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소득은 그대로인데 대출상환↑ 소비지출↓...경기부진 심화 우려"]
"소득은 그대로인데 경제는 불안하니 빚부터 갚고 허리띠 졸라매야죠. 앞으론도 더 내야 한다는데..."
지난해 가계수지가 눈에 띄게 개선된 원인이 부채상환 증가와 소비위축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계속해서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증세안'까지 현실화되면 소비가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12일 한국은행 조사국 계량모형부 황상필 팀장, 정원석 조사역이 발표한 '가계수지 적자가구의 경제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소득에서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이자, 조세 등)을 뺀 가계수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악화됐으나 지난해 전년 19%에서 21%로 상승했다. 적자가구의 소득 대비 가계수지 적자 규모도 위기 이후 축소되는 추세다.
이 같은 가계수지 개선세는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소득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부동산 담보대출 등 부채상환이 늘었고 평균소비성향이 낮아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버는 돈은 그대로인데 경기가 불안하다보니 소비를 줄이고 빚 갚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가구 전체의 평균소비성향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0.77에서 지난해 0.7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적자가구의 평균소비성향도 1.36에서 1.32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특히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 스페인 재정악화 우려 등 대외여건 악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 가계부채 상환과 동시에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된 배경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 품목별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확대돼 왔던 교육 관련 소비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말 금융부채잔액이 지난해 말에 비해 감소세를 나타낸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여전히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지만 지난 2010년 이후 점차 둔화되는 양상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가계의 급속한 디레버리징(대출상환)과 소비감소가 경기부진을 심화시키고 자산가격 하락 등 경기침체와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해서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어 앞으로 내수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증세'를 골자로 한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가계의 부담이 한층 가중되면서 민간소비가 더 위축될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보고서는 또 60세 이상 고령층 적자가구의 80% 정도가 소득 1분위에 포함되는 저소득층이라고 지적했다. 가계수지 적자가구의 경우 자동차 구입을 포함한 교통, 교육 등의 지출비중이 흑자가구에 비해 크게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가계수지 적자가구의 증가가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며 적자가구 비중이 높은 고령층 저소득가구에 대한 소득여건 개선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상필 팀장은 "인구구조 면에서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이들 계층의 소득증가율이 낮아 소득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다"며 "소득여건 개선이 어려울 경우 우리 경제의 소비활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