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스타) 유수경 기자 = 당해본 사람은 안다. 한 번 잘해주고 두고두고 생색내는 게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차라리 안해주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그 짜증스러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래서일까. 일본에서 건너온 말인 '츤데레'(새침하고 퉁명스러워보이지만 은근히 챙겨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가 유행하고, 많은 이들이 이런 캐릭터에 열광하고 있다.
요즘 브라운관에서 가장 빛나는 츤데레는 바로 '오 마이 비너스'의 소지섭이다. 스타 트레이너 존킴이자 그룹 가홍의 미국지사장 김영호, 두 가지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한다. 아픈 사람에게 약하고 위험한 사람에겐 더 약하다는 점이 그의 장점이자 약점으로 꼽힌다.
소지섭이 츤데레 매력을 발산했다. © News1star/ KBS2
직설화법을 구사하고 겉으론 차갑지만 내면은 손난로처럼 따뜻한 남자. 우연히 비행기에서 고통을 호소하던 강주은(신민아 분)을 구해내면서 인연을 맺는다. '대구 비너스'로 불리던 미녀 강주은은 치열하게 공부했고 변호사가 됐지만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몸이 처치 불가 상태다. "내가 살만 빼봐. 다 죽었어"라고 외치면서도 맛있는 음식 앞에 무너지는 모습이 실제 우리 주변의 여성들을 보는 것 같다.
지난 30일 방송에서 소지섭의 츤데레 매력은 폭발했다. 주은의 집에 무단침입한 스토커를 단숨에 제압한 것은 물론, 혼자 모텔로 피신한 주은을 박력 있게 끌고 나온 것도 바로 그였다. 임시거처로 자신의 집을 내어준 영호는 툴툴대면서도 챙길 건 다 챙기는 전형적인 츤데레의 모습으로 여심을 설레게 했다.
불필요한 웃음을 남발하지 않고, 딱딱한 말투와 냉정하고 까칠한 모습은 전작들의 소지섭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과거 소지섭을 스타덤에 올린 '미안하다 사랑한다' 차무혁 캐릭터 역시 까칠의 정점을 찍었었다. 입양된 후 거리에서 자라나 거칠고 괴팍한 무혁은 사랑하는 여자(임수정 분)를 만나면서 서서히 변해가고, 감동을 안겼었다.
전작인 '주군의 태양' 주중원 역시 까칠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남자다. 인색하고 오만방자한 재벌로, 분노유발캐릭터임에도 소지섭이 연기했기에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시선을 의식했는지 '오 마이 비너스' 제작발표회 당시 소지섭은 이번 역할이 주중원과는 많이 다르다며 "아픈 사람들과 위험한 사람들에 약한, 마음은 따뜻한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 까칠할 때 빛나는 소지섭의 매력이다. 그가 연기했던 역할들은 타배우로 대체하기 힘들 만큼 소지섭만의 매력이 살아 숨쉰다. 차가운 눈빛과 냉정한 말투에서도 여심을 찌르는 한 방이 분명히 그에게는 있다. 귀여운 뚱녀로 변신한 신민아에게 자꾸 감정 이입이 되는 것도 아마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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