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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 애 못 키워" 기러기 아빠 늘고… 공기 캔 불티

[기타] | 발행시간: 2015.12.31일 10:57
[스모그가 바꾼 중국 풍경]

워킹맘들 애 봐줄 사람 없어… 갑작스러운 휴교땐 조퇴 사태

풍경화 그려오라 숙제 내면 아이들, 하늘 회색으로 칠해

외출 줄어 배달업체들 특수

올겨울 들어 맹위를 떨치는 스모그가 중국인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지난 7일 베이징에서 사상 최초로 스모그 적색경보(최고 등급)가 발령된 이후, 이달 들어서만 적색경보가 추가로 두 번 발령됐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주부 류(劉)모씨는 "등교하는 아이에게 방진 마스크를 씌워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됐다"면서 "불안해서 아이 얼굴에 마스크가 밀착했는지도 꼭 확인한다"고 했다. '적색경보 공포'에 가장 많이 시달리는 사람들은 베이징의 '워킹맘'이다. 국영기업에 근무하는 천(陳)모씨는 "첫 적색경보가 발령되던 날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갑자기 휴교하는 바람에 나도 따라서 조퇴했다"며 "갑자기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맘 놓고 직장 생활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일부 학교는 이런 워킹맘들의 요청으로 '스모그 휴교' 대신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정상 수업을 하고 있다. 베이징 스징산초등학교는 이달 초 시교육위원회 승인을 받아 30만위안(5300만원)을 들여 교실마다 공기청정기 두 대를 뒀다.



중국 베이징시에서 가장 번화한 궈마오(國貿) 지역에서 한 여성이 공기 필터와 연결된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고 있다(왼쪽). 중국 어린이가 캐나다산‘청정 공기 캔’의 공기를 마시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중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 공기 캔 가격은 개당 120위안(약 2만2000원)이다. /텔레그래프 웨이보

베이징의 임산부는 맑은 공기를 찾아 남쪽으로 떠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젊은 기자는 "스모그 속에서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어 다음 달 출산하는 아내를 고향인 항저우로 내려보냈다"면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떨어져 살아 볼 계획"이라고 했다. 외신은 "스모그가 중국에서 '기러기 아빠'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맑은 하늘'은 이제 생소한 풍경이 됐다. 산시(山西)성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에게 그림 숙제로 풍경화를 그려 오라고 했다가 상당수 학생이 하늘을 푸른색이 아니라 회색으로 칠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스모그가 아이들의 그림마저 바꿔 놓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베이징대학생 리(李)모씨는 "맑은 날이면 캠퍼스 곳곳에 학생들이 카메라를 들고 몰려나와 하늘 사진을 찍어 SNS에 '인증 샷'을 올린다"면서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고 말했다. 스모그가 걷힌 베이징의 30일 오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이렇게 아무 걱정 없이 창문을 열어본 것은 보름만" "오랜만에 이화원(청나라 여름 별궁)에 산책을 나왔는데 미세 먼지에 가려 안 보이던 산들이 다시 보여 가슴이 찡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스모그로 호황을 누리는 업계도 생겼다. 지난해 중국의 마스크 소비 총액은 650억위안(약 11조6363억원)으로 전년 대비 62.5% 증가했고, 공기청정기는 320만대 팔려 전년 대비 66.7% 증가했다. 초미세 먼지가 혈압 상승을 일으킨다는 연구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12월 한 달간 혈압 측정기 판매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중국의 의료 기기 산업 규모는 오는 2018년 약 500억달러에 이르러 미국을 초월해 세계 1위가 될 전망이다.

배달업과 관광업도 스모그 덕을 봤다. 지난 7~8일 스모그 적색경보 발령 이후 중국 배달 사이트 바이두배달의 베이징 지역 주문량은 예년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인 시트립의 '스모그 탈출 패키지'는 12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이 패키지는 스모그 피해가 적은 중국의 남부 도시나 동남아 국가를 목적지로 하는 여행 상품이다. 캐나다에서 제조한 '청정공기 캔'은 지난 11월 알리바바 사이트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초기 물량 500개가 나흘 만에 매진되고 추가 수입한 4000여 개도 예약판매가 완료된 상태다.

[이벌찬 기자 bee@chosun.com]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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