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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호랑이 입에서 아들을 구한 구촌숙모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4.04.23일 12:19
며칠전 위챗에서 우리와 살고있는 곳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왕청현 림구에서 호랑이가 나타난 동영상을 보고 문뜩 지난 일이 우렷이 떠올랐다. 어언 67년전의 일이지만 평생 잊혀지지 않는 일이라 지금껏 기억에 생생하다.

1956년 8월 하순의 어느날 저녁이였다. 연길현 태양구(현 연길시 조양천진) 광석촌 백석구 상촌에서 살았던 구촌숙부 김창섭가정에서는 저녁상을 물리고 구촌숙모가 한창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때는 땅거미가 내리는 어슬어슬한 저녁이였다. 구촌숙부는 마실을 나가고 일곱살먹은 동생 김춘배가 열어 놓은 출입문앞에서 모기불을 피우고 있었다. 숙모는 저녁상을 치우면서도 문밖에 있는 아들한테서 눈길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당시 백석구골안에 호랑이가 이따금 출몰하여 사람과 집짐승들을 해쳤기때문이였다.

그런데 별안간 문앞에 송아지같은 호랑이가 나타나더니 어린 춘배를 물고 집옆에 있는 키넘게 자란 수수밭으로 달아났다. 구촌숙모는 재빨리 일손을 멈추고 호랑이를 쫓아 뛰여나갔다. 당시 30여세되는 구촌숙모는 원래 처녀시절부터 솜씨 빠르고 달리기를 잘하여 백석구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놈! 내 아들 놔라!”하고 련이여 소리치는 아주머니의 고함소리는 백석구골안을 진동하였다. 마을사람들은 구촌숙모의 다급한 웨침소리에 하나둘 뛰여왔고 구촌숙모는 호랑이를 쫓아 키넘는 수수밭을 헤치며 정신없이 달리였다. 련달아 웨치는 “이놈! 내아들 놔라! ”하는 함성소리는 비수와 같이 호랑이의 가슴을 찔렀는지 아니면 호랑이가 키들이하는 수수밭을 헤쳐나가면서 기진맥진했던지 물고가던 춘배를 내버린채 줄행랑을 놓았다.

뒤따라 마을사람들도 모여 들었다. 구촌숙부인 춘배아버지도 달려왔다. 구촌숙모는 호랑이한테 물린 목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아들 춘배를 안고 긴장때문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구촌숙부는 제꺽 자기가 입고 있던 흰적삼을 벗어 아들애의 상처를 싸매고는 지체할세라 애를 둘쳐업고 8리밖에 있는 구정부병원으로 달렸다. 동네사람들도 너도나도 수십명이 따라 나섰다. 울퉁불퉁한 산길에서도 마을 사람들은 서로 번갈아가며 춘배를 업고 병원을 향해 달리였다. 다행히 십오야 달빛이 대낮같이 밝게 비추어 밤길을 재촉할수 있었다. 급기야 구정부병원에 도착하니 다행히도 의술이 높은 리의사가 당직을 서고 있었다. 리의사는 상처를 검사하더니 “참! 위험했습니다. 조금만 늦어도 출혈이 심해 애가 생명이 위험할번 했습니다. ”라고 말하며 먼저 주사를 놓고 상처수술에 팔을 걷어 부쳤다.

호랑이가 아이의 목을 물었던 탓에 목부위 앞뒤에 호랑이 이발자국이 여러 곳이 나서 수술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간호원 두명의 협조하에 수술은 인차 진행되였다. 결국 스물세곳을 꿰여매고 수술은 원만히 끝났다.

의사는 “부모님들이 곁에서 조금도 떠나지 말고 아이의 간호를 잘하시오.”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춘배는 수술후 네시간만에 혼미상태에서 깨여났다. 구촌숙부는 아들의 처치를 위해 병원근처의 횡도촌에 있는 륙촌형님네 집을 찾았다. 형님은 춘배의 참변이야기를 듣고 더없이 놀라워 하였다. 이튿날부터 춘배는 소수레에 누워 구정부병원으로 처치를 다녔다. 나도 그때 어머니와 맏형님을 따라 춘배의 병문안을 갔었다. 일주일이 지나니 춘배는 병석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하였다. 밥도 먹기 시작하였고 출입도 하면서 회복이 빨랐다. 20여일이 지나 상처를 꿰맸던 실을 모두 빼니 무섭게 생긴 상처자국만 남았다. 보기만 하여도 당시의 참상을 짐작할수 있었다. 그후 마을사람들이 춘배를 보고 “무엇이 너를 물던가? ”하고 물으면 춘배는 “커다란 개가 자기 목을 물더라”고 말하며 손시늉까지 하여 마을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되였다.

