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아 후퉁의 사합원
(흑룡강신문=베이징)남북향의 남라고항(南羅鼓巷) 후퉁을 중심으로 그와 연결된 동서향으로 뻗은 후퉁들은 베이징에서 독특한 "지네 거리"를 형성했다. 하지만 남라고항 북측 어귀 동쪽에 위치해 있는 국아(菊兒) 후퉁에 대해서는 아직 생소한 사람이 많다.
베이징에서 유명한 남라고항은 2009년에 타임즈 주간지가 뽑은 아시아에서 최고로 운치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국아 후퉁은 일찍 20년 전에 벌써 오량종(吳良鏞) 원사가 설계한 베이징 첫 "신형 사합원(四合院, 중국 화북지역의 전통 가옥)"으로 인해 "유엔 해비타트상(UN Habitat Scroll of Honor Award)"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흥성흥성한 남라고항에서 국아 후퉁으로 접어들어 20m정도 걸으니 벌써 소란스러운 잡음이 서서히 사라졌다. 밖에서 보니 이 신형의 사합원은 20년이란 세월을 겪으면서 기존의 옅은 색의 외벽이 재빛색으로 퇴색했다. 다만 3층으로된 건물 높이와 휘파건축(徽派建築, 중국 고대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유파중의 하나이다. 중국 고대 휘주 지역에서 유행했다. ) 풍의 날아 오르는듯한 처마가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다. 후퉁 어구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게 41번 사합원이다. 대문을 들어설 때는 이미 오후인지라 참새의 울음 소리가 또렷이 들릴 정도로 고요했고 복도에서도 그 메아리를 들을 수 있었다.
복도를 지나 정원에 들어서니 기존의 단층집과 달리 3층으로 된 건물이 사면을 둘러쌌다. 그리고 정원 서쪽으로 뻗은 통로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또 하나의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건축 구조로 보나 정원 설계로 보나 사람에게 층층이 깊게 안쪽으로 연장된듯한 느낌을 줬다. 이렇게 모든것이 베이징 전통 사합원의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국아 후퉁을 향해 출발할 때는 이곳에서 붙임성이 좋은 주민들을 만나 후퉁의 역사나 변천사, 그리고 현재 상황을 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41번과 19번 사합원을 한참 돌아 다녔는데 주민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이곳에서 최고 "토박이 주민"은 사람이 아닌 41번 사합원 정원에 있는 두 그루의 느릅나무라고 한다.
아파트 주거지역 주민위원회의 한 직원은 "이곳 토박이 주민들을 만나려면 연말 임대료를 받을때 다시 와야될 것 같다."고 말하면서 "사합원 한동에 30여 가구가 사는데 반정도는 세를 놓은 상태이다. 외국인들이 이곳을 많이 선호한다. "고 소개했다.
마침 필자는 21번 사합원을 돌다가 2층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외국인을 만났다. 베이징에서 근무한지 1년이 넘었다고 말하는 그는 이 사합원에 살고 있는 주민중 거의 전부가 외국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저는 프랑스 사람이고 저의 이웃은 미국 사람도 있고 캐나다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현재 살고 있는 이 40여 제곱미터의 집은 한달 월세가 4500위안이다. 사실 이 가격이면 CBD(베이징의 상업 중심구) 지역에서 2005년 전후에 건설한 고급 아파트에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건물 벽에 기대어 자란 대나무와 추운 날씨 때문에 시들은 담쟁이덩굴을 가리키면서 "그래도 이곳이 교통도 편리하고 집도 예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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