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에 직면한 애플 앱스토어]
개발자들 꿈, 앱 90만개 만들어 '앵그리버드' 등 크게 히트
개발자 수익 100억달러 달해…
매주 수천개씩 올라왔지만 이젠 포화 상태에 이른 듯
구글 플레이스토어 거센 도전… 올 10월 다운로드數 역전될 듯
2009년 도산 위기에 몰린 직원 수 12명의 작은 핀란드 게임업체는 마지막 도전을 했다. 그동안 개발한 게임 51개가 모두 실패한 뒤 52번째 게임은 당시 막 세상에 선보인 '앱스토어(App Store)'용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직원 4명이 3개월간 매달렸다. 이 게임은 이후 2~3년 동안 무려 17억명의 전 세계 소비자들을 열광시켰다. 바로 '앵그리버드'다. 이 게임을 만든 로비오는 현재 추정 기업 가치가 90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하는 핀란드 대표 기업이 됐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10일 탄생 5주년을 맞았다. 앱스토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대박을 낼 수 있는 새 장터였고, '앵그리버드'는 이를 입증한 대표 사례였다. 전 세계 개발자들은 대박의 꿈을 찾아 앱스토어로 몰려들어 90만개의 앱을 만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노래를 들으면 곡명을 알려주는 앱 '샤잠' 등 숱한 벤처기업들이 이곳에서 성공의 꿈을 이뤘다. 5년 동안 앱스토어를 통해 개발자들이 벌어들인 수익만 100억달러를 넘었다.
애플은 '앱스토어 탄생 5주년'을 맞아 스왐피·배드랜드 등 0.99~ 19.99달러짜리 유료 앱 10개를 공짜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고 자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앱스토어는 이제부터가 진짜 위기"라고 말했다.
◇500억개의 앱이 유·무료로 팔려나간 앱스토어
앱스토어에는 5억7500만개의 계정이 있다. 이용자 한 명이 여러 개의 계정을 가진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많게는 5억명 이상이 앱스토어 이용자라고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이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한 앱 건수는 무려 500억 건이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앱이 팔리면 수수료 30%를 자신들이 갖고 나머지 70%를 개발자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점차 앱스토어의 성공 스토리는 사라지고 있다. 앱스토어에는 매주 수천개의 앱이 올라오지만 소비자들은 수십만개의 기존 앱 속에서 새로 나온 앱을 접할 기회조차 없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개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간 4000만원도 벌지 못한다. 최근 1분기에 앱스토어에서 100만달러 이상을 벌어간 개발사는 전 세계에서 88곳에 불과했다. 이들은 모두 마케팅에 자금을 쏟아부은 대형 개발사들이다.
◇애플의 점유물이던 '앱스토어 시대'는 끝나
류한석 IT기술문화소장은 "PC나 인터넷(월드와이드웹)이 혁신 서비스로 처음 등장해 정점을 찍은 것이 만 5년 되는 해"라며 "애플의 앱스토어도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75만개의 앱을 보유한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지난 5월 말 다운로드 수 500억건을 기록해 애플을 따라잡았다. 올 10월이면 역전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플의 폐쇄성 때문이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오직 아이폰, 아이패드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4·아이폰4S·아이폰5의 누적 판매량은 2억1900만대다.
반면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공개해 어느 제조사든지 '안드로이드폰'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전 세계 60개 휴대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폰을 만들어 팔고 있다. 벌써 7억5000만대가 팔렸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일본·중국·한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구글 안드로이드폰은 스마트폰 시장의 7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10~20%에 불과하며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애플의 승부수는 지난달 공개한 최신 운영체제 'iOS7'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아이폰이 나온 이래 iOS의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애플은 하반기 iOS7의 출시에 맞춰 현재 앱스토어를 새롭게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성호철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