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인적이 뜸한 제주도내 산간 지역 일대를 돌며 전류가 흐르지 않는 접지케이블 동선만을 골라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지난 11월부터 12월 8일까지 제주시 산간 일대 8개 지역의 전주에서 접지케이블을 훔진 혐의로 이모씨(44, 부산시) 등 2명을 9일 새벽 제주시내 모 숙박업소에서 붙잡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이들과 공모해 동선을 팔아 넘긴 장물아비 권모씨(38, 부산시)를 10일 오후 부산에서 검거하는 등 일당 5명 가운데 3명을 검거하고 달아난 2명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인 이씨는 전기회사 시설공으로 일했던 경험자로 경북 영덕에서 동선 절도로 검거해 지난 5월 출소한 후 동네 선후배들을 규합해 범행을 계획했다.
이씨는 자신이 직접 전선을 자르고 훔치는 역할을 담당하고 함께 구속된 배씨(32)와 달아난 신모씨(42)는 범행장소 물색과 절단전선 수거, 이씨의 동생인 달아난 이모씨(42)는 운전, 붙잡힌 장물아비 권씨는 차량 및 자금지원ㆍ장물운반과 처분 등 역할을 분담했다.
이들은 심야에 인적이 드물고 CC-TV가 없는 산간지역을 대상으로 삼아 범행장소에 들여온 냉동탑차 등을 인근에 숨긴 후 주범 이모씨가 직접 접이식 사다리로 전주에 올라 절단기로 전선을 절단하면 다른 일행들은 잘려진 전선을 감아 놓은 후 절단작업이 끝나면 일시에 차량으로 수거 운반 보관했다.
이들은 11월 초순 제주시 해안동 제1산록도로 도로변 전주 70여개의 접지 케이블 동선 1,290kg(시가 1,500만)원 상당을 절단기로 잘라 외부에서 알지 못하도록 준비한 냉동탑차에 운반하는 등 모두 8곳 333개 전주에서 시가 1억원 상당의 전선 15km(8,662kg)을 훔쳐 육지지방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고광언 형사과장은 "이들은 절도한 물건을 해안동 창고에 보관해 두고 있었다"며 "이씨와 배씨는 자금 마련을 위해 보관해 둔 전선을 팔려했지만 장물아비 권씨가 훔친 물건을 중간에서 가로채 달아나자 다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선을 훔치다 한전직원의 신고로 붙잡혔다"고 말했다.
임창준 기자cjuny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