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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청국장 먹어도 소용없다" 일침

[기타] | 발행시간: 2013.02.22일 23:00
"유산균 많은 음식도 끓이면 다 죽어"

■ 자타공인 식도락가 정 대표

홍어 먹으러 전라도로… 순두부 뜨러 강원도로…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의 별명은 '식도락가'이다. 음식을 맛보고 깊이 있게 연구하는 것이 취미인 그는 해외출장과 기술개발로 바쁜 일정에도 주말이면 아내와 '맛 기행'을 떠난다. 맛에 대한 단순한 관심보다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연구를 위한 측면이 크다.

지방 구석구석을 누비기 위해 차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바꿨다. 특히 발효음식에 대한 관심으로 홍어 맛을 보러 전라도로, 순두부를 뜨기 위해 강원도로 직접 가곤 했다. 새로운 유산균 원균(종균)을 찾아내기 위해 직원들과 2박3일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강경 젓갈축제에서 목포 홍어축제까지 발효음식 축제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직접 찾아가 맛을 보고 원균을 채취한다. 막걸리 양조장과 우유를 만드는 목장도 수차례 방문했다.

정 대표는 "신생아들이 배출하는 변에 좋은 유산균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산후조리원까지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출산할 때 엄마의 유산균이 산도를 타고 아기 입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쯤 하면 취미를 넘어 일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정 대표는 미생물학 석사학위를 딸 때는 논문주제를 아예 청국장으로 정했다.

요리와 발효음식에 대한 관심으로 쎌바이오텍 김포 본사에는 중소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사무실과 좀 떨어진 2층짜리 석조건물로 거실이 리조트를 연상하게 하는 고급 가구와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눈길을 끈다. 위층 주방에는 베테랑 요리사가 현지 전통음식을 준비한다. 정 대표는 "바이어의 국적별로 각기 다른 전통음식을 내놓는다"며 "그러다 보니 일본부터 덴마크ㆍ동남아시아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루지 않은 세계 요리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타지에서 익숙한 고향음식을 맛본 바이어들은 감동과 함께 자연스레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그는 유럽 지사가 있는 덴마크에서는 한국음식바자를 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직은 식재료 공급에 어려움이 있어 대사관에서 개최한 행사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 같은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독일의 경우 스위스에서 전시회가 열려도 1박2일 코스로 국경에 가까운 성으로 초대해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며 스킨십을 높이는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유산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적극 설파했다. 그는 "장 속의 유산균은 우리 몸에 이로운 유익균(유해균과 균형을 이루는)의 대표 주자로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병원균을 죽이는 천연 항생제 역할을 하고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해 설사나 변비를 예방해준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산균 인지도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했다.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1%에 그친다는 것. 정 대표는 "평소 김치ㆍ청국장 등 발효음식을 많이 먹으므로 별도로 유산균을 챙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됐다"면서 "유산균은 열이나 수분ㆍ위산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음식물 형태로 섭취할 경우 위를 통과해 장까지 살아서 가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유산균은 끓이면 모두 죽기 때문에 찌개로 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발효식품의 좋은 유산균 성분은 다 없애고 감칠맛만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Story]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

종주국 덴마크서 유산균 열공… 국내 바이오시장 열었죠

“한국사람들이 자주 먹는 고춧가루, 마늘, 생강과 같은 음식은 항균효과가 높습니다. 버터, 치즈, 우유와 같은 수입 유산균은 저항성이 없어 한국이나 동남아에 들어오면 효과를 잘 내지 못합니다. 한국형 유산균은 장 내에서 가장 생존율이 높은 강한 유산균입니다.”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정명준(사진) 쎌바이오텍 대표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체내에 들어가 건강에 좋은 효과를 내는 살아 있는 유산균) 전도사다. 쎌바이오텍은 1g 안에 1,000억 마리의 유산균을 농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단백질과 다당류로 이중 코팅을 해 유산균이 소화 과정에서 소멸되지 않고 장까지 살아서 가도록 하는 이중코팅(듀오락) 특허 기술도 갖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종주국인 덴마크 시장에서도 80%의 점유율로 1위다. 그래서 한국기업 중 가장 덴마크에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은 식품보충제로 비타민 만큼이나 인기가 높다.

정 대표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는 세계적 유산균 회사인 크리스찬 한센이 있는 덴마크 유학. 덴마크 왕립 공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지켜본 크리스찬 한센은 한국 중소기업 규모의 공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연 매출은 대기업 수준인 4조원에 달했다. 기술력만 확보한다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당시 그는 짬이 날 때면 가족과 함께 음식과 조리기구를 싣고 자동차로 여행을 다녔다. 스웨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스코틀랜드 등 유럽 각지를 다니며 각 나라별 카탈로그를 모았다. 내가 배운 것과 현지 문화를 접목시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한국으로 돌아와 1995년 쎌바이오텍을 설립했다. 바이오벤처 1세대인 셈이다. 그러나 창업 초기에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는데 은행원들이 바이오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유산균이라 하니 김치 공장을 만들면 대출해주겠다는 은행도 있었다. 정 대표는 “유산균 사업 자체를 설득시키는 일이 난관이었다”고 회상했다.

