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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가려던 전교1등이 집창촌에 있다가… 대체 왜?

[기타] | 발행시간: 2013.01.16일 03:02
학교 1000곳 돌며 학교 폭력 예방교육, 인천 남동署 박용호 경위

뺑소니로 구속된 모범생 술로 망가져 결국 스스로…

"무조건 잡아 넣는 것보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어려움 닥쳤을때 어떻게 할지 어른들이 미리 알려주었다면…"

"나쁜 놈들은 무조건 잡아 가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아이의 일이 생각을 바뀌게 했죠."

'피에로 형사'라는 별명을 가진 인천 남동경찰서 박용호(57) 경위의 원래 별명은 '망치'였다. 그의 입은 꽤 거칠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나도 애들 짱돌로 찍고 줘 패는 일 간 좀 봤다"고 말했다. 유도·태권도·합기도·검도 등을 합쳐서 20단이 넘는다는 그는 경력 26년의 베테랑 강력계 형사다.

하지만 그는 요즘 범인 잡는 일보다 학교를 돌며 '학교 폭력 예방교육'을 하는 일에 더 바쁘다. 벌써 18년째. 그가 다닌 학교만 1000곳이 훨씬 넘는다. 지난해에는 230곳을 돌았다. 교육이 딱딱해지지 않도록 피에로 복장을 하고, 때로는 여장(女裝)이나 대머리 가발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피에로 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가 이 일에 나선 것은 1992년 그가 근무하던 인천 부평경찰서 강력반에 잡혀온 김모(당시 고3)군 사건이 계기였다. 모범생이었던 김군은 전교 1등, 전국 10위권에 드는 성적으로 서울대 원자력공학과에 진학할 꿈을 키우고 있었다고 한다. 대입학력고사가 3개월쯤 남은 어느 날 김군은 머리를 식히려고 집 밖으로 나섰다. 그때 길가에 서 있는 빈 승용차의 문이 열려 있고, 키까지 꽂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는 호기심에 차에 올라 키를 돌렸다. 차가 움직였고 어느새 도로에 나와 있었다. 그는 당황하다가 인도를 걷던 행인 두 사람을 살짝 치었다. 겁이 나 차를 버려두고 달아났다가 붙잡힌 그는 수갑을 차고 박 경위 앞에 끌려왔다.

박용호 경위가 학생들을 상대로 범죄피해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박 경위는 교육이 딱딱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분장을 하고 강단에 선다. 이날은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선글라스를 썼지만 자주 피에로 복장을 하고 나서 ‘피에로 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박 경위가 보기에 김군은 어떻게든 살려줘야 할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김군의 집은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5000만원의 합의금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박 경위가 학교와 동네를 돌며 탄원서를 받아 냈지만 김군은 결국 구속됐다. 유치장 앞에서 김군은 망가질 삶을 예견한 듯 마구 울부짖었다고 한다.

박 경위가 김군의 소식을 다시 들은 것은 2년 뒤였다. 거리에서 노점상에게 돈을 빼앗다가 붙잡힌 김군의 동생은 박 경위에게 "형이 학익동 집창촌에서 산다"고 했다. 찾아갔다. 얼굴이 하얗고 곱상하던 김군은 술과 담배에 찌든 채 여인들에게 구걸하듯 얹혀살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박 경위에게 김군은 "왜 미안해하시느냐. 저 때문에 울지 마시라"고 위로했다. 그의 눈에서 모든 것을 포기했음을 느꼈다고 한다. 1995년 어느 날 그는 김군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른들이 조금만 더 너그럽게 대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주는 교육이 범인 잡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때부터 그는 학교를 찾아다니며 '청소년 비행 예방 강좌' 등의 이름으로 교육 활동을 시작했다. 청소년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해서 문화체육부가 발행하는 2급 자격증도 땄다. 요즘에는 학교에서 '잘릴' 위기에 놓인 문제 학생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칼만 들면 바로 조폭이 될' 아이들을 불러 1주일에 한 번씩 짜장면이나 햄버거 파티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그가 보여준 휴대전화에는 그를 '사부님'이라 부르는 문제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가 보낸 감사와 안부 인사가 가득했다.

"학교 폭력을 비롯해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의 내면을 보면 외로움이 깔려 있어요. 그걸 메우려고 싸움도 하고 범죄도 저지르는 거죠. 어른들이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고,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깨워주면 그런 문제를 거의 없앨 수 있다고 확신해요.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어른들이, 사회가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죠."

조선일보 인천=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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