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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잊지 못할 산천어 낚시질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4.06.05일 10:33
요즘 정년퇴직한 분들의 모임에 참석해보면 낚시 이야기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릴적에 시골에서 산천어 낚시를 하던 일이 어제일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어릴때나는훈춘현 마적달공사 설대산촌이라는데서 살았는데 산 좋고 물 맑은 아름다운 고장이였다. 마을 동남쪽에 해발 1,000여메터 되는 높은 산이 있는데 겨울에 내린 눈이 이듬해 초봄까지 산꼭대기에 쌓여있다 하여 ‘설대산’이라고 불렀다. 마을 앞으로는 큰 강이 흘렀는데 이 강을 따라 20여리 올라가면 ‘만룡구’라는 골안이 있고 산천어가 많기로 소문이 났다.

소학교 5학년 여름방학이였다. 하루는 친구 네명이 ‘만룡구’로 1박 2일 산천어 낚시를 가기로 했다. 둬시간 걸어서야 만룡구 남쪽방향 산기슭에 위치한 초막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초막에 대충 짐을 풀어놓고 끼니를 에때우고는 버들가지를 꺾어다가 낚시대를 만들었다. 그중 낚시 경험이 많은 친구가 산천어 낚시요령을 가르쳐주었다.

“골물에서 낚시질을 할 때에는 낚시줄을 좀 짧게 매고 낚시코에서 둬뽐 되는 곳에 연돌을 달아매면 된다. 산천어가 미끼를 물면 낚시 줄이 갑자기 팽팽해지는데 이때 인차 낚시대를 들어 올리면 된다. 산천어는 높은 소리로 떠들면 달아나기에 조용히 다녀야 한다.”

나는 친구의 가르침대로 낚시줄도 조절하고 연돌을 알맞는 곳에 달아맸다. 경험 많은 친구와 나는 한조로 되였는데 골물의 오른쪽으로 올라갔다. 한동안 낚시를 던졌지만 누구도 낚지 못하였다. 미끼를 바꿔가면서 물속에 몇번 던졌는데 갑자기 낚시줄이 팽팽해졌다. 나는 힘껏 낚시대를 낚아챘다. 한뽐이 넘는 산천어였다. 나는 너무 좋아 “야, 산천어다 산천어! 큰놈 잡았다!” 하며 소리쳤다. 큰소리 치지 말라는 주의까지 들었으나 흥분김에 큰소리가 나도 몰래 나갔다. 두조로 갈라졌던 친구들이 우르르 모여 들었다. 이때 경험 많은 친구가 “야, 창룡아, 물고기 눈이 멀었는가 봐라. 낚시질이 처음인 너에게 걸렸겠니? 물고기 눈을 잘 봐라.” 하는 우스개소리에 친구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경험 많은 친구는 “자, 지금부터 산천어가 있으니 제발 소리치지 말자!” 하고 또 지시를 내렸다.

나는 처음 해보는 낚시에 걸려든 산천어를 꺼내들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등쪽과 옆구리에는 청색으로 된 얼룩무늬가 있었고 또 옆구리에는 빨간 고추가루가 묻은 것처럼 밝고 빨간 점들이 많았는데 정말 예뻤다.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산천어는 산골물에서 자라는 고기중에서 제일 예쁘고 맛있는 물고기이다. 산천어국을 끓여 놓으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지...” 저녁에 산천어국을 먹을 일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목젖이 방아를찧었다.

나는 다시 낚시대를 들고 앞에서 낚시질을 하는 경험 많은 친구의 뒤를 따랐다. 올라가면서 웅덩이에 물이 고인 곳이 있기만 하면 지렁이를 꿴 낚시를 물에 던졌다. 또 한마리 낚았다. 매 웅덩이에서 몇마리씩 낚았다. 이렇게 천천히 한 1시간 가량 올라가면서 낚시질을 해보았는데 세여보니 18마리였다. 다른 친구들도 나 만큼 낚았으리라고 생각하고 득의양양해서 물어보았더니 경험 많은 친구는 40여마리나 낚았고 기타 두 친구역시30여마리씩이나 낚았다고 하였다. 내가 친구들의 다래끼에서 풀떡거리는 산천어들을 번갈아보면서 “야, 참 멋들어진데! 너희들이 모두 낚시군이네.”라고 흥분조로 말했더니 다른 조의 한 친구가 “산천어 낚시질은 재간이 따로 없다. 입질이 없으면 바로 장소를 옮겨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아, 내가 너희들이 다 낚은 뒤만 꾸물꾸물 따라다니다보니 적게 낚았구나. 나는 이만큼 낚아도 만족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렇게 말을 주고받다가 경험 많은 친구가 “인제 더 올라가도 고기가 없으니 초막으로 내려가 산천어를 끓여먹자.”라고 지시를 내렸다. 우리 넷은 너무 기뻐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초막으로 향했다.

먼저 물을 끓이다가 빨간 고추장을 풀고 산천어를 넣었다. 한 20분가량 벌렁벌렁 끓을 때 풋고추를 넣었다. 그런데 물고기국에 향을 돋구는 ‘내기’가 없어 어찌하느냐고 물었더니 경험 많은 친구는 솥가마 앞쪽에 쑥대처럼 키높이 자란 ‘박하’라는 풀을 뚝뚝 뜯어 가마에 넣으면서 내기보다 더 맛을 돋군다는 것이였다. 향기로운 산천어국 냄새가 온 골안을 꽉 채웠는데 평생 잊지 못할 맛이였다.

그후부터 많은 사람들이 물깊은 곳에 남포질을 하거나 생석회 혹은 농약을 치고 고기를 잡는 바람에 물고기가 멸종되다싶이 하였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여름방학 아침이였다. 아버지께서 만룡구로 낚시하러 가자고 했다.

