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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동지팥죽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3.03.12일 13:55
  (가목사) 서홍매

  한해에 이런저런 명절이 많고도 많지만 오늘처럼 의미깊은 명절이 있는것 같지 않다. 오늘은 한해중에서 해가 제일 짧고 밤이 제일 긴 동지다. 이날은 음(阴)이 가장 성하다고 해서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붉은 팥으로 쓴 동지팥죽을 먹으 며 액운을 막고 한해의 길함을 빌었었다.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야민족이 예언한 지구종말이라는 12월 21일이여서 세계 각지에서는 정말 지구종말이라도 맞이하는것처럼 싱숭생숭한 가운데서 동지보다도 지구종말이 오는가 안오는가 하며 조바심을 태우며 기다린것 같다.

  그러나 이날도 역시 여느날과 별반 차이가 없이 고요히 찾아왔으며 우리는 매일 과 마찬가지로 학교로 출근길에 올랐다. 첫시간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에 오니 교무실 선생님들께서 오붓이 모여서 웃음꽃을 피우며 나를 어서 오라 불렀다. 다가가보니 글쎄 보온병 도시락통에 김이 물물 나는 팥죽이 나를 반기는것이 아닌가? "야 오그랑 죽, 이게 몇해만입니까? 팥죽이 어찌 여기까지 왕림하셨습니까?" 나는 너무도 반가와 우스개까지 하며 애처럼 퐁퐁 뛰였다. 옛날 어머니가 해주는 팥죽을 먹을 때는 왜 먹는지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고 그저 먹기만 하였는데 오늘의 이 팥죽은 금은보화를 주은것보다도 더 반가왔다. 김옥화선배선생님은 공기에 팥죽을 떠주면서 새알심을 몇개나 먹겠는가고 물었다. 나는 "나이만큼은 먹을수 없구요. 의미깊은 날인데 열두개나 스무한알은 먹어야 잖아요"고 대답했다.

  선배선생님께서 새벽부터 일어나 정성껏 끓인 동지팥죽, 진붉은 죽물에 진주같이 하얀 새알심, 거기에 쌀알들이 보기 좋게 섞여 볼수록 팥죽이 한결 먹음직스러웠다. 나는 선배선생님께서 친히 떠주는 팥죽을 받아 한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순간 마음속으로부터 뜨거운것이 북받치며 온몸에 난류가 흐르는상싶었고 두눈엔 뜨거운것이 감도는상 싶었다. 부드럽고 구수하며 감칠맛이 나는 팥죽, 뜨근하고 진하고 걸죽한 팥죽은 선배선생님의 정성과 사랑을 담아 온몸으로 뻗쳐가고 있었다. 지난날 어머니의 손맛이 언니들의 손에서 전해지고 있었다.

  호호 불며, 하하 웃으며 새알을 세기도 하고 팥죽을 끓이는 과정을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밥공기들을 들고 법석이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나는 무한한 행복감을 느꼈고 마치도 설을 쇠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선배선생님은 꼭 동지를 맞이하면서 어머니들처럼 액운이 멀리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따끈하고 정성스럽게 끓인 팥죽을 먹으면서 밝고 건강한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할것을 기원하였을것이다.

  밖에선 삭풍이 불고 삼라만상이 강추위에 꽁꽁 얼어붙고 있었지만 교무실에선 화기애애한 사랑이 감돌고 새알심을 빚는것처럼 충실하고 달콤한 생활을 빚고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세계말일이 온다고 별의별 물건을 팔고 사고 하며 야단법석이였지만 우리 교무실에선 그토록 평온하고도 열렬하게, 그토록 평범하면서도 알차게 생활을 엮어가고있었다.

  이토록 생활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찌 아름다운 생활이 차려지지 않으며 어찌 행복이 찾아들지 않겠는가?

  나는 동지팥죽에 담긴 소망 -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고 바라는 일이 잘 풀리기를 두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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