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사건/사고
  • 작게
  • 원본
  • 크게

진주의료원 떠난 환자 벌써 11명 숨졌다

[CCTV 한국어방송] | 발행시간: 2013.07.03일 08:08

ⓒ시사IN 이명익 3월28일 진주의료원에 입원 중인 한 환자가 경남 사천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검은 비닐에 짐을 싸둔 채 기다리고 있다.

경남 진주에 사는 김서영씨(가명ㆍ49)가 도청 공무원한테 처음 전화를 받은 날은 지난 4월8일이었다. 4월10일, 4월18일에도 전화가 걸려왔다. 진주의료원에 입원한 이모 최 아무개씨(61)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전화였다. 4월18일은 유독 집요했다. 하루 동안 열 차례 전화가 왔다. 공무원이 무심결에 내뱉은 한마디가 걸렸다. "(최씨가) 기초생활수급자시네요." 그 말을 듣고 김씨는 병원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진주의료원에서 최씨의 한 달 병원비는 70만~120만원. 이 금액에 산소호흡기 비용은 빠져 있었다. 최씨가 기초생활수급자라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산소호흡기 값은 따로 내지 않았다. 만에 하나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라도 박탈당하는 날이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4월19일 최씨는 ㅇ요양병원으로 옮겼다.

최씨는 루게릭병 환자다. 몸무게가 20㎏을 넘지 않았다. 작은 스트레스도 생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김씨는 경남도청으로부터 경상대병원과 ㅇ병원을 추천받았다. 경상대병원은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루게릭병 환자가 한 명 있다는 ㅇ병원으로 옮겼다. ㅇ병원 주치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였고, 시설 역시 진주의료원에 미치지 못했다. 진주의료원에서 179일 동안 입원해 생존했던 최씨는 병원을 옮기고 나서 8일 뒤 숨졌다.

지난 2월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 이후 퇴원한 환자들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시사IN> 취재 결과 6월11일 현재 최씨처럼 퇴원 뒤 숨진 환자는 11명이다. 지난 2월 발표 이후 진주의료원에서 사망한 환자까지 합치면 모두 24명이다(오른쪽 <표> 참조).



이 아무개씨(89)도 지난 4월3일 병원을 옮긴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에 따르면, 폐암 말기였던 이씨는 병원을 옮기자 말을 하지 않았고, 식사를 거부했다. 기자와 만난 이씨의 차남 이정철씨(가명ㆍ64)는 "없는 사람 처지에서는 의료원이 좋았다. 의료원에 그대로 계셨다면 어머니가 그래도 몇 달은 더 살지 않았겠느냐"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강성 노조가 문제면 그 문제만 해결하면 되지 의료원을 왜 없애냐"라고 덧붙였다.

병원 옮기는 과정에서 합병증 시달려

폐암으로 입원했던 이규정씨(가명ㆍ74)와 급성호흡부전으로 입원했던 이종원씨(가명ㆍ68)도 병원을 옮긴 지 각각 17일과 9일 만에 사망했다. 이규정씨는 병원을 옮긴 후 행동제어가 잘 안 됐다.

진주의료원에서는 근육주사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었지만, 옮긴 병원에서는 거친 행동을 보이며 이상행동이 심해졌다. 이종원씨도 병원을 옮기면서 의사 표현을 멈추었다. 이종원씨의 장남 이윤권씨(가명ㆍ45)는 "바뀐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간병인과 의료 행위의 수준이 진주의료원과 차이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김동인 진주의료원을 떠난 지 44시간 만에 숨진 왕 아무개씨의 아들 박광희씨.

경상남도 하동군에 사는 박광희씨(57)의 어머니 왕 아무개씨(80)도 4월16일 병원을 옮기고 44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2012년 9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왕씨는 경상대병원을 거쳐 지난해 10월18일부터 진주의료원에서 치료해왔다. 박씨는 "어머니가 순전히 퇴원 때문에 돌아가셨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태를 악화시킨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홍준표 경남도지사,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 윤성혜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을 직권남용ㆍ업무방해ㆍ의료법위반죄로 고소한 상태다. 이에 박 대행과 윤 국장은 박씨를 무고죄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또 경남도는 "사망자 숫자도 폐업 결정 발표 이전의 추이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적고 폐업 조치가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경남도는 폐업 조치 이후 다른 병원으로 옮긴 환자들이 정상적인 진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국의료보건노조가 폐업 발표 이후 퇴원한 환자 가운데 42명을 추적한 조사를 보면, 13명은 병원이 아닌 집에 있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경남도가 추천한 병원으로부터 입원을 거부당했다. 입원한 환자 29명 가운데 10명도 입원 거부를 경험했다. 이들 중 3명은 3~4곳에서 거부당하기도 했다. 정백근 경상대 의대 교수는 "민간 병원 처지에서는 이윤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장기 입원 환자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병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합병증에 시달리는 환자도 적지 않았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앓던 김 아무개씨(70)는 병원을 옮긴 후 일주일 동안 호흡곤란을 겪었다. 무산소성 뇌병증으로 입원해 있었던 박 아무개씨(77)도 병원을 옮긴 뒤 곧바로 폐렴과 스트레스성 하혈에 시달렸다. 퇴원 환자 조사를 맡았던 오선영 전국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일반인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은 잔병도 중환자들에게는 위험한 합병증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의료원 퇴원 환자 가운데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라고 말했다.

김동인 astoria@sisain.co.kr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100%
10대 0%
20대 0%
30대 10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영원한 '오빠', 그리고 '가황' 나훈아가 가수 생활 은퇴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27일, 인천 연수구 송도컴벤션시아에서 나훈아는 데뷔 58년 생활을 마무리하는 단독 공연을 펼쳤다. 그는 이날 "이제 진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오후 3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빙설의 꿈, 하나로 잇는 아시아'... 2024년 할빈시조선족중소학생 랑독대회 개최

'빙설의 꿈, 하나로 잇는 아시아'... 2024년 할빈시조선족중소학생 랑독대회 개최

도리조선족학교 초중부 김가영, 소학부 하의연 학생 특등상 아성조중 두사기, 오상시조선족실험소학교 강봉혁 학생 1등상 2025년 제9차동계아시안게임과 할빈빙설문화의 풍채 및 2024년 세계독서의 날을 맞아 최근 할빈시조선민족예술관, 할빈시교육연구원민족교연부,

중국 의학계, 인재 육성∙AI 접목한 교육 강화에 박차

중국 의학계, 인재 육성∙AI 접목한 교육 강화에 박차

"현대의학은 단일 질병에서 동반 질환으로, 질병에 대한 관심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즉각적 효과에서 장기적 효과로, 개체에서 단체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의료 업무는 '질병 치료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더 나아가 '사람과 인류 중심'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중국 로동절 련휴 겨냥, 소비 진작 위한 다양한 활동 전개

중국 로동절 련휴 겨냥, 소비 진작 위한 다양한 활동 전개

지난 21일 하북성 석가장시 정정(正定)현의 한 야시장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드론 사진에 담았다. (사진/신화통신) 중국 정부가 로동절(5월 1일) 련휴를 앞두고 소비 진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아동(何亞東)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5일 상무부 정례브리핑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