“지금 약질을 너무 해서 물고기가 없다고 하던데 잡을수 있겠습니까? 지금 그 골안으로 낚시 다니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한번 시험 삼아 가보자꾸나. 혹시 있겠는지?”

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뒤를 따라 나섰다. 아버지와 나는 ‘만룡구’ 골안에 들어서기 전부터 낚시를 시작했다. 고기가 있음직한 곳마다 미끼를 던져보았지만 기미조차 없었다.

혹시 찌의 길이 때문이 아닐가 하여 높낮이를 조절해가며 한나절을 보냈으나 전혀 입질이 없었다.

“아버지, 물고기도 없는데 점심이나 먹고 집으로 돌아갑시다.” 나는 낚시대를 거두며 도시락을 펼쳤다.

한동안 말없이 식사하시던 아버지가 “오늘 물고기는 못 낚았지만 너의 인내성이 좋더구나. 공부하는 것도 낚시질과 같다.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성적을 낼수 있는 거다... 이제 보름만 있으면 고중에 진학하는데 시험준비는 잘돼가니?... 아버지 생각엔 훈춘 2고중에 가서 공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차피 기숙사 생활하는데 큰 도시에 가서 공부하면 성적도 좋아질거고...”

“좋죠, 저도 그 학교 가고 싶습니다.” 맘속으로 가고 싶은 학교를 아버지가 먼저 추천해주셔서 날듯이 기뻤다.

나와 아버지는 집갈 생각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보려고 큰길로 나섰다. 저 멀리 방목하는 초막집이 보였다. 아버지는 초막집에 다가가 밭일하고 있는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며 어디에 가면 고기를 낚을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아, 설대산학교 선생님이시군요. 이 먼곳으로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한곳 알려 드리죠. 이 강을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면 강 남쪽 골짜기에서 흘러 내리는 골물이 있어요. 그 골물을 따라 또 40분 올라가서부터 낚시하면 됩니다. 그런데 오후에 비가 내릴 것 같은데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비가 내리면 바로 내려와야 합니다.”

어쩐지 이 길을 걸어본 것 같았다. 소학교 때 친구들과 같이 산천어 낚시 왔던 곳이 아닐가 생각되였다. 좀더 올라가니 초막집이 보였는데 확실히 산천어 낚시를 하고 하루밤 묵고 갔던 초막집이였다. 아버지는 이 골물을 따라 빨리 올라가자고 재촉하였다. 산이 꽉 막힌 데다 날씨까지 흐려 좀 어두웠다. 아버지는 깊은 산속에 들어설 때에는 산꼭대기를 향해 “어이― 어이― ” 하고 높은 소리로 웨쳐야 한다면서 소리를 길게 빼는 것이였다. “왜요?”하고 물었더니 동물들이 이 소리에 도망간다고 했다. 한동안 걷다가 추억을 더듬어 이전에 낚시하던 곳에 자리 잡고 낚시를 던졌다.

“야! 걸렸다. 산천어!” 아버지의 기뻐하는 소리에 다가보니 한뽐 넘는 산천어였다. 나도 아버지 옆에 낚시를 던졌다. 미끼를 던지기 바쁘게 산천어를 낚아챘다. 이렇게 올라 가면서 물이 잔잔한 곳을 만나기만 하면 대여섯마리씩 낚아내군 하였다. 낚시에 정신 팔리다보니 어두워지는 것도 몰랐다.

비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때에야 초막집 주인이 비가 내리면 바로 내려와야 한다던 말이 떠올랐다. “빨리 가자. 폭우가 쏟아지면 강물이 위험하다. 이 비닐로 몸에 감싸거라. 그리고 다래끼 웃면을 쑥으로 막아라. 물고기가 안 떨어지게.”

당금 내릴 비가 아니라면 한다래끼를 꽉 채울 수 있겠는데 하면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헐떡거리면서 한참 달렸는데 천둥번개에 장대같은 비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골물이 우렁찬 소리를 냈다. 무시무시한 소리에 가슴이 떨려 어찌나 빨리 달렸는지 반시간도 안되여 강가까지 도착했다.

소낙비는 멎었다. 그 사이에 골물들이 합쳐져 혼탁한 파도가 굽이쳤다. 아버지는 강물이 더 불어나기 전에 건너가야 한다면서 나의 손을 꽉 잡고 한발 한발 나갔다. 밀려오는 물살을 두 다리로 막으며 나한테 오는 물살을 최대한 약화시켜주었다. 이끼가 가득한 돌을 밟으며 걷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거의 건너갈 때였다. 그만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순간 아버지가 나의 손을 힘있게 잡아당겨 위험에서 벗어났다. 그래도 집에서 기다리는 어머니와 누이, 동생들을 위해 산천어가 들어있는 다래끼 만은 끝까지 놓치 않았다.

그날 저녁, 우리 집식구들은 산천어국을 끓여놓고 밥상에 마주 앉았다. 어머니는 “오늘 고생 많았구나. 네 아버지가 산천어 낚시를 다니다가 이렇게 많이 낚아오기는 처음이다. 참 맛있구나, 어서 많이 먹어라.” 누이도 “산천어는 뼈도 가늘고 별맛이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겠네.”라고 말하는 바람에 온 집안에 다시 웃음꽃이 피여났다.

세월의 흐름은 화살과 같다더니 아버지와 함께 산천어낚시를 하던 때가 어언 50년전일이되였다. 그때 아버지께서 낚시질하는내 인내성에서 희망을 보아내고나를 도시학교로 보내주었기에 내가 공부에서 성공할 수 있었고 훌륭한 사업도 하게 되였다고 늘 고마운 생각이 든다.

/신창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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