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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 숭어

[기타] | 발행시간: 2013.04.26일 03:11

육소장망에 갇혀 펄떡… “갯벌숭어와 향부터 달라”

[동아일보]

21일 오후 1시 부산 강서구 천가동 가덕도 대항항. 가덕도 동쪽 연대봉 기슭과 남쪽 국수봉 기슭이 잘록하게 이어진 항아리형 어항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순간 “바라(봐라), 조지라(그물을 당겨 올려라)”는 고함소리가 바다를 뒤덮었다. 국수봉 언덕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던 어로장(漁撈長) 허창호 씨(72)의 시야에 숭어 떼가 포착된 것. 허 어로장의 고함에 따라 6척의 배들이 그물을 조여들자 하늘로 치솟는 숭어가 푸른 봄 바다를 은빛으로 물들였다.

숭어는 참조기, 웅어와 더불어 봄철에 잡히는 최고의 생선으로 꼽힌다. 이 중 가덕숭어는 국내 유일의 재래어로 방식인 ‘육소장망(六소張網)어로법’으로 잡는다. 이 어로법은 타원형으로 배치된 6척의 작은 배가 그물을 넓게 깔아 놓은 뒤 숭어 떼가 지나갈 때 어로장의 명령에 따라 일제히 그물로 둘러싸 건져 올리는 방식이다. 160여 년 역사를 가진 이 어로법은 매년 4, 5월 대항항 일대에서 펼쳐진다. 많을 땐 3000여 마리를 잡기도 한다.

“이제 이런 방식으로 숭어를 잡는 날도 머지않았어. 고기잡이를 하려는 사람들이 없으니 맥이 끊길 위기지. 직접 건져 올린 가덕숭어 회 맛은 안 먹어보면 몰라.”

마흔 살부터 물 보는 법을 배워 20여 년째인 허 어로장의 가덕숭어 예찬론이다.

가덕숭어는 다른 지역의 숭어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면서 향긋한 맛이 일품. 대항 토박이인 주종거 대항어촌계장(75)은 “가덕도는 낙동강 물과 바닷물이 만나 영양소가 풍부한 천혜의 어장”이라며 “물살이 세고 물이 맑아 갯벌지역에서 잡히는 숭어에 비해 육질, 맛, 향에서 모두 월등하다”고 말했다.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된 특산물이기도 하다. 육질의 콜라겐은 피부탄력에도 좋아 건강(웰빙) 식품으로도 인기다. 봄 숭어를 두고 ‘태산보다 높은 보릿고개에도 숭어 비늘 국 한 사발 마시면 정승 보고 이놈 한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현재 가덕도의 숭어잡이 어민은 대항어촌계 50가구와 동선어촌계 30가구 등 80가구. 연간 어획량은 138t, 위판액은 5억5000만 원으로 전국 어획량과 위판액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한 마리에 500g∼2kg인 숭어의 위판 가격은 kg당 2000∼5000원 선. 전량 현지에서 직거래돼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다. 대항마을에서 성업 중인 식당 10여 곳에 가면 감칠맛 나는 숭어회를 먹을 수 있다. 소매가는 kg당 1만 원 선.

가덕숭어 회는 붉은색과 회색의 층이 선명하게 구별된다. 도톰하게 썬 회 한 점을 입에 넣으면 감칠맛이 혀를 휘감는다.

고소한 구이, 깔끔한 맑은 탕, 얼큰한 매운탕 모두 맛있다. 전골이나 조림, 숭어미역국은 입맛을 돋우는 봄철식단 메뉴로 그만이다. 숭어김초밥, 숭어탕수육, 숭어만두, 숭어미트볼은 어린이용으로도 좋다.

정해숙 천가동 부녀회장(57)은 “숭어를 살짝 말린 뒤 김치를 얹어 찜을 하면 별미 중의 별미”라며 “산모들에게는 숭어를 푹 고아 낸 물을 먹였다”고 말했다. 한편 20, 21일 대항마을에서는 제9회 가덕도숭어축제가 열렸다. 대구에서 온 강현희 씨(46)는 “깨끗한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숭어 맛은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지우기 어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는 끝났지만 5월 말까지는 가덕숭어를 맛볼 수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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