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한민족 > 한민족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특집] 벼랑끝 내몰린 조선족의 '코리안 드림'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1.04일 10:33
새벽 인력시장서 하루 열지만 작은 꿈도 버거운 고된 삶

건보 혜택·산재 인정 못받아 험한 일 하고 사고도 다반사

정부 무관심·배제원칙 일관

"내일은 역 화장실에서 땀이라도 씻고 전철 타야지."

저녁 8시. 조선족 리모 씨는 공사현장 일을 마치고 지하철에 몸을 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시민들이 땀냄새에 눈살을 찌푸릴 것 같아서다. 하지만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물집 터진 발가락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고시원 잠자리에 들면 습관처럼 고국의 가족에게 전화를 건다. 아내와 어린 딸의 목소리가 그의 자장가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새벽 4시. 다시 인력시장에 나갈 시간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체류 한국계 조선족은 44만7,877명이다. 그들 절반 이상이 단순노무 종사자다. 서울 구로구 새벽 인력시장은 리 씨와 다를 바 없는 조선족 동포 수천 명이 매일 장사진을 이룬다.

"벌이가 좋아서" "일당제라 월급 떼일 일 없어서" "달리 배운 게 없어서" 그들은 인력시장에 나온다고 했다. 새해 소망을 물었다. "딸의 대학 등록금" "가족이 함께 살 집" "온 가족이 함께 일할 식당 하나"…. 그들의 소망은 보통 가장들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현실이 터무니 없이 불리해서, 그 익숙하고 가난한 꿈들이 조금은 슬프게 들렸다.

지난해 7월 서울 동작구 노량진 상수도관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인부 7명 중 3명이 조선족이었다. 그 달 30일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 남단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3명도 모두 조선족이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그들의 노동력에 크게 기대고 있다. 건설 현장 인부의 60~70%가 조선족으로 채워진 지도 꽤 됐다. 그들은 대개 가장 험한 일을 맡지만, 다쳐도 산재인정을 못 받고 건강보험 혜택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다치면 끝이어서, 그들의 하루는 늘 벼랑 끝을 맴돈다.

2003년 노무현정부가 조선족 방문취업 및 자진출국 길을 터준 이래 한국 정부의 조선족 정책은 사실상 무관심과 배제 원칙으로 일관해왔다. 비자발급 등 현실적인 차별도 있다. 소수민족 통합정책을 중시하는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해서, 가난한 동포들의 국내 노동시장 교란을 우려해서다. 사회의 시선 역시 여전히 차갑고, 보이지 않는 차별도 아직은 엄연하다.

한국 사회가 보다 건강해지려면 먼저 그들의 삶의 조건이 나아져야 한다. 그들의 소박한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이루어야 할 꿈이기도 할 것이다. 재한동포연합총회 김숙자 회장은 "새해에는 우리 동포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가정의 품에 안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정지용 기자 cdragon25@hk.co.kr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75%
10대 0%
20대 10%
30대 31%
40대 21%
50대 10%
60대 0%
70대 2%
여성 25%
10대 0%
20대 4%
30대 8%
40대 6%
50대 4%
60대 2%
70대 0%

네티즌 의견 1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새해에는 우리 동포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가정의 품에 안길 수 있으면 ...?!
답글 (0)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제1회 동북도서교역박람회가 곧 성대하게 개막되는 가운데 연변인민출판사에서는 광범한 독자들을 위해 최근 몇년간 출판한 정품력작들을 준비했을뿐만아니라 세차례의 특별한 행사들을 알심들여 기획하여 독자와 번역자들이 깊이있는 교류를 전개고 도서의 매력을 가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웅며들었다" 임영웅 '정관장' 광고 1천만 뷰…55∼64세 여성 클릭↑

"웅며들었다" 임영웅 '정관장' 광고 1천만 뷰…55∼64세 여성 클릭↑

임영웅 '정관장' 광고 1천만 뷰…55∼64세 여성이 클릭 1위[연합뉴스] 가수 임영웅이 출연한 정관장 광고 영상이 공개 10일 만에 1천만 뷰를 돌파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KGC인삼공사는 지난달 24일 오전 8시 정관장 새 모델 임영웅이 나온 광고 영상을 공개했고

"와이프 2명 실제상황" 밥 샙, 일부다처제 두 아내 최초 공개 '충격'

"와이프 2명 실제상황" 밥 샙, 일부다처제 두 아내 최초 공개 '충격'

사진=나남뉴스 미국의 유명 '1세대 격투기 스타'로 알려진 밥 샙(50)이 두 명의 아내를 최초로 공개해 충격을 안기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출연한 밥 샙은 "나에게는 2명의 아내가 있다"라고 깜짝 고백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그는 "결혼한 지는 꽤

"궁전인 줄 알았네" 브브걸 유정, '방 4개+테라스' 집 최초 공개 깜짝

"궁전인 줄 알았네" 브브걸 유정, '방 4개+테라스' 집 최초 공개 깜짝

사진=나남뉴스 얼마 전 그룹 브브걸 탈퇴 소식으로 근황을 알렸던 유정이 이번에는 싱글하우스를 공개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4일 유정의 유튜브 채널 '유랄라'에는 혼자 사는 유정의 싱글하우스 랜선 집들이 영상이 게재되었다. 이날 유정은 "집을 공개하는 건 처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