구촌숙모가 호랑이한테서 잡혀가는 아들을 구출한 이야기는 당시 전 태양구에 전설처럼 전해져 여러해 동안이나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그 당시 연변일대에는 호랑이가 매우 많았다. 먹을 것이 부족한 호랑이 등 야수들은 민가에 내려와 소와 말, 돼지, 양 등 가축들을 닥치는대로 덮쳤는가 하면 어린아이들까지 잡아먹는 현상들이 비일비재여서 사람들은 불안해 했으며 여름에는 혼자 나무숲속을 다니지 않았고 밤에는 기본상 출입을 자제하였다.

그해 여름에 내가 살고있던 중흥촌(현 연길시 조양천진 중평촌)과 광석촌 (현 연길시조양천진 광석촌) 경계의 동북쪽에 있는 연길 삼도만공로의 바로옆 동쪽에 해방전 왕씨성을 가진 지주가 살던 옛장원 빈 토성안에 곡식을 찧는 큰 석마가 있었는데 호랑이가 그 석마밑에 새끼를 낳기까지 하였다. 어미 호랑이는 이따금씩 대낮에도 기여나와 삼도만으로 목재와 석탄 운반하려 다니는 목탄자동차에 뎦쳐 들었는데 운전수들이 혼비백산하여 한시기 사람들은 그 곁을 다니기 무서워하였다. 그래서 중흥촌에서는 총질을 잘하는 포수들로 사냥조를 묶어 그곳을 지켰는데 어미 호랑이가 새끼들을 거느리고 그곳을 떠나버렸다.

그후 산기슭 바로 곁에 있는 중흥촌 마을에서 저녁을 먹은 일곱살짜리 녀자애가 변소에 나갔다가 호랑이에게 물려가 다리 한쪽만 남긴채 발견되여 온 마을이 공포에 떨던 일도 있었다. 녀자애의 아버지가 인차 뒤따라 나갔지만 호랑이가 어느새 벌써 어린애를 해쳤던 것이다.

나도 그해 9월초 벼가 누렇게 익어가던 가을철 어느날 밤에 마을 친구들과 같이 조양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밤중에 돌아와서 집앞 터전에 있는 옥수수밭에 소변을 보는데 별안간 온몸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의아해 돌아보니 약 50메터되는 아래집 래진이네 집앞으로 작은 송아지만한 호랑이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였다. 무서웠지만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이놈~!”하고 소리쳤더니 호랑이도 놀랐던지 래진이네 집뒤 논밭으로 달아났다. 달이 대낮같이 환히 비추는 달밤이라 모든 것이 똑똑히 보였다. 터밭에 있는 돌멩이를 집어들고 여러번 호랑이가 도망친 방향을 향해 뿌리였다. 래진이네 집에는 큰 개가 있었지만 호랑이앞에서 혼비백산한채 짖지도 못하고 굴속에 기여들어가 숨어 있었다. 아래집 건너 수길이 아버지 허창록이 내 고함소리에 깨여나 밖에 나와 무슨 일인가고 물어보기까지 하였다.

그때는 이런 일들이 흔히 있는 일들이였다. 호랑이외에도 쎄빠드(일본군대의 군견)도 많았다. 일본군이 투항한후 철수하면서 내버린 군견들이 야생에서 번식하여 무리를 지어 민가에 덮쳐들어 닥치는대로 돼지, 송아지, 개, 닭, 오리들을 물어다 먹어버렸는가 하면 어린애들도 헤치였다. 승냥이들도 많아 피해가 컸다. 우리집에서도 그해 가을 승냥이가 돼지우리에 있는 돼지를 삽시간에 물어갔고 다른 집에서도 련이여 돼지새끼를 잃었다. 그래서 우리마을 돼지를 기르는 집들에서는 굵은 새끼줄로 돼지우리에 그물까지 쳐 놓았다. 그렇게 옛날에는 호랑이를 비롯한 야수들이 많아 피해가 컸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그후 구촌숙부네는 1959년 봄에 조선복구건설지원으로 조선으로 이주하였고 춘배는 커서 조선인민군에 입대하였는데 땅크련의 련대장으로 되였다는 소식을 친척을 통해 들은적이 있다.

지금 젊은이들한테 호랑이 이야기를 하면 ‘호랑이 담배피울때 이야기’라고 하면서 믿기 어려워하지만 1950년대 중기에는 호랑이가 너무 많아 지방정부에서 민병과 포수들을 동원하여 호랑이 등 야수들을 잡았고 그후 차차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은 자연계의 생태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나라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호랑이를 보호하며 수자를 늘이고 있다.

백사불구하고 뒤쫓아가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아들을 빼앗아낸 구촌숙모의 용맹무쌍한 모정은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하고 위대하다는 생각이 여전하다.

/김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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