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자판기에서 초콜릿 바 메뉴를 선택한다. 그런데 자판기는 판매를 거부한다. 자판기는 내가 비만이니 메뉴를 바꾸라고 한다’
고객이 누르는 대로 담배, 과자, 커피를 무제한으로 토해냈던 멍텅구리 자판기가 이처럼 똑똑한 자판기로 변신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안면 인식 기술을 채용한 ‘루스X2 터치TV’ 자판기가 지난 10월에 출시됐다. 이 자판기는 손님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고, 손님 취향도 기억한다. 또 손님의 연령, 의료 기록, 영양학 정보, 구매 이력 정보 등에 따라 특정 제품 판매는 거부할 수도 있다.
[사진=텔레그래프]
예컨대 학교 주변에선 미성년자에게 담배 판매를 거부할 수 있다. 체육관 근처에선 고객 정보를 미리 입력해 두고,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겐 고칼로리 스낵 판매를 거부할 수 있다. 또 병원에선 사전 입력된 환자 정보에 따라 당뇨병 환자에게는 가당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식이다.
이 자판기에는 모션센서가 달려 있어, 사용자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인사 영상이 뜬다. 회색 상의를 차려 입은 이탈리아 남자가 기본 설정으로 돼 있다. 사용자가 자주 주문하는 아이템을 입력해둬 주문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제품 개발사인 스마트 벤드 솔루션스는 앞으로 나올 새 버전에는 사용자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서 관련 정보를 읽을 수 있는 근접 센서가 장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말콤 스탠데이지 마케팅매니저는 “자동 소매업의 미래를 재정의하는 제품”이자 “영국의 기업과 소비자에게 무한한 혜택을 주는 진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자판기가 소비자의 구매의 자유를 침해하고, 개인 구매 이력을 타인이 엿볼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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