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바오닷컴 ㅣ 강희주 기자] 근년 들어 베이징이 '스모그 수도'가 됨에 따라 일부 시민들이 남방으로 이사하거나 해외로 이민을 가는가 하면 기업들마저도 베이징을 떠나가려 하고 있다.
베이징 신징바오(新京报)는 5일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의 약칭)를 떠나간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베이징의 심각한 스모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시를 떠나간 사람을 조명했다.
베이징에서 교육업계 심리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올해 37세의 판베이(樊蓓) 씨는 지난 2001년 베이징에 정착한 후 16년 가까이 생활해왔다. 6년 전 한 아이의 엄마가 된 판 씨는 3년 전 처음으로 심각한 스모그를 마주했다.
판 씨는 스모그에 대응하기 위해 2년전 공기청정기 2대를 구입해 집안에 배치했으며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후에는 다른 가장들과 함께 돈을 모아 공기청정기를 구입해 놔두기도 했다.
여기에 겨울철 스모그에서 벗어나기 위해 3년 전부터 매년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판 씨는 "첫해는 휴양지로 유명한 싼야(三亚)에서 2달 넘게 머물렀으며 이듬해에는 직접 자동차를 몰고 광시(广西), 구이저우(贵州) 지역을 여행했다"며 "여행시기는 12월에서 1월 사이에 출발해 3월에 돌아오는 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베이징의 스모그는 개선되지 않았고 판 씨는 결국 이전부터 준비해왔던 미국이민을 결심했다. 지난해 9월 미국으로 간 판 씨는 4개월 동안 머무르며 이민에 필요한 사전준비를 했고 조만간 미국으로 완전히 이주할 예정이다.
후베이성(湖北省) 출신의 란옌페이(兰燕飞) 씨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 2007년부터 베이징에서 거주한 란 씨는 2010년 임신을 했는데 그 때부터 대기오염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후 아들을 출산해 양육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병치레를 해야 했고 대다수가 호흡기와 관련된 질병이었다. 결국 란 씨는 안정된 직장과 교육 환경을 포기하고 지난 2014년 3월 윈난성(云南省) 리장(丽江)으로 이사했다.
란 씨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생활환경과 아이의 건강에서 오는 불안감이 더 컸다"며 "모든 사람의 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같은 길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도 베이징을 떠나가려 하고 있다. 홍콩 남화조보(南华早报)는 베이징의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정보 제공업체 36케이알닷컴이 벤처 기업가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응답자의 47%가 베이징의 대기 오염 때문에 사업 전체나 일부를 외부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한 적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응답자의 4%는 "이미 기업이전 작업을 개시했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4.2%는 이전 희망 지역으로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 본사가 있는 항저우(杭州)를 꼽았고 23.2%는 선전(深圳)을 택했다. 상하이(上海)는 13.1%, 청두(成都)는 8.1%였다.
채용 컨설팅 업체인 맨파워그룹 차이나 웬디 무 이사는 "과거 IT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기업가 10명 중 3명이 기업 이전을 희망했으나 지난해 이후에는 10명 중 6명으로 늘었다"며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