바이오 인력 한계도 컸다. 그는 “미생물 전공자들은 학자와 같아 자본주의로 무장한 기술자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실험하고 논문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 대표는 바이오 기술자들에게 자본주의를 심어주기 위해 최대 2,000만원까지의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연구소의 연구원이 아니라 기업의 연구원은 달라야 한다는 철학에서다.

과거 바이오 벤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현재 명맥을 유지하는 업체는 손에 꼽는다. 정 대표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기술개발이라는 한 우물만 팠고,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서 도달할 수 있는 ‘이중 코팅’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하면서 대표적인 바이오기업으로 살아 남았다.

시련도 많았다. IMF 외환위기 여파를 쎌바이오텍도 피해갈 수 없었다. 수금이 제대로 안 되고 판매회사의 영업 부진이 이어졌다. 재고는 과도하게 남고 어음은 휴지조각이 돼 부도 위기를 맞았다. 그는 대금을 달러로 받는다면 부도 위기를 겪지 않을 거라는 판단으로 수출을 돌파구로 삼기로 했다.

처음 시작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었다. 가장 안전한 수단이었고 자금이 어느 정도 모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시장점유율은 높아졌지만 얼굴없는 기업이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결국 지난 2006년 십여개의 OEM을 모두 자르고 독자브랜드를 갖고 약국ㆍ병원ㆍ홈쇼핑으로 뛰어들었다. 독자적인 이중코팅 기술을 앞세운 듀오락 브랜드의 인지도도 한층 높아졌다.

사실 정 대표는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1년 중 3분의 1 이상을 해외에서 머문다. 지난 주말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됐다는 그는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다. 정 대표는 “터키와 폴란드의 의사와 약사 40여명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고 유럽지사 인력 확충작업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덴마크, 독일 등 유럽 대학과의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독일 대학과는 쎌바이오텍이 보유한 유산균의 우수한 기능성이 최대화되도록 조합한 후 사람의 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검증하고 있다. 덴마크 대학과의 공동연구는 유산균이 장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치료단백질을 생산하도록 함으로써 약물 전달체로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는 “지난 1년간 유산균 관련 기초 실험을 진행해왔다”며 “기능성을 넘어 면역증강이나 치료로 확장시킨다는 의미로 동부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폴란드 임상시험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득 정 대표가 ‘강남스타일’로 유명한 가수 싸이(PSY) 이야기를 꺼냈다. 수출 기업답게 싸이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우리 제품을 알릴 시기가 왔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서유럽을 중심으로 빅마켓에 먼저 씨를 뿌리는 작업을 지금까지 진행했다면 이제는 확장할 시기”라고 역설했다.

독일, 프랑스 등의 서유럽 국가는 시장지배력을 더 높이고 폴란드와 같은 동유럽과 터키 등으로 진출해 입지를 넓혀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현재 60%인 수출 비중을 장기적으로 70~80%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회사도 날개를 달게 됐다. 관세가 없어진 것뿐 아니라 국내에서 받은 인증서를 현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아시아에서도 이미 인도네시아는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중국시장 진입도 추진 중이다. 최대 인구국가 중 하나인 중국은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틈새(Niche)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쎌바이오텍은 지난 2006년 이후 연평균 16%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7.2%, 16.8% 증가한 251억원과 65억원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올해 연평균 성장률을 뛰어 넘는 경영실적이 목표이며, 지역별로는 유산균 하면 떠오르는 불가리아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특히 김포 제3공장에 올 6월말까지 약 80억원(토지대금 포함)을 투자하는등 설비확장에 나선다. 정 대표는 “공장신설이 완공되면 기존의 완제품 부분 생산설비가 이전하게 되고 현재 생산량의 3배, 매출액은 현 수준의 4배까지 생산 능력 확대가 가능해진다”고 내다봤다.

쎌바이오텍의 다음 목표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활용한 대장암ㆍ아토피 치료제 개발이다. 성공한다면 지금까지 건강기능성 식품으로서 유산균 제품을 생산하는 구도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의약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달게 된다. 쎌바이오텍이 추진하는 이중코팅기술이 접목된 구강 투여 방식은 주사용 치료제인 약물 주입과는 달리 안전하게 장까지 이송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는 “중증 장 질환 치료용 면역물질을 유산균이 생산하는 면역물질에서 찾고자 한다”며 “동물 임상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또 “연구와 생산을 우리가 하고 마케팅만 맞길 유럽 회사를 찾을 예정”이라며 “관심을 보이며 독점권을 확보하고 싶어하는 제약사가 많다”고 귀띔했다.

◇약력

▦1958년생 ▦1980년 연세대 생물학과 ▦1982년 서울대 미생물학석사 ▦1992년 덴마크왕립공대 이학박사(유산균 발효) ▦1995년∼ 쎌바이오텍 대표 ▦2000년∼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2004년∼ 한국유산균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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