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정선 기자] 아버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히려 아들은 담담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의 영화가 어떤 반응을 얻는지 조바심을 냈다. 아들에게 진심 어린 격려도 했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아빠와 아들인 김용건, 하정우의 어느 가을밤은 그랬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아들 하정우의 영화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의 시사회를 찾아가는 김용건의 모습이 그려졌다.
김용건은 시사회로 향하기 전 만반의 준비를 했다. 마치 그가 자신의 영화로 무대인사를 하는 것처럼 정성스레 의상을 골랐다. 그는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신인감독이 탄생한다. 잠을 설쳤다"면서 정성스레 의상을 챙겨입었다. 또 제작진에게 "하정우가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느낌을 줬으면 한다는 바람이다"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김용건의 표정에서는 떨림과 설렘이 동시에 묻어나왔다.
시사회장에 도착한 김용건은 대기실로 향하지 않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반응을 살폈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것 저것을 묻는 김용건은 한 사람의 배우가 아닌 그저 한 아버지였다. 이어 그는 아들의 이름이 커다랗게 적힌 플래카드 앞에서 셀카를 찍기도 했다. 그가 얼마나 아들 하정우를 자랑스러워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무대 인사 중 김용건은 하정우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내고, 하정우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영화가 모두 끝난 뒤 김용건은 하정우와 '롤러코스터'의 주연배우 정경호를 만났다. 그는 두 사람에게 진심 어린 격려를 보냈다. 김용건 특유의 썰렁한 농담도 훈훈한 분위시 속에서 빛을 발했다. 하정우 또한 화려한 입담으로 아버지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의 마지막, 하정우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자신이 영화감독으로서 소질이 있는지에 대한 솔직한 질문이었다. 그러자 김용건은 일단 웃어보였다. 그리고 "있다"는 긍정의 답을 내놨다. 짧은 시간 동안 이 부자가 나눴던 대화는 멋졌다. 아버지는 아들의 일을 응원하고 지지를 아끼지 않았으며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바라보며 더욱 힘을 냈다. 이 멋진 부자는 그리 많은 말이 없어도 서로에 대한 마음만으로도 정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하정우가 떠난 뒤, 김용건은 허기를 채우려 음식을 먹었다. 아들보다 긴장했던 그는 갑자기 풀려버린 긴장에 그리고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허전함을 느꼈다.
이날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서는 혼자남 김용건이나 중견 배우 김용건은 없었다. 하정우의 아버지 김용건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이들 부자의 따뜻한 정은 안방극장을 훈훈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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