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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보듬는 섬…제주도 ‘힐링 투어’

[기타] | 발행시간: 2012.04.12일 08:40
[헤럴드경제=박동미 기자]방송도 책도 음악도 ‘힐링(Healing: 치유)’을 말하는 시대다. 치열한 경쟁, 팍팍한 삶에 지친 사람들은 ‘위로’를 찾는다. 떠올리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3분50초짜리 걸그룹 노래도 있고, 2시간짜리 멜로영화도 있다. 또는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아파도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책 한 권이 상처를 보듬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 손 거쳐온 위로품들은 조금 아쉽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연을 찾는다. 예년보다 꽃소식도 늦다. 봄은 어디쯤 왔을까. 남쪽으로 자연스레 눈을 돌린다. 벚꽃이 아니라면 노오란 유채꽃은 어떨는지. 제주도로 간다. 세계 7대 자연경관 논란, 강정마을 구럼비 발파 등 어쩌면 사람보다 더 아플 섬에게 ‘치유’를 부탁했다. 섬은 사람을, 사람은 섬을 서로 어루만지는 ‘힐링 투어’다.

▶유채꽃 사라진 제주도…‘치유의 섬’이 되다= 기억과 상상 속의 제주도는 유채꽃 만발한 봄이다. 돌하루방 앞엔 기념촬영 하려는 신혼부부들이 줄을 섰다. 이제 ‘신혼여행지’ 제주도는 부모님 사진첩에 박제됐고, 섬 전체를 노랗게 물들이던 유채꽃밭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부분 사라졌다. 관광객들을 위한 구색 맞추기용 유채꽃 언덕에선 몇천원을 내야만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요즘 제주도는 ‘올레길’로 통한다. 이를 벤치마킹해 일본 규슈 지역에도 올레길이 생겼다. 한라산 중턱을 둘러볼 수 있는 ‘둘레길’ 도 개발 중이다. 하지만 걷기 열풍과 함께 우후죽순 뚫리고 있는 ‘길’보다는 날것 그대로의 ‘숲’이 ‘치유 여행’에 더 적합하다. 천년 가까운 비자나무 자생지, 제주도만의 독특한 지형 곶자왈 그리고 서늘한 기운이 가슴을 뻥 뚫어주는 삼나무숲까지. 천천히 숨쉬고 걷는다. ‘힐링’ 은 그렇게 호흡하듯 이뤄진다.

▶비자림(榧子林)에서의 1시간…‘디톡스(Detox: 해독)’ 맛보기= 제주시 북동쪽 성산읍에 위치한 비자림은 이름 그대로 비자나무 숲이다.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최소 500년에서 800년이 넘는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밀집해 있다. 비자열매는 예부터 ‘눈을 밝게 하고 양기를 돋우는’ 약재로 알려져 있으며, 이 나무로 만든 바둑판은 매우 고가에 거래될 만큼 품질이 우수하다.

숲 초입의 넓은 길은 잠시다. 안으로 접어들수록 비자림은 오밀조밀한 길만을 내어준다. 송이(붉은색 화산석 ‘스코리아’의 제주도 방언)길을 걸을 때마다 자박자박 ‘제주도 소리’가 난다. 제주큰오색딱따구리, 팔색조 등 숲을 뒤덮는 새소리는 산림욕 효과를 높인다. 824살로 국내 최고령 비자나무인 ‘새천년비자나무’와 연리목(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줄기가 이어져 하나로 자라는 현상)을 둘러보는 기본코스는 30분, 돌멩이길을 따라서 돛오름(해발 287m) 인근까지 다녀오면 1시간10분 걸린다. 출구 300여m 전부터 낮고 거무스름한 돌담길이 이어진다. 제주도만의 운치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지점.

▶에코랜드에서 ‘제주의 숨골’ 곶자왈 탐방= 비자림로를 따라 자동차로 20분 정도 올라가면 에코랜드가 나온다. 제주 동북부에서 남서쪽으로 내려오는 길이지만, 한라산이 있는 중앙부로 가기 때문에 높이상 고지대로 움직이는 셈이다.

차가 입구에 다다르자 귀가 먹먹해진다. 해발 400~450m 지점에 있는 에코랜드는 골프장ㆍ리조트가 연계된 테마파크로,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생태환경 ‘곶자왈’ 지대다. ‘곶자왈’은 제주도 사투리로, 숲을 지칭하는 ‘곶’과 암석ㆍ가시덤불이 뒤엉킨 모습을 뜻하는 ‘자왈’이 합해졌다. 한마디로 바위 위에 생겨난 숲이다. 한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고, 비가 오면 전부 스며들어 지하수를 이룬다. 곶자왈이 제주의 숨골 혹은 허파라고 불리는 이유다.

영국에서 공수해 왔다는 기차를 타고 에코랜드 안으로 들어간다. 곰취ㆍ고사리 군락지를 비롯해 산딸나무ㆍ팽나무ㆍ신벚나무 등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강인한 생명들을 만난다. 총 22개 역을 지나는데,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역에서는 기관사가 직접 “안 내리시면 후회합니다”라며 승객들을 독려한다. 피크닉가든역에는 의자와 식탁이 마련돼 있어,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으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사려니숲길, ‘에코 힐링’의 절정= 곶자왈 지대 탐방 후엔 신발끈을 더욱 단단히 조여매야 한다. 이제부터 최소 3시간은 걷는다. 비자림으로부터 물찾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사려니오름까지 15km가량 이어지는 사려니숲길이다. 한라산 방향으로 약 100m쯤 더 높아졌다. 에코랜드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다.

삼나무가 우거진 사려니숲에 들어서니 4월인데도 한기가 느겨진다. 해발 500m다. 손이 시려울 지경. 그런데도 ‘따뜻하게 입고 올걸’ 하는 후회보다 시원한 여름숲이 기대되는 건 오전 내내 행한 ‘힐링’ 덕분인지도 모른다. 1km 정도 걸어 들어가니 휴대폰 수신안테나가 사라진다. ‘뭍’을 잊고 온전히 쉬라는 사려니숲의 ‘배려’다.

사려니숲길은 올레길, 한라산 둘레길과 함께 제주 3대 걷기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 식물이 방출하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신경 안정과 면역력 강화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며 더욱 조명받고 있다. 그래서 최근 ‘산림 치유’ 명소가 됐다.

숲길 걷기에 과욕은 금물이다. 갈 수 있는 만큼만 걷다 되돌아와도 괜찮다. 목적은 쉼과 치유다. 완주를 통한 ‘고통스러운 영광’은 ‘힐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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