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 기자] 요즘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 사이 인기 직업은 '교사'다. SBS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에 출연 중인 김하늘이 데뷔 후 교사 캐릭터만 세번째 맡는다고 밝혔을 정도로 현실에서나 작품 속에서나 '여교사'는 선망의 직업인 듯하다.
학창시절, 여교사들을 떠올려보면 정숙한(?) 차림에 훈계조 말투 혹은 카랑카랑한 하이톤 목소리가 떠오른다. 가끔 어떤 분들은 꽤나 남성적인 면모도 갖췄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손에는 지휘봉을 들고 중저음의 둔탁한 목소리로 제자들을 압도하던 그 포스란.
그런데 요즘 드라마 속 여교사들은 예뻐도 너무 예쁘고 멋을 부려도 너무 부린다. '신사의 품격' 속 김하늘이나 KBS 2TV 월화드라마 '빅'의 이민정이 대표적. 물론 두 사람도 말썽꾸러기 남학생 앞에서 고함을 치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위협도 하지만 대부분 잘 안 먹힌다.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기 일쑤고 대놓고 "예쁘다" 소리를 듣는 등 어찌 보면 거의 농락(?)을 당하는 수준이다.
이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롭다. 드라마 속에 그려지는 건 주로 연애사다. '신사의 품격' 서이수(김하늘 분) 선생님은 외모에 스펙을 모두 갖춘 연상의 건축사무소장 김도진(장동건 분)과 목하 열애 중이다. 한창 밀당(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던 이 커플은 최근 들어 비로소 '열애'의 신호탄을 쐈다. "나랑 잘거냐", "절대 안 잔다" 하는 식의 솔직 과감한 대화들도 오간다. 물론 3, 40대 남녀 사이에서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자연스러운 얘기들이다.
윤리 담당 서이수 선생님은 140만원도 넘는 하이힐을 신고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클럽에도 가고, 김도진의 마음에 들만한 '야시시한' 속옷도 다량 구매한다. 술을 진탕 마시고 인사불성이 돼 김도진의 레지던스에서 외박을 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빅'의 길다란(이민정 분) 선생님도 이에 못지않은 은밀한 사생활이 있다. 약혼자의 영혼이 깃든 제자 강경준(공유 분)에게 점차 사랑을 느끼는 중이다. 물론 외관상 30대 초반의 서윤재지만 분명 속내는 '고딩'이란 걸 알면서도 자라나는 감정을 거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강경준과 마치 신혼 살림이라도 차린 듯 그의 집에 드나들며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알콩달콩 연애를 한다.
서윤재와 강경준의 영혼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외부에 들키지 않기 위해 선생님치곤(?) 거짓말도 잘하고 능청 연기도 일품이다.
두 사람 모두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미모의 소유자인데다 현실 속 교사들은 하나 장만하기도 힘든 옷과 구두, 가방을 애용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들은 역시나 판타지다. 게다가 교문 밖 두 사람의 사생활은 섹시하고 은밀하기 이를 데 없다. 어쩌면 이러한 괴리 때문에 드라마가 더 재미난지도 모르겠다.
-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