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공격·허리·수비에 총 3명의 ‘인간 산소탱크’가 뛰어다니며 지친 동료들에게 산소를 주입하고 있다.”
PSV 에인트호벤 소속이던 박지성(31·퀸즈 파크 레인저스)이 지난 2004-0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 올림피크 리옹전에서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자 프랑스 중계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인트호벤 전 동료 얀 하셀링크 또한 지난 2005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로 이적하자 “그의 이적은 한 선수가 떠난 게 아니라 2명의 선수가 떠난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젠나로 가투소(FC 시온)는 박지성과 맞붙었던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 대해 “그는 모기 같았다. 정말 미치게 할 정도로 달라붙었다”며 “‘헌신’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는 얼마 안 되는 세계적인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전 AS로마 감독(현 제니트)도 2007-08 챔피언스리그 8강전 맨유와의 1차전 패배 원인으로 박지성을 지목했다.
당시 웨인 루니의 결승골을 도운 박지성에 대해 스팔레티는 “불가능한 지점에서 헤딩 크로스를 올린 그의 정신력이 우리 팀에는 없었다”면서 “원정 2차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박지성 같은 정신력을 갖지 않는다면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게 낫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이처럼 박지성은 항상 팀에서 ‘두 몫 이상’을 해내는 선수다. 희생적인 플레이로 동료를 돕고 상대팀 허점이 보일 때는 저돌적으로 파고드는 이타적인 공수 움직임을 과시했다.
웨인 루니와 리오 퍼디난드 등 맨유 현역 주축이 박지성과 작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애타게 그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맨유서 박지성과 같은 움직임을 보인 선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박지성은 ‘전술 아바타’ 그 자체였다.
그만큼 박지성을 떠나보낸 맨유와 퍼거슨 감독이 앞으로 받을 타격은 곱절 이상이다. 팀원 모두에게 존경받았던 프로페셔널 본보기를,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은 선수를 잃었고, 수비가담 1인자까지 잃었다.
맨유는 최근 뒤늦게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기술축구 최고봉’ 바르셀로나에 무릎을 꿇으면서 좀 더 정밀하고 기교적인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일본 스타플레이어 가가와 신지 영입은 신호탄이다.
가가와 신지는 박지성보다 공을 예쁘게 다루는 선수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박지성처럼 전후반 90분 내내 ‘근성 있는 움직임’을 유지할 만큼, 강철 체력을 갖춘 선수는 아니다. 퍼거슨이 메워야 할 박지성의 공백은 1명이 아닌 3명의 빈자리이기에 더더욱 불안하기 짝이 없다. 맨유가 박지성의 이적을 극구 반대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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