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6일 열린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서도 5·16 군사쿠데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위원들의 5·16 질문에 답변을 피해 나가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5·16은 인사청문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이다. 교과서에는 5·16을 쿠데타라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역이란 점에서 장관 후보자들은 '대통령 눈치보기'라도 하듯 명확한 답변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날 류 후보자에 대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무려 6명의 청문위원이 이 질문을 물고 늘어졌다.
이날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이 가장 먼저 "5·16은 쿠데타가 맞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류 후보자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하자 정 의원은 "교과서를 부정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도 "후보자는 5·16을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했는데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고 오늘의 평가가 누적됐을 때 그게 역사가 되는 것"이라며 "이완용의 후손이 대통령이 되면 경술국치도 잘 한 일이라고 할 것이냐"고 호통을 쳤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도 "역사 공부가 안되어 있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소신이 없냐"며 "개인의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인태 의원 역시 "5·16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면 대통령이 고집을 부릴 때 참모 역할을 할 수 있겠냐"며 "장관 후보자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도 "교과서에 5·16은 군사정변이라고 돼 있는데 교과서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고, 여당 의원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도 "왜 5·16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는 것이냐"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류 후보자는 "교과서의 표현은 인정한다"고 어정쩡하게 답변했다.
이날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5·16 같은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서 후보자는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많지 않다. 교과서에 기술된 표현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즉답을 피했다.
앞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유정복 안전행정부, 황교안 법무부, 서남수 교육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답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즉답을 피해갔다.
특히 교육정책을 관장하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5·16 질문에 답변을 꺼려, 교과서에 실린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 장관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서 후보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을 피했고, 이에 민주당 박혜자 의원은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 한다면 교과서에서 서술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답변을 회피하는 것이 더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상부에서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서남수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회의장 주변에서 기자들 사이에 '정홍원 총리가 너무 곧이 곧대로 답변하는 바람에 누군가 심기가 상했고 장관 후보자들 인사청문회 답변에 대해 후퇴한 역사인식이 가이드라인으로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kangs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