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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석같이 믿었던 스타 쇼호스트가 뒤통수를 치다니 …

[기타] | 발행시간: 2013.09.29일 04:03

당신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1년 전쯤입니다. 당신을 마치 친언니마냥 친근하게 소개한 지인을 통해서입니다. 홈쇼핑 쇼호스트인데 사람의 마음을 사는 말솜씨가 장난이 아니라고, 그래서 옷이며 액세서리, 화장품까지 파는 물건만 보면 지갑을 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뭐 이런 멋진 옷 입고 장보면 안 되나요?”라던가 “이 제품, 사실 좀 비싸긴 해요” 같은 솔깃한 멘트는 마음까지 열게 한다고도 했습니다. 게다가 당신의 인터넷 카페에는 몇 만 명이나 되는 회원이 있고, 당신이 방송에서 입고 나온 옷이며 신발을 사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제 지인도 그 카페에서 열심히 활동 중이었고요.

귀가 얇은 저는 그날 저녁 당신이 진행하는 홈쇼핑 프로그램을 일부러 시간 맞춰 틀어봤습니다. 과연 다른 쇼호스트들과는 다르더군요. “직접 써보고 입어 봤는데 그렇게 좋을 수 없다”는 평범한 말도 당신 입에서 나오니 당장이라도 사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홈쇼핑 등) 직접 보고 만지지 못하는 물건은 사지 않는다’는 쇼핑 철학이 없었다면 저도 여러 차례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눌렀을 겁니다.

그 뒤로 홈쇼핑 채널에는 무관심하게 살았는데 이번 주 당신의 이름을 다시 접했습니다. 마리오 바데스쿠라는 브랜드의 힐링크림이 화근이더군요. 지난해 말 서울 식약청 검사 결과 그 화장품 속에 모낭염·피부 파괴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발표됐고, 바로 판매가 금지됐지만 이전에 팔린 3만4000세트에 대해 홈쇼핑 업체는 쉬쉬 했다죠. 리콜 조치도 한참 뒤늦은 올 7월에나 했다는 게 논란이었습니다. 영수증과 진단서를 첨부한 서류를 제출하면 100만원에 한해 피해보상이 가능하다는데, 그걸로 고객의 마음이 다독여지겠습니까.

이 와중에 불똥은 당신에게도 튀었습니다. 그 화장품을 10여 분 만에 완판시킨 당신은 “바르고 자기만 하면 모든 잡티를 말끔하게 없애준다”며 이른바 ‘기적의 크림’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줬으니까요. 일부 고객이 카페 등을 통해 일찌감치 부작용을 호소할 때에도 “스○○○○ 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며 “저를 믿고 써라”거나 “밤마다 듬뿍듬뿍 바르고 자면 대박이다. 나도 그렇게 쓴다”고 말한 당신의 얘기를 기억하는 이도 많답니다.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홈쇼핑 업체의 안이한 대처가 가장 큰 잘못임은 분명하고, 당신은 그저 업체에 고용돼 물건을 열심히 팔았을 뿐인데 마치 자기 혼자 거짓말을 해댄 것처럼 됐으니까요. 상품 정보 역시 프로그램 제작진과 공유됐을 테니 당신이라고 별 의심을 했겠습니까. 1분 1초가 매출로 연결되는 쇼호스트로서 과장된 표현도 쓸 수밖에 없었을 테고요.

하지만 어찌됐든 일은 벌어졌고, 당신을 좋아했던 많은 이는 실망했습니다. 이건 어쩌면 수많은 대중이 쇼호스트인 당신을 ‘홈쇼핑 판매 대리인’ 이상의 ‘믿을 만한 공인’으로 봤기 때문일 겁니다. “오빠를 안 믿으면 누굴 믿냐”고 말하는 10대 소녀들처럼 당신에게도 나이와 상관없이 순수한 팬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홈쇼핑 업체만이 아닌 당신에게 격노하는 것이고 보다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고객의 마음을 물건을 팔 때처럼 재빨리 알아챘더라면 지금 같은 비난을 듣지는 않았을 텐데요. 당신의 주특기인 친근함과 솔직함이 왜 정작 필요한 순간 발현되지 못했는지 아쉽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처음 제품에 이상이 있다는 제보가 있었을 때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제작진과 상의해 보지 않았는지 안타깝기도 하네요.

당신을 콕 짚어 비난하려 이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당신이 쇼호스트의 대표주자였기에, 또 그만큼 인기가 많았기에 뉴스가 되고 비난도 더 큰 거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쇼호스트를 하고 있는 선후배들, 쇼호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번 일은 하나의 중요한 선례가 될 거라는 점입니다. 쇼호스트 하면 시간당 매출이 얼마고 연봉이 얼마라는 식의 얘기 말고, 일의 중요성과 책임감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리모컨을 쥔 고객들도 마찬가지겠죠. 쇼호스트가 아무리 옆집 언니 같고 친구 같은들, 그들의 얘기가 귀에 착착 감긴들, 다 홍보이고 광고일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진실을 머리로 깨우치는 계기가 됐을 겁니다. 쇼호스트라는 이름처럼 홈쇼핑이라는 것도 결국은 물건을 사고 파는 ‘쇼’에 불과하다는 진실 말입니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방송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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