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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자, 두시간만에 ‘박사모 사이버 전사’로 거듭나다

[기타] | 발행시간: 2012.12.15일 17:26
한겨레 기자가 두시간 교육 뒤에 발급받은 대한민국 박사모 사이버 전사대 특별대원 임명장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의 윤정훈 에스엔에스(SNS) 미디어본부장 등이 ‘에스엔에스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 적발된 것은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 민심’의 열세를 만회해보려는 무리수가 부른 화로 평가된다. 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 에스엔에스의 쓴맛을 톡톡히 본 보수진영은 올초부터 트위터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에스엔에스에 대한 이들의 접근방식은 소통과 네트워크가 아닌 물량공세였다. <한겨레> 허승 기자가 지난 10월 박근혜 후보의 팬클럽인 박사모의 트위터 교육에 직접 참가해 이들의 ‘에스엔에스 강박증’을 살펴봤다.

할아버지 10여명 20대 청년의 등장에 의외인듯 나이 물어

2시간동안 가입부터 글 퍼뜨리는 방법 배운 뒤 임명장 받아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야당 후보에게 불리하거나…

트위터 팔로워 수 1천명이면 ‘천호장’ 1만명이면 ‘만호장’

70대 할아버지 1시간 넘게 가입 못해 쩔쩔…“소셜이 뭐요?”

10월 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인터넷 팬클럽 ‘박사모’가 서울지역 회원들을 대상으로 트위터 교육을 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우선 포털사이트 ‘다음’의 박사모 카페에 회원가입을 했다. 닉네임(별명)을 입력하라고 했다.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담뱃갑이 눈에 들어왔다. 닉네임으로 ‘BOHEM(보헴)’을 입력하고 기자는 박사모 회원이 됐다.

가을 햇살이 화창했던 10월14일 일요일 오후, 기자는 트위터 교육을 받으러 <바른뉴스> 사무실을 찾아갔다. <바른뉴스>는 박사모 수석부회장 한병택씨가 운영하는 보수 인터넷 매체다. 주소를 따라가보니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논현역 뒷골목이 나왔다. 1층에는 식당, 윗층에는 원룸텔이나 영세한 사무실 등이 입주한 허름한 4~5층짜리 건물 너덧동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1층에 목포 세발낙지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있는 건물의 좁은 계단을 오르자 5층에 <바른뉴스> 사무실이 나타났다.

문을 열어둔 10여평 사무실에는 15대 정도의 컴퓨터가 줄줄이 놓여 있었다. 모니터 앞에 연세가 지긋해보이는 할아버지 10여명과 아주머니 서너명이 앉아 있었다. 교육 시작시간 2시보다 10분 일찍 도착했지만 벌써 자리는 거의 다 차 있었다.

“안녕하세요? 박사모 회원인데 오늘 트위터 교육을 받으려고 왔는데요.”

사무실 입구를 들어서며 어색하게 인사하자 한 중년 남성이 반갑게 악수를 건네며 맞이했다. 한병택 박사모 수석부회장이었다. 그는 방문자 명단에 본명과 카페 닉네임과 연락처를 적게 한 후 비어있는 컴퓨터 앞으로 안내했다. 20대 젊은 남자의 등장이 의외라는 듯, 몇몇 어르신들이 나이를 물어보기도 했다.

기자가 자리에 앉자 박사모 동대문·성동지부장이라는 50대 남성이 다가왔다. 성동지부장은 자신을 경천대 서아무개 교수라고 소개했다. 다른 회원들도 이 사람을 ‘서 교수’라고 불렀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경천대라는 대학은 없었다. 경천대는 대학이 아니라 ‘낙동강 제1경’으로 꼽히는 경북 상주의 관광지를 일컫는 지명이었다.

서 교수는 지난 6월 ‘이만호장’에 임명됐다고 한다. 박사모는 트위터 팔로어 숫자가 1천명을 넘은 회원을 ‘천호장’, 1만명을 넘은 회원을 ‘만호장’으로 임명한다. 옛 몽골족 군대 조직체계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병택 수석부회장은 “지난 2월 트위터 교육을 시작한 이후 8개월만에 만호장에 임명된 사람이 벌써 200명”이라고 자랑했다.

트위터 가입하는 법을 익히자, 곧바로 ‘트윗애드온즈’라는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팔로어 수를 늘리는 교육이 시작됐다. 트윗애드온즈를 통해 ‘맞팔율’이 100%인 사람 위주로 무조건 팔로잉한다. 맞팔율이란 선팔(먼저 다른 사람을 팔로잉하는 것)을 했을 때 맞팔(누군가 자신을 팔로잉했을 때 자신도 그 사람을 팔로잉하는 것)을 하는 비율이다. 맞팔율이 100%인 사람을 팔로잉하면 이 사람도 나를 팔로잉할 확률이 거의 100%이기 때문에 쉽게 팔로어를 늘릴 수 있다. 누군가 나를 선팔하는지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내 맞팔율 역시 100%로 맞춰놔야 누군가 나를 선팔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글을 올리는지 관심가질 필요도 없이 팔로어를 늘린다. 옆자리의 ‘운길산’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70대 할아버지는 지난 7월 교육에서 처음 트위터를 배운 이후 석 달도 되지 않아 팔로어 수를 8880명으로 늘려 만호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박사모는 200여명의 만호장을 배출한 것이다.

