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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도 휘게 하는 중력의 비밀 … 리사는 알아낼까

[기타] | 발행시간: 2015.12.08일 07:37

뉴턴(왼쪽)은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을 수식으로 정의했다. 아인슈타인(오른쪽)은 중력이 시공간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진 글항아리]

유럽연합(EU)이 만든 우주개발기구인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3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우주센터에서 리사 패스파인더(LISA Pathfinder)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무인 탐사선인 리사는 2주 동안 지구 궤도를 선회한 뒤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로 이동한다. 라그랑주 포인트는 지구와 태양의 인력이 같은 무중력 공간이다. 리사의 임무는 중력파 검출 장비를 실험하는 것이다.

 중·고교 과학 시간에 중력이 뭔지 배운다. 하지만 중력파는 생소하다. 중력과 중력파는 무엇이 다른가. 우선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을 뜻한다. 뉴턴의 만유인력(萬有引力·universal gravitation)과 중력(重力·gravity)은 표기만 다를 뿐 같은 뜻을 가진 단어다. 만유인력은 일본 한자어에서 유래했다. 중력을 처음 정의한 건 영국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다. 사과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그가 1687년 발표한 ?프린키피아(Principia)?에 이런 내용은 없다. 뉴턴은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로 작동하는 원리는 다를 수 있다”며 “지구와 사과는 서로 동일한 힘으로 끌어당기지만 무거운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중력파(重力波·gravitational wave)는 아인슈타인이 1915년 발표한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유래했다. 중력파는 시공간을 따라 전달되는 중력 작용이다. 이론상으로는 존재하나 여태껏 실체는 과학자들에 의해 관측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수수께끼’라고 불린다.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는 경우나 블랙홀 생성 등 중력이 급격히 변화할 경우 중력파가 만들어진다.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면 낙하 지점을 기준으로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5200억원짜리 리사 패스파인더가 발사된 건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한 사전 단계다. 탐사선 내부엔 금과 백금을 섞어 만든 무게 1.96㎏의 정육면체 2개가 놓여 있다. 두 물체는 38㎝ 떨어져 있는데 둘 사이 거리는 레이저로 정밀하게 측정한다. 중력파가 지나갈 경우 정육면체 사이는 미세하게 변화한다. 지구와 태양의 인력이 작용하지 않는 라그랑주 포인트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레이저 측정 기구는 0.001㎚(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까지 잴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서 레이저 측정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면 ESA는 2030년께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eLISA)’를 발사할 예정이다.



질량을 가진 물체 주변에선 중력으로 인해 시공간이 휘어진다. 사진은 이를 시각화한 이미지.

 eLISA는 탐사선 3대로 이뤄져 있다. 탐사선이 우주 공간에서 삼각형 꼭짓점을 만든다. 이렇게 되면 한 변의 길이가 100만~500만㎞인 거대한 삼각형이 생긴다. 각 탐사선이 우주 공간에 레이저를 쏴 중력파를 검출하는 원리다.

 이와 별도로 지상에서도 중력파 검출을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한창이다. 미국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 인근에 중력파 검출 장비인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천문대(LIGO)’를 9월 재가동했다. 4㎞ 길이의 진공터널 2개로 만들어진 천문대는 터널 끝에 설치된 거울을 붙여놓고 레이저를 쏴 공간 변화를 측정한다. EU는 중력파 검출기 ‘버고(VIRGO)’를 이탈리아에서 가동 중이고, 일본은 ?카그라(KAGRA)?중력파 검출기를 건설 중이다. 한국도 2009년부터 서울대·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한국중력파연구그룹이 활동하고 있지만 관측 시설이 없어 자료 분석 등 이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력파 검출을 위한 도전은 50년대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우선 중력파가 워낙 미약해 측정이 쉽지 않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형목 교수는 “중력파는 거리에 비례해 신호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지구에 도달해서는 미약한 신호만 남는다”고 말했다. 지구에서 10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에서 발생한 중력파가 몸을 통과한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 몸은 수㎚가 늘어난다. 이는 수소 원자 크기에 불과한 짧은 거리다.

 게다가 중력파는 전파와 달리 다른 물질과 작용하지 않아 이를 검출하는 게 쉽지 않다. 빛은 거울에 반사되지만 중력파는 영화 속 유령처럼 모든 물질을 훑고 지나간다.

 과학자들은 간접적인 증거로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74년 미국 물리학자 러셀 헐스와 조셉 테일러는 쌍성을 이루고 있는 중성자별(초신성이 폭발해 만드는 무거운 별)을 발견했다. 두 중성자별은 가까운 거리에서 8시간마다 한 바퀴씩 서로 공전했다. 이형목 교수는 “헐스 등은 두 중성자별에서 중력파가 발생할 때 줄어든 에너지만큼 공전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두 물리학자는 이러한 공로로 9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서강대 물리학과 정현식 교수는 “중력파 발견에 성공할 경우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먼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완벽하게 옳았다는 것이 증명된다. 중력파 검출은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수수께끼’를 푸는 작업이다. 이와 동시에 인류는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망원경을 만들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빛·X선·적외선 등 전자기파에만 의존해 우주를 관측했다. 중력파로 우주를 관측하면 블랙홀 등 빛마저도 흡수하는 천체의 생성과 작동 원리를 밝힐 수 있다. 수리과학연구소 오상훈 박사는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다면 우주 관측의 지평이 수십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중력파는 초기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데 있어서도 꼭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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