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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베란다에 놓인 의자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4.02.29일 15:55
우리집 베란다에는 등받이 의자 하나가 놓여있다. 의자는 어느새 놓인지 10년이 넘지만 그냥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의자는 남편이 10여년전에 어느 단위사무실에 갔다가 욕심을 내서 가져온 것이다. 가느다란 쇠붙이 다리에 앉는 곳과 등받이에 남색 가죽을 씌웠는데 등받이가 약간 뒤로 넘겨져서 앉으면 폭신하고 허리가 편안하다.

“인제부터 이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려고 하오. 쪽걸상은 오래 앉았다가 일어나자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시원치 않소. 그래서 이렇게 의자를 얻어왔소.”

남편은 그 의자를 베란다로 가져다 놓았다. 8평방되는 자그마한 베란다는 앞면에 전부 유리를 박아 넣어서 광선이 잘 비쳐들고 하늘빛도 한눈에 안겨드는 명당자리이다. 이런 곳에서 독서하면 기분도 최고라고 남편이 몇번인가 외운적 있다.

의자는 남편이 독서할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였다. 때론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내리울때도 그 의자를 가져다 딛고 올라서기도 하고 또 내가 한가할때면 그 의자에 앉아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글쓸 구상을 익히기도 했다.

의자한테는 끈질긴 정신이 있다. 여름이면 해빛이 내뿜는 그 뜨거운 열기를 받아야 했고 겨울이면 매서운 추위도 맛 보아야 한다. 더우기는 그 숱한 짓누름의 사연을 혼자서만 묵묵히 감내하면서 하루하루 조용히 늙어가고 낡아가는 의자이다. 그러다가 겨울이면 난방이 안되여있는 베란다에서 우리와 잠시간의 리별을 고한다.

봄이 오면 의자는 또다시 우리의 편한한 등받이로 되여주고 마음의 쉼터로 되여 준다.

“이 의자가 확실히 든든하군…”

어느날 남편이 의자를 툭툭 치면서 장하다는 듯이 칭찬했다.

“안 든든하면 버림 받을줄 알고 항상 든든하려고 애쓰나 봐요. ”

나는 이렇게 대답하면서 의자에 눈길을 돌렸다. 10여년간 주인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해온 의자 ㅡ 우리 부부는 머리를 쉬우거나 피곤을 풀때면 그 의자에 앉는데 한눈에 안겨드는 청청한 하늘, 따뜻하고 정겨운 해볕, 거기에 장난기 많은 바람이 창문을 툭툭 치며 지나가는 그 정경에 매혹되여 늘 살아가는 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보람을 느끼군 했다. 가끔은 그 의자에 앉아서 독서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고요한 물처럼 은은한 감성의 향이 코를 찌르는듯했다. 남편이 기대고 앉아있는 의자도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오면서 전체 베란다 공간의 문화적인 분위기를 느껴보기도 했다. 바로 그 의자우에서 남편은 독서를 통한 정서적인 삶의 갈구를 많이 해소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우리 부부에게는 매우 고마운 의자인 것이다.

오늘 베란다로 나갔다가 의지옆에 한참동안이나 서 있으면서 의자의 운명이란 무엇일가 사색해보았다. 의자는 만들어져서부터 사람들에게 아주 편안한 도구로 사용되였다. 버스에 오르면 의자부터 찾게 되고 공원이나 강변의 유보도를 산책하는 사람들의 다리쉼 도구로도 사용된다. 힘들도 지칠때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것이 바로 의자인 것이다. 의자는 이같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이 큰바 사랑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들한테서 봉변도 당하군 한다.

어느 한번, 시장에 갔다가 두 장사군사이에 싸움이 벌어진 모습을 목격한적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깔고 앉았던 의자를 쳐들고 상대방을 향해 무차별 내던지는 바람에 산산쪼각이 나버렸다. 어디 이뿐이랴? 공부하는 애들도 기분이 좀 잡칠라치면 그 분을 삭이느라고 의자를 마구 걷어찬다... 필요할때는 실컷 사용하고는 소중한 마음이나 감사한 마음대신 이같이 학대하니 아이러니하다. 어찌보면 의자의 이런 운명은 돌아서면 고마움과 은혜도 모두 잊어버리는 매정한 인간세태의 모습같기도 해서 씁쓸한 마음도 든다.

이제 날이 따스해지면 또다시 주인과 함께 책냄새도 맡고 푸른 하늘도 쳐다보고 해님과 속삭이고 구름과 눈인사 나누고 비물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눌 우리집 의자, 나는 애정어린 감사의 마음으로 한참이나 의자를 쓰다듬어 보았다.

/박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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