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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이 앞뒷날보다 더운 건 과학현상 아닌 ‘우연’

[기타] | 발행시간: 2015.07.27일 02:05

올해 초복인 13일 비가 오는 날씨에도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집 앞에 손님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올해 초복은 7월13일이었다. 이날 강릉(일 최고기온 31.3도)과 제주(33도) 등지는 제법 높은 기온을 보였지만 서울(24.9도)과 부산(24.8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은 장맛비까지 겹쳐 초복다운 날씨를 보이지 않았다. 10개 도시 평균 일 최고기온도 27.4도로 2000년대 이후 2006년(7월2일, 22.8도)에 이어 둘째로 기온이 낮은 초복으로 기록됐다. 충북 보은에도 이날 4㎜의 비가 와 낮 최고기온이 26.6도에 머물러 ‘삼복에 비가 오면 보은 처자의 눈물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는 속담이 현실이 됐다. 굵고 맛있는 대추가 열린다는 보은에서 삼복에 비가 오면 대추꽃이 떨어져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속담이다.

우리나라에서 삼복은 한식처럼 관습적 기념일인 잡절의 하나다. 삼복은 초복·중복·말복을 말한다. 복날의 기원은 중국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마천의 <사기>에 “진의 덕공 2년(679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낼 때 성안 4대문에서 개를 잡아 올려 제사를 지냄으로써 충재(벌레 재난)를 막았다”고 기록돼 있다.

절기에 천간을 붙여 만든 잡절

하지에서 세번째 경일이 초복

입추에서 첫번째 경일이 말복

보신탕 복날과 무관…선호도 급감

“삼계탕 모두에게 좋은 건 아니다”

삼복의 날짜는 절기와 연관돼 있다. 절기는 고대 중국의 대표적 수도인 장안(현 시안)을 기준으로 황경(지구에서 바라볼 때 태양이 1년 동안 한 바퀴 도는 궤도)을 따라 24등분으로 계절을 세분한 것을 말한다. 황경이 0도일 때를 춘분으로 해서 90도면 하지, 180도가 추분, 270도가 동지다. 시안은 위도가 북위 35도로 광주(북위 35.1도)와 비슷한 위치여서 중국의 절기는 우리나라와 계절적으로 비교적 잘 들어맞는다. 삼복 가운데 초복은 하지로부터 ‘세번째 경일’로 정한다. 경일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천간 가운데 일곱번째를 말한다. 음력 달력은 매일 10천간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지지를 결합해 날을 정하는데, 천간 ‘경’(庚)이 들어간 세번째 날이라는 뜻이다.

올해 하지는 6월22일로, ‘기사’일이다. 이날부터 세번째 경일이 7월13일로 ‘경인’이다. 중복은 하지로부터 네번째 경일, 곧 초복에서 열흘 뒤이다. 올해는 7월23일이다. 말복은 24절기 중 입추(황경 135도) 다음 첫 경일이다. 올해는 입추가 8월8일이어서 다음 첫 경일인 12일(경신)이 말복이다.

엎드린다는 뜻의 복(伏) 자는 사람 인(人)과 개 견(犬)이 합쳐진 상형문자이지만 ‘보신탕’(개장국)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음양오행설의 상극관계인 ‘화극금’(火克金)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여름에 해당하는 불이 성해 가을의 기운에 해당하는 쇠를 누른다는 뜻이다.

예전부터 삼복더위를 피하려고 고려 때는 관리한테 사흘 휴가를 줬다는 기록이 있고, 임금이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삼복에는 공역을 금하거나 관리들한테 얼음을 나눠줬다는 얘기가 담겨 있다. 고종 때 세운 신학교의 방학은 ‘초복에서 말복까지 무더운 때’였다.



실제 복날은 더울까? 덥다면 왜 그럴까? 1970~2014년 45년 동안의 10대 도시 초·중·말복 일 최고기온 평균을 보면, 초복날은 28.9도, 중복은 30.5도, 말복은 30.6도이다. 삼복 평균은 30.0도로 10대 도시 여름철 평년(1980~2010년 30년 평균) 일 최고기온 28.6도보다는 1.4도가 높다. 지난 45년 동안 가장 더웠던 초복 기온은 1994년 강릉(7월13일)의 39.3도이다. 이는 7월 최고기온 극값 2위이다. 중복은 역시 1994년 서울·전주의 38.2도로 역시 최고기온 극값 2위였다. 말복은 1990년 대구(8월13일)로 38도가 기록됐지만 평범한 수준이었다.

서울은 1973년부터 2012년까지 40년 동안 초복·중복·말복 전날과 다음날의 평균기온이 0.4~0.5도 낮았다. 복날이 평일보다 더 더운 것은 적어도 통계적으로는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민병희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하지나 입추는 태양의 궤도와 관련이 있어 기후학적 통계가 의미가 있지만 10천간에 따라 정해지는 복날은 수학적, 기상학적 관련성과 거리가 있다. 복날 평균기온이 앞뒷날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우연일 뿐”이라고 말했다.

‘삼복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든다’는 속담처럼 삼복 기간은 여름철 혹서기와 겹친다. 우리 조상들은 예전부터 삼복날 더위를 견디려고 보양식을 즐겨 먹었다. 최근의 설문조사에서는 보양식으로 ‘삼계탕’이 압도적인 선택을 받고 있지만 옛기록에는 팥죽이나 경단을 꿀물에 넣어 얼음에 잰 ‘수단’, 닭을 삶은 물에 들깨(임자수)를 갈아넣어 만든 냉탕인 ‘임자수탕’, 호박부꾸미 등이 복달임 음식으로 나온다. 그러나 삼계탕이 모든 사람한테 좋은 것은 아니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반연구부장은 “닭은 양기가 많은 동물이다. 따라서 닭고기는 따뜻하고 활동적인 기운이 부족한 소음인한테 좋은 음식이 될 수 있다. 삼계탕·보신탕과 같은 보양식을 속이 뜨거운 소양인이 먹으면 열꽃이 피거나 속이 쓰리고 설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많은 보신탕은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에 ‘개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시고 짜다’고 언급돼 있듯이 전통 보양식으로 여겨져왔다. 실제로 개고기는 지방질에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콜레스테롤이 적어 동맥경화증과 고혈압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년 전 충청대 안용근 교수가 조사했을 당시 86%가 개고기 식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오고, 2002년 월드컵 직후 중앙부처 공무원 450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을 수 있으므로 개를 식용으로 먹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출 필요가 없다’는 동의를 표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개고기 식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전통문화복합공간인 한국의집이 지난달 페이스북 이용자 562명을 대상으로 보양식 선호도 설문조사를 해보니 ‘보양식 하면 떠오르는 음식’으로 85%가 삼계탕을 꼽은 반면 보신탕을 꼽은 사람은 4%밖에 안 됐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2000년대 초반 250만마리까지 늘어났던 식용견(잡종)이 2012년에는 110만여마리로 크게 줄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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