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사업 87% 대기업에 쏠려
수수료도 최대 15배 깎아줘
"누굴 위해 존재하나" 반발
중앙회 "수익 내 중기에 혜택"
지난해 5월 보증사업을 시작한 중소기업중앙회가 회원사인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기업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보증이란 납품·용역 등 사업을 하는 회사가 차질이 생겨 발주처에 손해를 입힐 경우 그 손해를 보증사가 대신 물어주도록 한 제도다. 중기중앙회는 올해 초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체는 사업조합의 조합원일 경우'에만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는 정관을 고쳐 '공공성이 큰 조달사업에 참여하는 하도급 거래 상생기업에 대해서 비조합원인 경우에도 보증공제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회원사가 아닌 대기업도 중기중앙회에서 보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 결과 보증의 대기업 '쏠림현상'이 확연히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이 2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보증 한도(2조4000억원) 중 87%(2조573억원)가 대기업 보증에 쓰였다. 지난해 16.1%(108억원)였던 것에 비해 200배 늘어난 수치다. 중소기업 보증액은 3160억원에 불과했다.
이뿐 아니다. 회원사인 중소기업보다 비회원사인 대기업이 더 많은 수수료 할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중앙회는 340억원의 보증을 받은 대기업 A사에 대해선 수수료의 98.7%를 할인해줘 16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그러나 3500만원을 보증받은 중소기업 B사에 대해선 수수료의 2%를 할인해줘 수수료로 17만원을 받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최대 15배 더 많은 할인율을 적용받으면서 오히려 중소기업이 역차별을 받는 일이 생긴 것이다.
A와 B사가 중기중앙회가 아닌 민간 보증보험업체인 서울보증을 이용할 경우 A사는 3억원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민간업체들은 대기업의 수수료 할인 한도를 5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3500만원을 보증받은 B사의 경우 서울보증 대신 중기중앙회를 이용하면 1만~2만원 덜 내는 정도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누구를 위한 중소기업중앙회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레이더 등 감시장비를 생산해 온 중소기업 사장 C씨는 “지난해 중기중앙회에서 6000여만원을 보증받았고 올해 보증 한도를 늘리려고 하니 추가로 예치금을 내야 한다고 하더라”면서 “중앙회가 대기업에도 보증을 서주기 시작하면서 중소기업에 더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사 중소기업들은 정관이 바뀐 줄도 몰랐다며 보증제도에 대한 홍보 미흡을 지적했다. 이채익 의원은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많이 공제보증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기업 보증수수료 할인율에 상한선을 두고, 현재 2%에 불과한 회원사 중소기업 할인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중기중앙회는 “대기업 보증을 통한 수익으로 기금 규모를 키워서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을 늘리겠다”고 해명했다.
김경희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