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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상처야, 너를 사랑해!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4.04.23일 12:19
홀로서기를 좋아하는 나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내가 사는 대련시 서북쪽에 위치한 남관령 등산길에 오른다.

백화가 만발하고 록음이 물결치는 봄날이라 산에는 진달래, 매화, 목련등 꽃들이 만발하고 실실이 드리운 수양버들이 가지를 휘저으며 어서 오라 손짓한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산정상에 올라 사방을 휘둘러 보다가 나는 문뜩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오동나무를 발견했다.

수령이 적어도 100년이 되는 이 오동나무는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나무가지와 잎들이 배구장만한 그늘을 만들어 주어 우리 친구들은 이 그늘밑에서 시도 읊고 노래도 부르면서 즐거운 휴가일을 보냈다.

그런데 오늘 내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오동나무는 너무나 초라했다. 나무 밑둥은 도끼에 찍히우고 톱질에 거의 절반 먹혀 들어 갔으며 낫질에 나무껍질이 절반이상 벗겨졌다. 나무 뿌리엔 커다란 쥐구멍이 펑 뚫려져 있었다. 온 몸에 상처를 입고서도 남아있는 껍질로 내수를 끌어올려 우산만한 나무그늘을 던져주는 오동나무를 처연한 눈길로 바라 보노라니 옷을 벗으면 온 몸에 상처자국뿐인 나의 지난날이 새삼스레 머리속에 떠오른다.

변강오지 흑룡강 동녕현에서 삼형제중 막내로 태여난 나는 어려서부터 약골이여서 지나가던 감기도 빼놓지 않고 내 몸에 기여들었으며 젊었을때는 네번이나 수술대에 올라 둔부로부터 머리끝까지 수술자리가 뚜렷이 남아있다.

여섯살때 내가 먹던 누룽지를 빼앗아간 강아지를 쫓다가 송아지만한 황둥개에 물려 수술대에 올랐으며 대대(촌) 민병련장으로 사업할때 맹장염에 걸려 두번째로 수술대에 올랐다. ‘약한 다리에 침질’이라고 동녕현조선족중학교에 출근할때에는 또 치질병이 도져 세번째로 수술대에 올랐다. 세번이나 수술대에 올라 몸이 겨릅대같이 말라가는 나의 몰골을 차마 눈뜨고 볼수 없었는지 어머니가 집에 한마리 밖에 없는 씨암닭을 들고 이웃마을 점쟁이를 찾아가 "제발 우리 막내아들을 구해줍시사... " 하고 치성을 드린적까지 있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라 할가, 그때로부터 5년후 더 큰 시련이 나에게 덮쳐올줄이야 그 누가 알았으랴. 1980년 봄, 내가 삼차구진에 출근할때 공무로 동방홍촌에 하향갔다가 그만 독감에 걸려 촌위생소에서 주사를 맞게 되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일회용 주사기를 쓰지 않고 낡은 주사기를 소독하고 재활용하는 때여서 간호원이 둔부에 주사를 놓을때 그만 주사바늘이 살속에 들어갔다. 의사와 호사가 핀센트로 주사바늘을 집어내려고 했지만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주사바늘은 더 깊이 들어갔다.

촌위생소에서 진정부의 찦차를 불러 현중심병원으로 옮겨갔을때는 이미 밤 8시가 되였다. 담당주치의사는 투시기로 주사바늘이 박힌 자리를 찾아내고 당장 수술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주사바늘이 심장에 박혀 생명위험이 있다고 말하였다. 마취제로 둔부를 마취시킨후 담당주치의사가 손가락을 둔부에 깊숙이 휘저으면서 주사바늘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혈액순환을 따라 자꾸만 움직이는 주사바늘은 마치도 메기가 물속에서 요리조리 사람의 손을 피해 달아나듯이 쉽사리 의사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약 한시간후 마취약의 마취효과가 사라지면서 나는 의사가 배속에서 손가락을 마구 휘저을 때마다 너무도 아파 참느라고 이발을 사려물다보니 입술이 터져 선지피가 목에까지 흘러 내렸다. 간호원은 내 얼굴의 땀을 닦아주면서 “조금만 참으세요. 이제 곧 주사바늘을 꺼냅니다. ” 하고 힘을 실어 주었다. 약 90분간의 간난신고를 거쳐 수술의사가 마침내 심장부근까지 올라간 주사바늘을 꺼내였다. 담당 수술의사는 주사바늘에 묻은 피를 닦아낸후 나의 손에 쥐여주면서 “이걸 갖고 가세요. 몸이 아플때마다 이걸 보면 힘이 날겁니다. ” 라고 말하였다. 지금도 나의 테블 서랍에는 의사가 나에게 준 주사바늘이 고이 간직되여 있다.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는 일찍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몸을 괴롭히는 질병속에 자신을 치유하는 존재가 있다. 최악의 상황에 부딪쳤을때 역경, 질병, 재앙으로 몸부림치는 그 속에 자기가 있다는것을 알면 삶의 지평선이 보인다. ”고 말하였다.

70여년 내 인생의 갈피에 깔린 추억들을 되새기며 내 앞에 서있는 오동나무를 바라보노라니 감회가 새롭다. 장장 100여년 세월 찌는 듯한 무더위와 살을 에이는 듯한 칼바람속에서도 드팀없이 역경을 헤치고 살아온 오동나무, 톱에 잘리우고 도끼에 찍히우고 낫에 껍질이 벗기여도 한줄기 남아있는 나무껍질로 수액을 끌어올리며 지기의 생명을 이어가는 오동나무, 목질이 단단하여 바이올린 재목으로 쓰이고 부드럽고 은은한 소리를 토해내는 오동나무... 어쩌면 우리 인간도 몸에 숱한 상처를 입고서도 저 오동나무처럼 이악스레 역경을 이겨내면서 사는것이 올바른 몸가짐이 아닌가 싶다. 서산에 지는 해가 지고 싶어서 지겠는가. 일생을 사노라면 강물이 험난한 계곡과 암초에 부딪치면서 바다로 흘러가듯이 우리 인간도 질병, 재앙, 파탄의 시련을 받으면서 종국에는 일생을 마감하게 된다. 우리의 몸속 어딘가에는 여러가지 질병이 있고 이쪽에는 ‘나’ 라는 존재가 스러져서는 결코 안되는 소중한 생명을 굳게 지키고 있다. 내 가 질병앞에서 한발자국 물러서면 질병은 야금야금 내곁에 다가와서 나를 괴롭히면서 죽음에로 몰아간다. 아픔이 진주를 잉태하고 파란곡절이 나를 단련시킨다는 올곧은 하나의 마음으로 질병과 재앙에 맞서 싸운다면 보람된 생명의 가치는 항상 내 곁에 있을 것이다.

옷을 벗으면 상처자국뿐이고 인생의 막바지에 올라섰지만 나는 매일 문구운동을 견지하여 내몸을 괴롭히는 질병들을 밀어내고 반나절 책을 보고 글을 쓰면서 인생의 가치를 찾고 기쁨을 찾고 행복을 찾는다.

상처야, 너를 사랑해!

/리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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