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성공 DNA는 스피드다. 속도전에서 한 발짝도 양보할 수 없다." 삼성그룹 수뇌부의 최근 행보는 이렇게 요약된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말과 행동에서 `스피드`라는 단어를 빼면 설명이 안된다.
이건희 회장은 최근 수개월째 화ㆍ목요일마다 오전 6시 30분 전후로 출근한다. 이 때문에 최지성 실장과 미래전략실 팀장들은 이 회장보다 30분~1시간가량 빨리 출근한다. 미래전략실과 소통이 잦은 계열사 사장과 주요 임원들도 이러한 근무 시간대에 발 맞추면서 오전 6시대로 출근 시간을 앞당겼다. 물론 그룹 차원의 근무 지침이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삼성 특유의 일사불란한 몸놀림이다.
최 실장 등 삼성 최고경영진은 일요일뿐 아니라 토요일에도 업무를 챙기는 일이 다반사다.
애플과 긴박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특허소송팀도 지난주 말에 이틀 연속 출근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지난해 4월부터 정기 출근을 시작하면서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면서 "최근에는 이 회장의 새벽 출근이 계속되면서 경영 속도감이 배가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이처럼 숨 가쁜 걸음을 내딛는 이유가 뭘까. 소니, 노키아, 파나소닉 등 글로벌 `IT 공룡` 기업들도 한순간에 휘청이는 상황을 목격한 이 회장이 `삼성이라고 저리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단단히 갖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삼성 안팎의 해석이다. 실제로 삼성의 경영 스피드가 과거보다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수뇌부의 위기의식은 그룹 외형이 몰라보게 커진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거대 항공모함의 방향타 수정은 과거 쾌속선 규모일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삼성전자가 LCD사업부를 분사해 매출 30조원 규모의 삼성디스플레이로 독립시킨 데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사업과 함께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포석도 있지만 삼성전자의 몸집을 가볍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게 재계 일각의 분석이다.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