다음 배울 순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의 글을 퍼뜨리는 방법이다. 일단 트윗애드온즈에서 ‘사랑의 생명나눔(사랑나눔 봉사단)’이란 모임에 가입한다. 서 교수는 이게 박사모 트위터 모임이라고 했다. 이 모임의 개설자는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다. 이 모임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리스트에 추가하면, 그 사람이 올린 트윗이 자동으로 내 타임라인에 뜬다. 그러면 그 글들을 무조건 리트위트하면 된다.

“안철수-문재인 싸우는 거 보는 것도 의외로 재밌네. 정당조차 없는 순 날탕 후보가 2류 정당과 싸우다니… 의외로 재밌네. ㅋ~” 같은 글들을 선택해 리트위트를 클릭하고 엔터키를 누르는 것을 계속 반복하면 된다. 리스트에 올리라고 추천을 받은 트위터 아이디는 ‘서기수’, ‘강지리돌’, ‘플루토’, ‘도리사방장’, ‘신어사’, ‘묘림조’ 등이었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이 쓴 ‘박근혜, 역사 논란 종지부 찍을 행보 가동’ 같은 제목의 기사나 ‘안철수 조부 친일 논란 갈수록 확산’ 등 박사모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을 링크 걸어서 리트위트 하는 법도 배웠다.

운길산 할아버지는 트위터의 힘을 강하게 신뢰하고 있었다.

“내가 한 번 리트위트 할 때마다 8880명에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거 아냐. 이걸 하루에 50번만 하면 50만개 가까운 메시지가 나가는 거잖아. 이게 진짜 대단한 거야.”

정작 본인은 8880명의 팔로어가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8880명이 자기 메시지는 확인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이런 믿음은 트위터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다른 박사모 회원들이라고 다르지 않아 보였다.

<바른뉴스> 사무실은 인터넷 언론사와 박근혜 후보를 위한 트위터 선거운동 사무실의 경계에 있는 듯 하다. 운길산 할아버지를 비롯해 팔로어 1만8천명을 보유한 조아무개 할아버지 등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박사모 회원들이 이곳의 단골 손님이다. 이들은 수시로 이곳을 드나들며 함께 모여 트위터 선거운동을 한다.

“사무실은 언제나 열려있으니까 자주 찾아오세요. 다른 사람들도 트위터 하러 자주 옵니다” 한병택 수석부회장이 기자에게 말했다. 운길산 할아버지는 목에 바른뉴스 사원증을 걸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자주 오니까 하나 만들어줬어. 선거법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된다고. 원래는 바른뉴스 사무실이잖아”하고 속삭엿다.

“잠깐 멈추고 여기 주목해주세요!” 누군가 외쳤다. 회원 한 명이 사무실 가운데에 박스를 가져다 놓자 한 남성이 그 위로 올라갔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었다. 그는 비장한 목소리로 연설을 했다.

“지금 우리는 일생일대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금 무엇보다도 온라인이 아주 중요합니다. 지금 여기 오신 분들을 중심으로 이제 새로운 조직을 만들려고 합니다. 옛날에 사이버전사대 108개조가 미리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게 불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작년 12월 헌법재판소 판결로 인해서 모든 것이 합법화됐습니다…그래서 지금 다시 사이버전사대를 결성하려고 합니다…그래서 지금 오신 분들은, 일요일날 이 소중한 시간에 오신 분들은 정말 중요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해낼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사명의식을 가지고 오늘 부지런히 배우십시오. 나중에 돌아가실 때에는 사이버전사대 전사 임명장을 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배워주십시오.”

정 회장의 연설이 끝나자 회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들의 눈빛은 결의로 빛났다. 조아무개 할아버지가 돋보기 안경을 손에 쥐고 말했다.

“우리가 예전에 이것(트위터) 때문에 졌잖아. 이게 아주 중요하다고. 만호장 한 명이 웬만한 지역위원장 하나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사무실 가운데에 있는 컴퓨터에서 한 회원이 워드프로세서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대충 완성이 됐는지 한 장씩 프린트로 출력했다. 사이버전사대 임명장이었다. 이날 교육을 받은 모든 회원에게 임명장이 수여됐다.

두 시간 남짓 교육을 받고 사이버 전사대 임명장을 받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소셜네트워크 세계의 이방인이었다. 맹목적으로 팔로어를 늘리고,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글을 리트위트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팔로어가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트위터는 선전도구일 뿐 소통도 네트워크도 없다.

피처폰에 찍힌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고 무작정 찾아온 70대 김아무개 할아버지는 1시간 넘게 트위터에 가입도 못하고 쩔쩔매다 갑자기 자신을 가르치던 서 교수에게 이렇게 물었다.

“에스엔에스가 뭐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약자라는 대답을 듣고 할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소셜이 뭐요?”

진도가 영 나가지 않아 답답하던 차에 실속없는 질문을 자꾸 하자 짜증이 난 듯 서 교수가 자리를 피했다. 김 할아버지는 포기하지 않고 주변 회원들에게 다시 물었다.

“소셜이 뭐요?”

할아버지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 아무도 없어 보였다.

2012년 10월14일, 트위터를 배우러 간 기자는 ‘BOHEM’이라는 닉네임의 ‘대한민국 박사모 사이버전사대 특별대원’이 됐다.

한겨레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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