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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눈치로 사는 방법

[온바오] | 발행시간: 2016.07.06일 13:53

류드밀라 미해에스쿠(Lyudmila Mikheesku)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 머지않아 서양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개념 몇 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는 '한(恨)', '정(情)', '눈치'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한국인 사고 방식의 특성을 보여준다. 대체로 말하면 이런 특성은 한국 민족이, 논리적 사고력을 찬양한 서구 문명과 달리, 원래 직관적 사고력이 발달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오늘 눈치에 대해 말해 보려고 한다.

러시아어에는 ‘눈치’를 등가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러시아인에게 눈치를 설명하려면 기술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짧게 설명하면 ‘눈치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빨리 알아차리는 능력’이 되겠지만, 나는 러시아 단편소설 분량의 긴 해설을 본 적도 있다. 모든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한 단어를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 여러 페이지로 설명한 것이다. 그런 해설을 보면 ‘눈치’는 요령, 외교술, 예절바름, 공손함, 직관성, 이해가 빠름, 감정지능, 비언어적인 신호를 읽을 수 있는 능력과 같이 서로 다른 여러 단어나 표현의 의미를 결합하는 개념이다.

외국인 관점에서 보면 눈치는 대인 관계를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다른 사람의 진짜 기분을 파악한다면 사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많은 실수를 방지할 수도 있고, 여러 상황에서 자신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눈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과 같은 것이 아닐까? 아마 모든 외국인들은 한국인과 의사 소통할 때 그 한국인이 나의 ‘포커 페이스’를 펴놓은 책처럼 읽고 있다는 느낌을 한 번쯤은 받는 적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한국인들은 그 ‘슈퍼 파워’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

‘눈치는 약자의 생존술’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은 약자가 자신의 삶을 안정시키기 위해 강자의 마음을 살핀다는 의미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딱 알맞은 정의인 것 같다. 왜냐하면 옛날 불완전한 사회제도에서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법칙을 통해 정의를 가져올 수 없었고 귀족들의 기분이 어떤지 눈여겨보는 것이 상책이었기 때문이다.

눈치를 살피는 것은 약자의 생존술로서 정치와 외교에서까지 사용됐다. 이어령 씨의 ‘눈치로 산다’라는 수필에서 읽은 이야기가 있다. 임진왜란이 시작되기 전에 한국 사신들은 일본을 정탐하러 일본에 갔고, 일본 사신들은 한국을 정탐하러 한국에 왔다. 일본 사신들은 한국에서 무기의 유형부터 군율까지 한국 군대의 상태를 분석해서 국가가 약화된 상태이고 저항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반대로 일본에 간 한국 사신들의 방법은 눈치로만 살피는 것이었다. 한국 사신들은 일본의 최고집권자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바라봐서 그의 눈 표정을 읽어 일본의 의도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려고 노력했다. 역사가 이 두 가지 방식의 결과를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눈치의 사고 방식은 강한 것 같다. 특히 한국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사장의 눈치를 계속 봐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들은 이 사고 방식을 자랑스럽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많이 변화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인들은 원래 직관적 사고력이 발달되었고, 지금은 그 조선시대 사신들처럼 분석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눈치를 보는 능력을 유지하여 분석적인 사고력을 더욱 더 발전시킨다면 ‘약자의 생존술’은 결국 진짜 슈퍼 파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쓴 류드밀라 미해에스쿠씨는 러시아 언론사 ‘네자비시마야 가제타(Nezavisimaya gazeta)’의 포토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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