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게 들어선 도시의 아빠트, 높거나 낮거나 새 것이나 낡은 것이나를 막론하고 서로 어깨를 겨루면서 높이를 다툰다. 그 건축물 최하층에서 말없이 모진 고통을 이겨내며 받쳐만 주고 있는 고임돌, 사람들은 위용을 떨치는 건축물의 외면에만 정신을 팔고있지만 춘하추동, 밤낮없이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 수십길 최하층에서 고스란히 한생을 다 바치는 고임돌, 단 한번이라도 누구 품에 안겨보지 못한 고임돌을 바라보며 그의 독백을 들어본다.
나는 받들기만 한다. 남들처럼 우에 서서 거드름을 피우지 못하고 주어진 운명대로 건축물의 최하층에다 행장을 푼다. 잠자리가 없어도 불평을 부리지 않고 먹거리가 없어도 상을 찡그리지 않는다.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만물을 받쳐주지 않는다면 고통도, 협력도, 사랑도, 용서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내 등을 밟는 짐들의 무게가 내 삶의 무게와 가치로 되여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만물의 령장인 인간들은 세상을 스마트한 전자제품으로 읽지만 나는 눌리운 가슴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나는 고통을 락으로 삼는다. 욕심이 끝없는 이 세상에 물젖지 않는 나는 남과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우로 치닫는 만물과 손잡고 서로 어울리는 솥뚜껑처럼 협력으로 삶의 의무를 다 한다. 늘 흐트러짐이 없이 침묵속에서 뼈를 키우고 의지를 굳힌다. 모든 생명들이 태여나고 사라지는 그 찢기움의 고통과 슬픔을 동반하며 하늘과 하나로 이어져 이 세상을 살찌우며 기쁨과 환희, 슬픔과 외로움을 수용하여 그것들을 연두빛 꿈으로 피우기 위해 불철주야 층집밑에서 최선을 다 한다. 어쩌면 세상만물과 인간에 대한 충성으로 아래에서 받는 수모와 고통이 나한테는 더없는 락이고 즐거움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류와 공생, 공존, 공동발전의 지혜를 키워간다. 갑자기 들이닥친 12급 태풍이 아빠트를 휘청거리게 할때, 8급이상의 지진이 아빠트를 넘어 뜨리려고 할때, 특대홍수가 건축물을 삼키려 할때 나는 최선을 다하여 흔들림없이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사회의 질서를 굳게 확보한다.
나는 고임돌의 고백을 귀담아 들으며 고임돌은 비록 최하층에 있지만 이 세상을 튼튼히 지켜주는 둘도없는 보배라고 생각한다.
고임돌은 말없이 자기 지혜와 힘, 심지어는 자기의 소중한 생명까지 선뜻이 바쳐가는 이 시대 무명영웅들의 상징이라고 생각된다.
/리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