 촬영 환경이 열악했고, 관객들이 왜 내 영화를 몰라주냐며 억울해하는 건 아마추어들이 흔히 범하는 퇴행 현상들이다. 냉엄한 프로의 세계에 진입했다면 누가 뭐래도 결과물에 책임져야 하고, DCP를 뜬 완성본에 자신의 모든 걸 담아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수직계열화가 심해지는 한국 영화계에서 신인 감독이 얼마나 자기의 영화적 소신을 지켜낼 수 있느냐로 범위를 좁혀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합의된 예산과 횟차를 준수하면서 최종 편집권을 쥔 제작사, 투자사와 맞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엄연히 해고 사유가 있었지만 30여년간 영화 현장을 지킨 이명세조차 촬영 중 연출자가 교체되는 살벌한 시대 아니던가.

‘맨홀’의 흥행 실패는 단지 과유불급을 노출한 연출자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보단 ‘우리가 천만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라며 자신의 기획을 맹신하고 자기 검열에 소홀해진 제작진과 이들의 충직한 파트너가 돼주지 못한 투자사, 감독이 중심을 잡지 못 할 때 직언에 인색했던 동료 스태프들도 이 실패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사람들이다.

bskim0129@gmail.com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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